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지중해의 보물섬에서
즐기는 낭만
‘몰타 한 달 살기’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 남쪽 끝 지중해 한가운데, 가끔은 너무 작아 지도에 표기조차 되어있지 않은 섬나라가 있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이곳은 아는 사람만 몰래 숨겨두고 사랑하는 작은 보물 섬. 여유롭고 싶지만 지루하긴 싫고, 여행도 하고 싶지만 쉬고 싶은 당신에게 한 달 살기를 꿈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몰타’를 소개한다.
  • 글. 이세영(「그럴 땐 몰타」 저자)
「더–쉼」은 전 세계 각 도시의 한 달 살기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살 기는 어렵지만, 그간 「더–쉼」을 통해 힐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답답한 현실 속에서 향후 한 달 살기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어 유용하다며, 지속적인 연재를 요청해주신 많은 독자 의견들을 반영하여 이번 1월호에도 「더–쉼」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한 곳

‘한 달’이라는 시간에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어쩌면 완벽한 여행지가 있다. 유럽의 남쪽,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 숨겨져 있는 보물섬 ‘몰타’다.
몰타는 우리나라 제주도 1/6 크기로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중 가장 작은 나라다. 몰티즈어가 따로 있지만, 과거 영국령이었던 탓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지중해 유일의 영어권 국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학연수지로도 유명한데,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1주일부터 원하는 기간만큼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주중에는 영어 수업을 듣고, 주말이면 저가 항공을 이용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몰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한국과 견줄 만큼 치안도 좋고 유럽 내에서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한 달 살기에 완벽한 장소다. 특히, 아직 한국인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아 더욱더 매력적이다.

  • 1. 슬리에마(Sliema)에서 바라본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 전경.
  • 2. 몰타의 해변은 모래가 아닌 돌로 된 ‘락 비치(Rock beach)’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멈춘듯한 몰타에서 여유를

면적은 고작 316㎢에 불과하지만, 몰타의 매력과 역사는 지중해만큼이나 깊고 반짝인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 황홀한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신석기부터 이어 온 긴 역사가 함께하는 몰타는 단위 면적당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국가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환경 탓에 여러 강대국으로부터 침입과 지배를 받아야 했는데, 그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갖게 됐다.
몰타의 건물은 대부분 낮으며 ‘라임스톤’이라는 석회암으로 지어져 있다. 조금은 단조롭지만 중세 시대의 느낌이 가득한데, 오랜 시간 태양에 그을려 만들어진 따뜻한 색채가 푸른 바다와 함께 몰타를 가득 채운다. 할 일 없이 바다만 바라보아도 좋을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게으른 나라’에 꼽힐 만큼 여유가 넘치는 몰타에선 바쁠 이유가 하나도 없다.

3. 비슷한 듯 다른 몰타의 자매 섬 고조(Gozo)
지루할 틈이 없는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

몰타에서는 조금만 움직이면 각기 다른 매력의 도시와 마주할 수 있다. 아무래도 크기가 작으니 근교 이동이 용이하다. 몰타의 대표적인 자매 섬 고조(Gozo)부터 시작해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짝이는 지상낙원 코미노(Comino) 블루 라군, 영화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신비로운 성채 도시 임디나(Mdina), 아프리카를 닮은 어촌마을 마샤슬록(Marsaxlokk), 젊음과 활기로 밤이 되면 더욱더 화려해지는 파쳐빌(Paceville) 등 휴양지와 도시 그리고 관광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원하는 취향에 맞게 여행을 계획하고 머무를 수 있다. 그중 몰타의 매력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수도 발레타(Valletta)이다.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좁은 골목 사이로 곧게 뻗어있는 길과 색색의 발코니가 매우 인상적인 곳이다. 단조로운 석회암을 수놓은 발코니는 몰타에서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도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다.

  • 4. 유명한 관광지를 골라 북부와 남부 투어를 할 수 있는 시티투어 2층 버스
  • 5. 유일한 대중교통은 버스로 버스 충전식 교통 카드나 여행자용 카드를 사용한다.
건강한 햇살이 반짝이는 지중해성 기후

몰타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는 온난 습윤하여 꽃이 사계절 내내 지지 않는다. 대체로 4월~10월까진 비가 오지 않아 건기에 속하며, 11월~2월은 장마 기간으로 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지만 짧게 쏟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철 평균기온은 10~15℃로 연중 온화한 날씨라 계절에 상관없이 관광객이 붐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에서부터 9월까지는 몰타를 찾는 이가 특히나 많은데, 이 시기가 몰타의 성수기 시즌이다. 아무래도 지중해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여름에 휴양 관광객이 몰리는 편이며, 겨울에는 일반 관광객과 어학연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성수기를 피해 한 달 살기를 계획한다면 5월과 10월이 가장 적합하다. 이 시기에도 바다 수영이 가능하고 너무 덥지 않아 활동하기에 좋다.

  • 6. 황금으로 꾸며진 발레타(Valletta)의 성요한 대성당.ᅠ
  • 7. 발레타의 좁은 골목을 여행하는 관광객들
성수기엔 비싸지는 숙소와 버스비

워낙 관광업이 발달한 곳이라 숙소는 모든 여행자에게 맞춰져 있다. 여러 명이 나누어 쓰는 도미토리 숙소도 많고 집을 통째로 빌리거나 방만 일부 빌리는 셰어룸도 가능하다. 비즈니스 호텔부터 고급 호텔과 풀빌라까지 예산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성수기에는 비성수기보다 숙소 비용이 많게는 2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예산을 줄이려면 성수기 시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숙소를 구할 예정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시내인 슬리에마(Sliema)나 파쳐빌(Paceville) 근처에 얻을 것을 추천한다. 대중교통이라곤 버스뿐이라 시내를 벗어나면 많이 불편할 수 있다. 시내에서 관광지로 이동하는 버스가 잘 되어 있긴 하나, 좁은 도로와 고질적인 교통체증으로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하다. 운이 나쁘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버스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시간이 멈춘 몰타에선 버스 또한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기다리는 게 싫다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플랫폼인 볼트(Bolt)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도 괜찮다. 흥미로운 사실은 몰타의 버스 요금이 성수기와 비수기에 각각 달라지는데 성인 기준 1회 탑승 시 성수기엔 2유로, 비수기엔 1.5유로라는 점이다.

맛있게 먹고, 흠뻑 취하라!

몰타에서 한번쯤 맛볼 요리로는 ‘페넥’을 추천한다. 페넥은 토끼고기를 굽거나 튀긴 후 와인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몰타 전통 요리 중 하나다. 토끼를 닭만큼 흔하게 먹는 몰타에선 먹기 좋게 손질된 토끼고기를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은 피자, 파스타와 같이 이탈리아 요리가 대중적이며 일식과 중식, 터키 음식, 태국 음식 등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도 많아 비교적 외식의 폭이 넓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장기 체류를 하게 되면 매일 외식을 할 수 없는 터, 다행히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하여 생활하기에 부담이 없다. 닭 다리 1kg에 2.5유로, 삼겹살 1kg 4유로 정도고 채소, 과일 등 식재료 또한 매우 저렴하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도 1~2유로면 구할 수 있으며, 유럽 각지의 맥주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몰타에 있는 아시안푸드마켓에서 한국 음식(김치, 라면, 고추장, 된장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굳이 챙겨갈 필요도 없다. 라면도 1개당 1유로로 비싸지 않은 편. 몰타에선 쇼핑카트에 식재료를 한가득 담아도 10만 원을 넘기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외식 비용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한 끼에 8~15유로 정도다.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식 비용이 비싸 몰타에선 홈파티가 대중적인데, 한 달 살기를 마무리하며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8.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akka garden) / 9. 전통음식 페넥 /ᅠ10. 몰타의 국민 맥주 치스크
TIP
몰타 여행 팁

1. 몰타는 직항이 없어 한 번 이상 경유해야 한다. 보통 로마, 프랑크푸르트, 런던, 암스테르담, 이스탄불을 많이 경유한다. 항공권 구매 전 스탑오버(경유지에서 항공기를 환승하는 경유시간이 24시간 이상인 경우)가 가능한지 알아본 다음 경유지에서의 여행도 덤으로 얻자.
2. 몰타에선 팁 문화가 없다. 팁을 반드시 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팁을 주는 편이다.
3. 영국의 영향을 받은 만큼 운전 방향이 우리나라와는 반대이므로, 길을 건널 때는 주의하고 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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