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삶의 균형감각,
즐거운 음악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시흥도원초등학교 전인수 교사 영국의 정치가이자 수필가인 조지프 에디슨(Joseph Addison)은 ‘음악은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최대의 선이며, 우리가 땅에서 누릴 수 있는 천국의 모든 것이다’라고 했다. 전인수 교사에게 음악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누구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까? 교실에서 천국을 맛보며 음악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키워내는 전인수 교사를 만나보았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새로운 음악수업의 시도

전인수 교사는 자신조차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음대를 졸업한 뒤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초등학교 교사로 안착하기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우연의 연속이라고 할 수밖에 없던 일들을 무심히 따라갔을 뿐인데 어느덧 교단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었을 때 음악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딱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음대에 들어가면 꼭 교직 이수를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말씀을 잊지 않고 음대 2학년 시절 교직 이수를 했는데 그때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성적 상위 10% 안에 드는 조건을 충족시켰고, 4학년때까지 교직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모교인 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까지 마쳤지만, 자신보다 훌쩍 덩치가 큰 남학생에게 왠지 모를 압박감을 느낀 그는 교사는 내 길이 아니라고 마음을 접어버렸다. 그러나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다시 한번 전 교사를 찾아왔다.
“어머니의 권유로 임용고시를 봤지만, 사실 붙을 줄 몰랐어요. 결국, 1999년도에 발령받아 올해로 21년 차 초등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나니 어머니의 예상대로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무척 잘 맞았어요.”
전 과목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전인수 교사는 자신이 전공한 ‘음악’ 과목만큼은 학생들이 좀 특별하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임용을 받고 초반에 공개 수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나서 관리자 선생님이 학생 중 하나가 탬버린을 이상하게 잡고 있던데 그걸 왜 안 고쳐줬냐고 지적하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굉장히 이상했어요. 그게 왜 중요하지? 왜 탬버린을 꼭 그렇게 잡아야 하지? 저는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지 못하면 실천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변하지 않았던 음악 교육 방식에 대해 드는 회의감은 전인수 교사가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시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그냥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학생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진 건 즐거운 수업이 가져온 큰 성취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나중에 자라 흥미롭게 음악을 접하고
예술을 소비하며 즐기는 사람이길 바라요.
행복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오르프 악기로 즐거운 세상을 선물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윗분들에게 많이 혼났던 시절이었지만, 전인수 교사는 기능적으로 잘해야 하는 수업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음악 수업을 추구했다.
그가 이때 집중적으로 구입한 것은 오르프 악기였다. 오르프 악기는 독일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 칼 오르프가 교육용으로 개발한 악기로 무선율 타악기·선율 타악기·관악기·현악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인수 교사가 꺼내준 다양한 오르프 악기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아낼 정도로 화려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모양새에 다양한 소리와 음을 내는 오르프 악기들을 눌러보고 흔들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절로 흥이 난다.
다양한 오르프 악기와 이미지를 결합한 전인수 교사의 음악 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억지로 계이름이나 리듬·화음을 외우지 않아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음악을 익히게 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특히 고학년 학생들은 음악 감상 시간만 되면 지루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전인수 교사의 음악 수업에서는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의 음악 수업을 들은 뒤 음악 전공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차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사고뭉치였던 학생의 성악 재능을 발견해서 수업 때 선창을 하게 하고, 아낌없는 칭찬을 했더니 학생의 생활 태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초반에는 저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제 수업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그냥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학생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진 건 즐거운 수업이 가져온 큰 성취입니다.”

  • 지난해 이뤄진 음악수업 현장
음악교육으로 정서를 치유하다

전인수 교사가 음악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물론 그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재미 안에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넣는 것이 핵심이다.
국악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궁중무용 음악 중에 ‘포구락’이라는 것이 있다. 구멍이 뚫린 나무판을 가운데 두고 무용수들이 좌우편으로 나눠 서서 구멍에 차례대로 공을 던져 넣는 이 놀이는 공이 구멍에 들어가면 꽃을 받고, 넣지 못하면 붓으로 얼굴에 점을 찍는다. 일반적인 수업이라면 학생들은 앉아서 포구락 춤에 사용되는 궁중음악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전인수 교사의 수업은 다르다.
“먼저 학생들에게 영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포구락의 규칙을 찾아내게 해요. 어? 구멍 안에 뭘 던져 넣네? 넣으니까 꽃다발을 받고 못 넣으면 붓점을 찍네? 그러면 우리도 한 번 직접 해볼까? 하는 거죠. 학생들이 쑥스러워서 안할 것 같은데 공을 던져 넣는 게 재밌으니까 해요. 손에 한삼(예복을 갖출 때 손을 가리기 위해 두루마기나 여자의 저고리 소매 끝에 덧대는 소매)을 끼우고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공을 던지면서 궁중잔치에서는 이런 걸 했구나, 궁중무용 음악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몸으로 알게 되는 거죠.”
미술 수업 중에 민화 속에 나오는 악기를 찾아 분류 해보고, 국어 수업 중에 나오는 음악은 직접 들어 보는 그의 수업은 말 그대로 ‘융합교육’의 좋은 표본이다.
전인수 교사는 예술교육을 ‘정서적인 교과서’라고 말한다.
지식 함양을 위한 수업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내면에 쌓인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주는 중요한 도구가 음악교육, 예술교육이라는 것이다.
“국·영·수와 예술에 쓰는 뇌는 다르잖아요. 한 가지에만 집중을 하면 그 균형이 깨져버려요. 특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이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전인수 교사는 예술교육의 위대함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서 재밌고 즐거운 수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학생들이 나중에 자라 흥미롭게 음악을 접하고 예술을 소비하며 즐기는 사람이길 바라요. 행복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활짝 웃는 전인수 교사는 음악으로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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