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공간의 재구성

모두가 행복해지는
따뜻한 공간을 꽃피우다

충남 청양 정산중학교

세 개의 학교가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오롯이 하나가 된 공간에는 예술 작품 같은 아름다운 학교가 새롭게 꽃을 피웠다. 학생에 대한 진심이 담긴 섬세한 고민과 변화를 거듭한 자리에는 새살이 돋아 더 강력하고 단단한 몸으로 학생들을 반기고 있다. 충남 청양 칠갑산 산동지역의 학생들에게 선물 같은 공간이 된 그곳, 바로 정산중학교다.
  • 글. 이영경
  • 사진. 김도형

  • 천장의 채광창에서 내리쬐는 햇빛으로 화사한 1층 다목적홀
  • 감성 인테리어가 더욱 돋보이는 라온도서관
태양열과 지열로 학교 곳곳에 넘치는 에너지

고즈넉한 농촌 마을, 황금빛 들판이 반짝이는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외지인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환경보호 실천, 에너지 절약 실천’ 플래카드가 방문객을 반기는 독특한 외관의 정체는 정산중학교.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한 ‘전국 최초 에너지 자립형 기숙학교’답게 기숙사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빼곡하고 학교 건물 외벽 곳곳과 천장 전체에는 유리로 된 자연 채광창이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학교 로비에 들어서면 탁 트인 다목적홀 공간의 채광창에서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한가득 쏟아진다.
“채광창 덕에 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고, 비가 내려도 운치 있어서 학생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학교 안내에 나선 선동혁 사서교사가 덧붙였다. 채광창에는 일조량에 따라 자동조절되는 선팅 기능이 있어 자외선 차단까지 완벽하다.
올해 3월 이전, 개교한 정산중학교는 청양군 3개의 소규모 중학교(장평중학교·청남중학교·정산중학교)를 통·폐합해 정산면 역촌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농촌 학교의 현실을 반영해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현대화하여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힘쓴 ‘전면 디지털 교육’과,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이산화탄소를 자동으로 배출하는 환풍구가 설치된 체육실
  • 환경과 조화를 이룬 입체형 구조로 리모델링된 정산중학교 외관
  • 여자 화장실 안쪽에 설계된 원목 소재의 파우더룸
  • 교실 맞은 편 복도에 마련된 학생들의 쉼터
미래의 꿈을 현실화하다

‘ㅁ’ 자형 구조로 되어 있는 정산중학교에 들어서면 쇼핑몰처럼 1~2층의 내부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목적홀 정면에 마주하는 마루공간에는 학생들이 책을 보거나 유리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만끽하며 쉬어갈 수 있게 했다.
마루공간의 계단으로 올라가 2층에 들어서면, 라온도서관이 눈에 띄는데 북카페 같은 도서관 내부는 온전히 학생 편의를 고려했다. 딱딱한 나무 의자 대신 기능성 의자를 둔 것이다. 또한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푹신한 쿠션의자 배치 부터 학생 눈높이에 맞춘 책장 배열, 칸막이 없는 카페형 테이블 의자도 돋보인다.
도서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각 교실과 복도 사이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개방형 교실을 지향하고 있으며, 디지털 수업이 가능한 대형 모니터를 기본으로 한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최신 시설은 덤이다. 또한 여자 화장실에는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공간인 파우더룸이 마련돼 있는데, 피톤치드를 내뿜는 향나무로 안락함이 더해져 학생들에게 인기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복도쉼터다. 교실 바로 앞 공간에 작은 책장과 소파를 두어 독서나 바둑 등의 활동으로 쉬는 시간을 충전할 수 있어 수업 몰입도는 배가 된다.
심지어 3개의 당구대도 설치되어 있어 틈틈이 건전한 취미활동도 가능하다.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아리활동실 옆에 놓인 무료 코인노래방과 펌프게임기. 방과 후 학생들이 춤과 노래로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하다.
학생들이 제일 반긴 건 특별활동실이다. 1층에 위치한 각 특별활동실에는 최신 장비가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음악실에서는 방과 후 1인 1악기 레슨도 가능해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있다.
한편, 학교 뒤편에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기숙사 ‘정산 학사’가 있다. 3개 면의 학교를 통합했기에 원거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숙사형 중학교로 전환했는데, 반응이 꽤 좋은 편이다. 장권수 교장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기숙사 입소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라고 귀뜸했다. 남녀 학생이 따로 거주하는 두 개의 기숙사동에는 4인이 함께 쓸 수 있는 침대방과 밤에도 공부할 수 있는 자습실, 체력단련실, 쉼터까지 완벽하게 구비돼 있어 여느 대학교 기숙사도 부럽지 않다.

  • 각 방마다 4인이 사용할 수 있는 2층 침대가 마련된 쾌적한 공간의 기숙사
  • 학생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무료 코인노래방과 펌프게임기
  • 통유리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개방형 교실
  • 학생들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도록 밴드 동아리실에 구비된 최신 장비들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라온도서관’, ‘정산학사’의 명칭을 학생들이 직접 지은 것처럼,
교육공동체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어 더 나은 생각과
끝없는 노력을 더해 매력적인 공간을 일구었는데,
이는 결국 학생뿐 아니라 청양군 전체의 성장을 돕고 있다.
교육공동체가 협력한 공간의 탄생

총 6개 학급으로, 126명의 학생을 맞이한 정산중학교가 최첨단 시설로 새로이 문을 열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열정이 숨어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학생들이 성장해야 훌륭한 인재를 만들 수 있다’는 충남교육청 김지철 교육감의 교육철학에 따라 약 8년간 통폐합 논의가 진행·결정됐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정부의 ‘공간혁신사업’에 응모·선정돼 예산 지원을 받게 되어 ‘교육공동체(학생·교직원·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 혁신을 본격적으로 꾀할 수 있었다.
장권수 교장은 “건축 초기부터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설계에 참여하는 ‘사용자 참여 설계 방식’을 도입해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로 거듭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약 3년간의 혁신 끝에 탄생한 정산중학교는 환경과 사람 모두를 생각하는 학교로, 시설 면에서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건립됐다. 첫째는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학교를 지향하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공간’을 설립했다는 점이다. 체육실이나 대강당뿐 아니라 음악·미술·가정 수업이 이뤄지는 특별활동실은 교실 양쪽으로 출입문을 두어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면 지역주민들이 바깥쪽 출입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며 평생학습과 취미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둘째는 친환경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제로 스쿨’이라는 점이다. 지하 150m에서 사계절 23℃로 유지되는 지하수로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기숙사 냉·난방을 한다.
셋째는 장애물이 전혀 없는 공간 조성이다. 지상 2층 건물이지만, 장애학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3대 마련했고, 교실과 복도 등 공간 사이마다 문턱을 없애 휠체어 이동이 자유롭게 했다. 또한 교실 입구에 붙어 있는 학급 안내 표찰에는 점자를 표기해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려와 이용 편의에 힘썼다.
이렇게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라온도서관’, ‘정산학사’의 명칭을 학생들이 직접 지은 것 처럼, 교육공동체 모두가 아티스트가 되어 더 나은 생각과 끝없는 노력을 더해 매력적인 새 공간을 일구었는데, 이는 결국 학생뿐 아니라 청양군 전체의 성장을 돕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교생이 모두 등교를 못 하는 점은 여전히 아쉽지만, 머지않아 정산의 꿈나무들이 이 공간에서 미래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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