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45] 티처 & 티처

목표가 다른 부모와 자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나아가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부모들은 자녀를 생각하면 조바심과 긴장감으로 초조해진다. 그래서 3월에는 자녀에게 목표를 설정해나가고, 그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기대하며,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자녀에게 간섭을 하기도 한다. 한편, 자녀는 뚜렷한 목표와 이유도 모른 채, 그런 간섭이 당연한 듯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속 빈 강정처럼 마냥 착한 아이 코스프레(Cospre)를 하는 이중적 양가감정을 지니게 된다.
  • 글. 김동철(심리학 박사)

부모가 자녀에게 가지고 있는 목표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건강하고 사회에 이로운 사람이 되게끔 잘 키우는 것에서 목표의 시작점을 찾는다. 또한, 자녀가 올바르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며 자녀가 설령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해도 자신이 가진 역량을 투자하여 자녀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 돕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뜻대로 자녀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부모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자녀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자녀 역시 부모의 깊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부모의 맹목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목표 설정을 리셋(Reset)하는 것이 요즘의 자녀 세대의 특징이다. 처음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목표를 추구해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만의 문화, 정보가 뒤엉켜 서로의 목표는 이견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갈등 없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틀 속에서는 서로가 추구하는 삶과 미래 목표가 결코 같을 수 없다.
목표란 것은 자신의 철학과 관심에서 발현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모와 자녀의 목표가 같을 필요는 없으며, 강요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미래 목표를 같이 하는 것보다 상대의 목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부모는 상기해야 한다. 특히 자녀의 성공이 자신으로 말미암아 시작되고 종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자, 지원을 가장한 독단적 사고일 수 있다. 자녀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질과 성향, 탄력적 에너지가 있기에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지, 부모의 지원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자유로운 가치를 인정해 주고 부모의 과잉적 지원에 따른 애착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어떤 목표로 자녀를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자녀를 존중하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최상의 지원이다.

자녀가 인식하고 있는 자신의 목표

보통 자녀가 지닌 목표는 미래의 희망보다는 실패의 염려와 부정적 심리가 먼저 발동되어 경쟁 사회에서 몸부림치는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부모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어, 부모가 볼 때 나약하고 형편없는 자녀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자녀가 겪는 사회적 고통은 인간의 일반적 고통이며, 그러한 고통이 지속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공포심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소통과 이해 없이 자녀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이어가면 불안한 긴장의 연속 무대가 될 것이다. 예전에 한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했었는데,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과 더불어 목표에 대해 부모와 소통해 보았는가를 질문하고 그들에 대한 불안도를 측정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목표가 없었으며, 목표보다는 사회 경쟁에 따른 두려움, 불안이 우선이었다.
소통 역시 또래 친구들과 가벼운 이야기는 있었지만, 부모와의 소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있다 하더라도 부모 중심의 회유나 일방적 목표 강요가 많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부모와 자녀의 소통 부재로 인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이해도가 지극히 낮아 자녀들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목표를 알 수 없다.
자녀들 역시 부모와 소통을 거부하는 선택적 부정성을 스스로 만들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목표 설정조차도 누락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목표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은 다양한 사고와 철학 그리고 다양한 공감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것은 어려서부터 체득되고 감응되는 것인데, 부모는 그 역할을 해주는 기초적 토양이니 조금씩 근성 있게 자녀들과의 소통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최초의 멘토로, 자녀는 부모의 영원한 멘티로!

우리는 항상 인생이라는 거창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운다. 결국 그 목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렇기에 부모와 자녀는 서로 간에 목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쉽사리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이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하는 가족의 현실이며, 가족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절 끝자락에 길을 잃은 철새처럼 열심히 퍼덕거리며 날갯짓을 하지만, 결국 목표의 끝이 정해진 사실을 아는 것과도 같다. 뇌리에 콕 박힌 목표 트라우마를 벗어 던지고 축 처진 어깨를 되찾아야 한다. 3월은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좋다. 작지만 실용적인 계획을 세우며 관심과 실천을 함께한다는 작은 소망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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