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지금, 여기

‘북유럽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

북유럽은 ‘여행자들의 로망’ 그 자체다. 평온한 느낌을 주는 대자연, 깨알 같은 개성이 묻어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은 여행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하지만 북유럽으로의 여행길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여행 기간도 다소 길게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여행자는 북유럽 여행을 동경한다.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북유럽은 여행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말고도 곳곳에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긴 문화명소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BKS 한민족방송에서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국외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외 여행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간 「지금, 여기」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갑갑한 현실 속에서 힐링을 하고,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많은 독자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 7월호부터 다시「지금, 여기」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1. 아바(ABBA)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아바의 밀랍 인형
세계적인 별들의 고향, 스웨덴

유럽의 북쪽 끄트머리. 그곳에 스칸디나비아반도가 있다. 우리에게는 ‘바이킹’ 또는 ‘백야’라는 이미지가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마치 삐죽 튀어나온 ‘게의 발’처럼 생긴 이 반도에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아래쪽에는 덴마크가, 오른쪽에는 핀란드가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북유럽 4개국’ 가운데 가장 큰 나라는 많은 섬과 호수로 이뤄져 있는 스웨덴이다. 아울러 사회보장제도가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젊은 시절에 세금을 많이 낸 대가로 노년을 비교적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으로도 유명하며, 역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영화배우와 작가들의 고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배우인 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레타 가르보도 이곳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닐스의 이상한 여행」의 저자인 셀마 라게를뇌프와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스웨덴 출신이다. 1970~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혼성그룹 ‘아바(ABBA)’ 역시 스웨덴 출신이다. 지난 2013년에는 스톡홀름 근교에 아바 박물관(사진 1)이 세워져 전 세계 아바 팬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 2. 멜라렌 호수에서 카약을 즐기는 젊은이들
  • 3. 스톡홀름 시청사의 뾰족탑
  • 4. 범선 형태의 바사박물관 외관
333년 동안 바닷물에 잠겨 있었던 ‘바사호’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은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도시 는 1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섬들은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도시계획 전문가들에 의해 다듬어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물론 섬과 섬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 있어 버스를 타거나 또는 걸어서 여러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스톡홀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붉은색 벽돌의 건물 외관이 멜라렌 호수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멜라렌 호수에서 카약을 즐기는 젊은이들(사진 2)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스톡홀름 시청사를 상징하는 106m 높이의 뾰족탑(사진 3)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 뾰족탑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스톡홀름 시청사의 명물은 황금 모자이크로 유명한 ‘황금의 방’이다. 해마다 12월 10일에는 이 방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을 위한 축하연회가 열린다. 스톡홀름 시청사는 100여 년 전인 1923년에 세워졌다.
스톡홀름에서 시청사 다음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는 바사박물관(사진 4)이다. 이 박물관에는 17세기의 전함인 바사호(사진 5)가 전시되어 있다. 바사호는 바사 왕조의 구스타프 2세가 재위하던 1625년에 건조되었다. 하지만 바사호는 첫 출항을 한 1628년 8월 10일 스톡홀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침몰한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전함에다 너무 많은 무기들을 실은 것을 침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함의 오른쪽과 왼쪽 길이의 오차를 침몰원인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바사호는 침몰한 지 333년이 지난 1961년에 인양되었고, 현재 원형의 90% 이상이 복원된 상태다.
‘물의 도시’ 스톡홀름의 전경을 잘 볼 수 있는 명소 가운데 하나는 피알가탄 언덕이다. 이곳에서는 멜라렌 호수와 함께 스톡홀름 시가지(사진 6)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스톡홀름을 찾는 대부분의 단체 관광객들이 한 번쯤 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5.(왼쪽) 바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바사호 6.(오른쪽) 피알가탄 언덕에서 바라본 스톡홀름 전경
  • 7.(왼쪽) 수시로 야외연주회가 열리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 8.(오른쪽) 슬픈 역사를 대변하는 흰색 문양들
9. 스톡홀름의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좁은 골목길 ‘모르텐 트로치그 그렌’
‘피의 역사’가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

스웨덴의 문화명소들은 대부분 수도인 스톡홀름에 밀집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이색적인 곳은 구 시가지인 감라스탄(Gamla Stan, 옛 도시)이다. 스톡홀름의 발상지인 감라스탄은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스톡홀름 사람들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지역이다. 오래된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에서 13세기 무렵 이곳에 살았던 중세 사람들의 체취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예전 건물들 대부분이 기념품 가게나 카페, 갤러리 등으로 개조되어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행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감라스탄의 중심지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사진 7)이다. 감라스탄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골목길(언덕길)은 모두 이 광장과 연결되어 있다. 일명 ‘대광장’이라 불리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의 또 다른 이름은 ‘피의 광장’이다. 1520년 덴마크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2세가 스웨덴 귀족들 82명을 학살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광장 주변의 한 건물 외벽에 박혀 있는 82개의 흰색 문양들(사진 8)이 그날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학살 당시 크리스티안 2세는 광장 한가운데에다 스웨덴 귀족들을 모아놓고 외부로 통하는 골목길 입구를 모두 막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골목길들이 지금은 ‘피의 역사’와는 관계없이 감라스탄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10.(왼쪽) 감라스탄의 인기 스타인 '아이언 보이' 11.(오른쪽) 음유시인 에버트 타우베의 동상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감라스탄

스토르토리에트 광장과 연결되어 있는 감라스탄의 골목길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골목길이 있고, 식당이나 카페가 많은 골목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쾨프만가탄처럼 골동품 판매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골목길이 있고, 사제들이 주로 이용하던 골목길인 프레스트가탄도 있다. 그 골목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골목길은 ‘모르텐 트로치그 그렌’(사진 9)이다. 16세기 무렵. 독일에서 이민을 온 모르텐 트로치그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았다. 그 돈으로 감라스탄에 건물들을 짓고,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폭 90cm의 이 골목길은 스톡홀름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이기도 하다.
감라스탄에서 인기가 많은 스타는 약 15cm 높이의 작은 동상인 ‘아이언 보이’(사진 10)다. 본래 이름은 ‘달을 바라보는 소년’이지만 언제부턴가 관광객들 사이에 ‘아이언 보이’로 불리고 있다. 감라스탄의 핀란드 교회 뒤편 작은 광장에 있는 이 동상은 조각가인 리스 에릭슨이 1954년에 제작했다. 현재의 자리에는 공공미술품으로 1967년에 설치되었다. 감라스탄 남쪽 끄트머리의 한 건물 앞에는 스웨덴의 음유시인인 에버트 타우베의 동상(사진 11)이 세워져 있다. 에버트 타우베는 스웨덴 지폐(50크로나)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감라스탄 북쪽에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인 왕궁이 있다. 1754년 완공된 이 왕궁은 스웨덴 왕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다. 왕들의 보물을 전시해 놓은 ‘보물의 방’에서는 700여 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에릭 14세의 화려한 왕관도 볼 수 있다. 네덜란드풍의 르네상스 건축물인 이 왕궁은 스톡홀름을 찾아오는 국빈을 접대하는 만찬회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스웨덴 국왕이 사는 곳은 스톡홀름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드로트닝홀름 궁전(사진 1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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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회토리예트 광장의 벼룩시장
  • 13. 스웨덴 국왕이 살고 있는 드로트닝홀름 궁전
  • 14. 드로트닝홀름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 가족
아늑한 휴식 공간, 드로트닝홀름 궁전

스톡홀름에는 유명한 광장 두 개가 있다. 세르옐 광장과 회토리예트 광장이다. 이 두 광장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이어져 있다.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세르옐 광장은 인권과 관련된 집회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다. 이 광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조물은 오벨리스크를 연상케 하는 대형 유리 파사드다. 이 파사드를 만드는 데는 무려 8만 장의 유리 조각이 사용되었다.
회토리예트 광장은 예전에 육류와 생선을 팔던 재래시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채소와 과일, 꽃 등을 팔고 있다. 주말에는 벼룩시장(사진 12)이 열린다. 광장 옆에는 1926년에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장으로 지어진 콘서트홀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노벨 문학상을 비롯해 경제학상·물리학상·화학상·의학상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의 오슬로 시청사에서 열린다.
스톡홀름 시청사 앞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으로 40분쯤 떨어진 곳에는 드로트닝홀름 궁전이 있다. 이 궁전은 1570년 무렵에 처음 지어졌으나 1661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700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지어진 것이다. 현재 스웨덴 국왕이 살고 있는 드로트닝홀름 궁전의 일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스톡홀름 시민들도 숲과 바다를 보기 위해 드로트닝홀름을 즐겨 찾는다. 주로 가족단위의 여행자(사진 14)들이 눈에 많이 띈다.
궁전 주변에는 울창한 숲과 산책로(사진 15)가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쯤에는 영국풍의 아담한 연못(사진 16)도 있다. 비록 자연적인 숲은 아니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천천히 숲길을 거닐며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15.드로트닝홀름의 울창한 숲
  • 16.드로트닝홀름의 영국풍 정원과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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