이현수 서면초등학교 수석교사, 윤명숙 서면초등학교 교장
지금, 쉬어가기
아름다운 동행

오래도록 향기로울,
해마다 더 반짝일 우리의 우정

윤명숙 회원과 이현수 회원의 아리랑의 고장 정선 여행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생의 축복이다. 가깝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오랜 벗도 있지만, 일터에서 만난 인연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동의 과제를 풀어가며 쌓아올린 우정은 함께한 시간만큼 강고하고 보배롭기 때문이다.
  • 글. 김유리
  • 사진. 권대홍

최고의 동료에서 소중한 친구로

나이가 들수록 여자에겐 친구가 중요해진다. 다른 호칭의 내가 아닌 오롯이 나라는 존재에 귀를 기울여주는 존재. 그래서 여자들의 우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농익어 간다. 교감하고 소통하며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친구’. 오늘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한 서면초등학교 윤명숙 교장과 이현수 수석교사 역시 그런 사이다.
“아름다운 동행에 사연을 쓰면서 선정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제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수석교사님이 명예퇴직하기 전에 잊지 못할 선물을 하고 싶었거든요.”
윤명숙 교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현수 수석교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함께 오기로 했던 교감 선생님과 함께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교장 선생님이 사연을 보냈다는 것도 몰랐는데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거든요. 저를 생각해서 했다는 것도 감동이었고요.”
이들의 첫 번째 여행지는 청아한 하늘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오대산으로 역사지구였다. 동서남북 중앙에 다섯 개의 봉우리가 펼쳐져 있는 오대산. 이곳엔 여덟 곳의 사찰과 암자가 퍼져있다. 신라 성덕왕, 고려 왕건, 조선 이성계, 세조 등 역사상 주요 인물들의 발자취와 함께 한글 창제,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의 흔적이 서려 있는 곳이다. 윤명숙 교장과 이현수 수석교사는 이 중에서도 대표적 사찰로 일컬어지는 월정사로 향했다.
“절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렇게 한겨울에 온 적은 없었는데 그만의 정취가 느껴지네요. 시간이 넉넉하다면 전나무 숲길 전체를 걷는 걸 추천해요. 어느 계절이든 휴식과 힐링을 주는 길이죠. 예전엔 이 길을 처음부터 걸었는데 오늘은 맛만 봐야겠어요.” 이 수석교사가 짧은 산책이 아쉬운 듯 말했다. 얼마 전부터 살짝 불편해진 다리 때문에 예전처럼 오래 걸을 수는 없지만 간만에 야외로 나온 설렘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사랑하는 제자, 늘 고마운 후배 교사들

그들은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주변에 걸려있는 소원 카드를 보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신년에 대한 기대감을 떠올리듯 이들 역시 소박한 소망을 내비쳤다. 윤명숙 교장은 “원주민이 많은 학교라서 그런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유난히 순하고 착해요. 아이들 스스로 어린이 자치회에서 ‘요요데이’라고 매주 수요일에는 서로 경어 쓰는 날을 만들었는데 정말 기특했어요.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바른 선택을 하려 하는 우리 학생들을 보며 뭉클한 마음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 아이들이 더욱 티 없이 맑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이 수석교사 역시 “전 아이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살아보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이 건강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부모들이 바쁘고 해서 정서적으로 메마른 아이들이 있는데 그럴수록 더욱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려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퇴직이 가까워져 오니까 아이들에게 당부할 게 많네요. 책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많이 뛰어놀았으면 좋겠어요.”
월정사 인근 성보박물관으로 옮긴 두 사람의 학교 사랑은 계속됐다. “먼저 학교를 떠나는 사람으로서 후배 교사들한테 미안한 게 많아요. 선배로서 더 많은 부분을 개선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 같아서요. 물론 똑똑하고 사명감 높은 후배 교사들이 잘 헤쳐나가겠지만 선배로서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드네요.”
이 수석교사의 이야기에 윤명숙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한창 때 가르치던 것과 많이 달라져서 요즘 교사들은 할 게 정말 많아요. 사명감 없이는 힘든 일을 젊은 교사들이 척척 해내는 것을 보면 저도 덩달아 힘이 나더라고요.”

즐거운 순간을 함께 나누고픈 사람

두 사람의 다음 행선지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로 감싸 안고 흐르는 병방치 스카이 워크였다.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전망대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적극적이고 분위기를 주도하던 윤명숙 교장이 고소공포증 때문에 주춤 서버린 것. 반면 이현수 수석교사는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주변을 둘러봤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스카이 워크를 나온 윤명숙 교장과 이현수 수석교사는 오늘 일정을 마무리할 맷돌커피 바리스타 체험장으로 향했다. 정선 시내 근처에 위치한 덕우리 체험마을에서 두 사람은 비로소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명의 훤칠한 체험강사의 지도하에 맷돌로 커피를 갈고 맛있게 내리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윤 교장과 이 수석교사는 미리 챙겨온 디저트를 꺼내놓으며 티타임을 즐겼다.
“우리 교장 선생님께서 내려주신 커피만큼 맛있네요. 사실 교장이란 위치가 외롭고 책임이 무거운 자리라 일반 선생님들이 편하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데, 우리 교장 선생님은 좀 파격적인 분이에요. 교장실에 가면 직접 커피를 내려주시고 편하게 자리를 이끌어줘요.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 휴식시간이 저에겐 매우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죠. 아마 이런 교장 선생님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친해질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윤 교장은 “말이 잘 통하는 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오늘 동행 못 한 교감 선생님과 함께 우리 셋은 학교 밖에서도 친구이자 자매처럼 지낼 만큼 가깝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신기해하기도 해요. 교장, 교감, 수석교사가 이렇게 친할 수 있느냐고요.”

밝은 새해에도 변함없이 함께할 우리 우정

다음 날, 강원도의 전통가옥을 볼 수 있는 아라리촌에서 산책을 마친 두 사람은 마지막 행선지인 정선아리랑시장으로 향했다. 매월 2, 7일, 주말마다 열리는 5일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각종 농산물과 다양한 강원도 토속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두 선생님은 가족과 함께 나눌 먹거리를 구입했다.
윤명숙 교장은 “가끔이지만 이렇게 가족이 아닌 친구와 여행을 하면 우정도 깊어지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커져서 좋은 점이 많아요. ‘아름다운 동행’ 덕분에 우리 우정에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네요.” 이현수 수석교사도 여행을 마무리하며 “정년 퇴임 시점은 아니지만 무릎도 안 좋고, 마침 손자가 태어나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는데 아직 확정이 안 나서인지 실감이 안 나네요. 교사로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해인데 이런 이벤트로 새해를 여니 우리에게 좋은 일만 계속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시장을 나오자 정선 시내에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빙판길이 조심스러운 이현수 수석교사와 걸음을 맞추며 걷는 윤명숙 교장의 뒷모습이 친자매처럼 다정해 보였다. 동료로 만나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며 친구가 된 두 사람. 새해에도 이들의 우정은 계속될 것이다.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윤명숙(경기 서면초등학교 교장)

우리 수석교사님께 퇴임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준 교직원공제회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1월인데 올해도 우리 수석교사님이 늘 행복하시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퇴임하고 헤어지더라도 우리 우정은 영원할 거예요. 알죠?

이현수(경기 서면초등학교 수석교사)

교장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에 더 감동적이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조용한 정선은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고장인데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는 곳도 있어 더욱 신선했네요. 좋은 경험할 수 있게 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정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 월정사

    다섯 봉우리가 연꽃무늬를 만든다는 오대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월정사. 관동지방을 대표하는 사찰로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1㎞의 전나무 숲만으로도 반드시 찾아봐야 할 가치를 가진다. 인근에 위치한 성보박물관과 왕조실록 의궤박물관 또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033-339-6800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 덕우리 체험마을

    자연 생태환경이 좋은 덕우리 체험마을은 마을주민 모두가 하나 되어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야외활동, 음식, 공예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033-562-9001 강원 정선군 정선읍 대촌길 56
  • 정선아리랑시장(5일장)

    정선아리랑시장은 민요 「정선아리랑」에 나오는 정선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정선아리랑열차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의 농산물과 다양한 음식물을 판매하고 있다.

    033-563-6200 강원 정선군 정선읍 5일장길 36
  • 오대산민속식당

    힐링이 절로 되는 건강한 메뉴가 가득한 식당. 강원도 일대에서 채취한 다양한 산나물을 맛볼 수 있다. 황태구이 정식, 산채 정식, 곤드레밥 등이 있는데 한 상 가득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밑반찬이 나와 눈이 즐거우면서 놀랍기도 하다.

    033-333-4497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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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총 27명의 회원님이 아름다운 동행에 신청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신청해 주신 모든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매 호 한 분의 사연을 선정하다 보니 모든 분을 초대하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입니다. 회원님들이 보내주신 사연은 소중히 보관하고, 추후 시의적절한 사연을 선정하여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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