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편안하고 즐거운 일상,
‘태국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국내 한 여행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2019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예약한 한 달 살이 인기 여행지 9위가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울 강남구 면적 정도의 이 작은 도시(40.216㎢)가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 살기 여행의 성지로 각광받는 도시. ‘살기 좋은’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여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글_사진 구지회(「더 치앙마이(THE CHIANGMAI)」저자)

01 러이끄라통 축제 풍경
02 03 (왼쪽)도이수텝 야경 (오른쪽)치앙마이에서 만나는 특색 있는 태국 현대미술
한 달 살기 여행지로 더없이 훌륭한 ‘치앙마이’

‘살아보는 여행지’로써 치앙마이의 장점으로는 먼저 ‘날씨’를 꼽을 수 있다. 물론 한국보다 따스하고, 그럼에도 태국 다른 지역들보다 시원한 곳이니 말이다(2019년 기준 1월 기온: 치앙마이 16~32도, 서울 –11~8도, 방콕 21~35도).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의 수도 방콕과 비교해도 거주비와 생활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 여행객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유목민(nomad)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뜻함)’나 예술가들 또한 치앙마이로 몰리고 있다. 한편, 이렇게 저렴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생활 편의성은 높은 편이다. 동남아에서 비교적 생활 수준이 높은 태국 제2의 도시이자, 약 10개 대학을 품은 ‘젊은 도시’로써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치안 또한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물론 어디에서든 조심은 해야겠지만, 한국처럼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치앙마이다. 한 마디로, 한국에 비해 똑같은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즐겁고 편안히 살아보기에 좋은 도시가 바로 치앙마이인 셈이다.

tip 여행 시기
치앙마이의 성수기는 겨울에 해당하는 11~2월로, 극성수기는 1~2월에 해당한다. 겨울 동안에는 축제 또한 활발한데, 특히 강물 위 등불과 하늘의 풍등으로 온 세상이 빛나는 11월의 축제 ‘러이끄라통’(사진 1)은 디즈니 애니메이션「라푼젤」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로 삼았을 만큼 유명하다. 3월부터는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니 참고할 것.
  • 04 에어컨과 와이파이가 잘 되는 최신식 버스 RTC
  • 05 탈 때마다 흥정이 필요한 썽태우
06 07 (왼쪽)공유 자전거 서비스 MOBIKE (오른쪽)치앙마이의 대표 음식 카오쏘이
한 도시에서 경험하는 다채로운 매력

필자가 치앙마이 한 달 살이 동안 일상 속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곳은 갤러리와 공연장, 카페였다. 특히 최근 치앙마이에는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훌륭한 갤러리와 라이브 바(Bar)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용료 또한 무료이거나 저렴해서 거의 매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카페 또한 자주 방문했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원고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도이창(태국 북부 고산지대) 등 근처 유명한 커피 산지에서 공수하는 커피가 매우 맛있고, 카페마다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제각기 특색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은 어떨까. 문화 유산으로는 고도(古都) 곳곳에 산재한 사찰을 둘러볼 만하다. 그런데 사찰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비해 그 수가 워낙 많아서 다 보려 작정하면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니 치앙마이에서 사찰을 관람할 때에는 관심 가는 몇 군데를 선정해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령 산 위의 사찰인 ‘도이수텝’(사진 2)의 경우, 꼭 시간을 넉넉히 내어 일몰과 야경까지 보고 내려오는 것을 권하고 싶다. 관광객이 사라진 후 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즈넉한 경내, 그리고 까만 하늘 아래 더욱 빛나는 황금빛 탑이 무척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거대하기에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많은 것을 담기 위해 오래 머무는 여행의 여유가 진정 어울리는 곳. 그리고 그런 여행이어야 더욱 즐거운 곳이 치앙마이다. 그 외 매달 열리는 다채로운 축제, 이슬람 시장, 빈티지 시장, 야시장 등 특색 있는 각종 시장과 한국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클래스들, 근교 도시 여행 또한 치앙마이 한 달 살이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tip 아이와 함께라면!
* 유모차보다는 렌터카나 그랩(Grab, 공유 차량 서비스)을 적극 활용하자. 차도보다 보도가 부족한 편이라, 유모차는 짐이 될 수 있다.
* 키즈카페 등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시설은 미리 알아보자. 카페가 아이들에게는 답답한 공간일 수 있다.
* 국제학교 수업비가 저렴한 편이다. 단기 체험이 가능한 학교도 있다.
다양한 교통수단과 먹거리 순례길 체험

여름 나라에서 도보는 포기하자. 배낭 여행객의 자존심보다도 드높은 태양이 당신을 말려버릴 테니. 10분 이상 걷지 않는 태국 문화에 맞춰 적극 이용해야 할 교통수단은 ‘RTC’(사진 4), ‘썽태우’(사진 5) 그리고 ‘Grab’이다. 먼저 RTC는 최신식 공영버스로, 특정 노선의 활용도가 높지만 배차 시간이 길고 노선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썽태우는 버스와 택시 기능을 동시에 갖춘 태국의 대표 교통수단인데, 인원 수가 애매하면 택시보다 비쌀 수 있고, 흥정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그랩(Grab)은 공유 차량 앱 서비스로, 택시 같은 개념이라 기본요금은 좀 더 비싸지만 각종 할인쿠폰을 잘 사용하면 알뜰한 이용도 가능하다. 이외에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MOBIKE’(사진 6) 또한 주택가 짧은 거리를 오가는 데에는 유용하고, 오토바이 렌털의 경우에는 반드시 ‘2종 소형’ 국제 운전 면허증을 챙겨야 하는 것을 참고하자.
한편, 치앙마이의 골목에서는 온종일 음식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 데다 관광객까지 많은 태국의 이 도시에서는 팟타이 등의 대표 태국 음식은 물론이고, 감동스러운 맛의 수제버거와 스테이크, 한국보다 맛 좋은 육개장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 여러 옵션 중에서도 꼭 맛봐야 할 로컬푸드로 ‘카오쏘이(Khao–soi)’(사진 7)를 추천한다. 코코넛 카레 국수인 이 음식으로 비교적 맵지 않은 치앙마이의 음식문화를 두루 느낄 수 있다. 곳곳에서 카오쏘이를 판매하고 있지만, 맛집으로 꼽을 수 있는 식당들이 있으니 순례하며 맛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08 NIMMANA By KEYSTAR
  • 09 Luxury Hay Kaew 내부 모습
10 NIMMANA By KEYSTAR
한국보다 쉬운 치앙마이 숙소 구하기

이역만리 외국에서 숙소를 찾는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나기가 쉽다. 하지만 내 나라 한국에서보다도, 치앙마이에서 월세방 찾기가 훨씬 쉽다는 사실! 외국인이 방을 빌리는 데 제약이 없는 데다, 보증금이 저렴하고, 각 건물 사무실에서 바로 거래하는 만큼 빠른 입주가 가능한 덕이다. 전 세계에서 인기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예약조차 이곳에서만큼은 더 비싸고 번거로울 정도다. 영어가 부족해도 문제없다. 태국인에게도 영어란 외국어일뿐더러,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상대편에서 최선을 다해 의사소통에 힘쓸 테니 말이다.
숙소를 찾을 때는 한국에서 예약을 하기보다 현지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계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한국인에게 알려진 곳은 주변 숙소들에 비해 가격이 오른 경우가 많고, 대중교통이 덜 발달한 치앙마이 특성상 여행 목적에 맞는 거주 지역 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의 핫플레이스인 ‘님만해민’의 경우, 같은 지역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비행기 소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필자의 경우에는 11월 성수기 치앙마이에 도착한 후 방을 찾아 입주하는 데까지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호텔이 아니라 방을 찾는 일인 만큼, 살고 싶은 지역이나 방에 대한 조건만 확실하다면 치앙마이에서 빈방 찾기란 결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tip 숙소 예시 (바트 가격X35=대략적인 한화 가격)
월세는 최저가 세대인 원룸 기준 5천~2만바트 선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산티탐과 님만해민 지역이다. 그중 ‘Luxury Hay Kaew’(사진 9)는 도로와 가까우면서도 주변이 조용하고, 최신 보안 설비를 갖추고 있는 콘도로, 최저 월세는 성수기 기준 1만 7천바트이고, 보증금은 2만 바트다.
‘NIMMANA By KEYSTAR’(사진 8, 10)는 님만해민에서 가장 시설 좋기로 꼽히는 콘도다. 대로변과 가깝지만, 한 골목 안에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어 번잡스럽지 않다. 최저 월세는 1만 8천바트에 보증금은 월세 한 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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