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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K 닥터

내 눈에 날파리가?
비문증의 모든 것

어느 날 갑자기 시야에 먼지나 벌레, 아지랑이와 같은 것이 하나 또는 여러 개 떠다니는 경우가 있다.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시선을 옮기면 위치가 달라지곤 한다. 이는 바로 ‘비문증(Floater·飛蚊症)’이며, 질병의 이름이 아닌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발생 원인이 노화에 의한 단순한 생리적 변화인지, 또는 다른 안과적 질환이 있는지에 대한 감별이 중요하다.
  • 글. 김지원(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
「The–K 닥터」는 현직 의사나 의학전문기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건강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안구의 구조와 비문증

‘갑자기 눈앞에 벌레가 떠다닌다’는 증상으로 안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의 76%가량이 경험한다고 보고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나는 이러한 증상을 ‘비문증’이라 한다. 안구는 동그란 공과 같은 형태로, 내부는 물과 유리체라는 투명하고 젤리처럼 점도가 있는 물질로 가득 차 있고, 공의 내부를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라는 얇은 신경조직이 감싸고 있다. 유리체가 투명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바깥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에 선명하게 맺힐 수 있는데, 이 안에 떠다니는 혼탁이 생길 경우 혼탁의 그림자가 망막에 드리워지게 되어 비문증을 느끼게 된다.
비문증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과 갯수로 나타나는데, 주로 검거나 반투명한 작은 벌레, 실오라기, 점이나 둥근 원 같은 모양으로 보이며 시선을 움직임에 따라서 떠다니듯이 이동한다. 평소에는 못 느끼다가 맑은 하늘이나 흰 벽과 같은 깨끗한 배경을 보았을 때만 인지하기도 한다.

생리적 비문증 VS 병적인 비문증

비문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 없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리적 비문증으로, 노화와도 관련이 있어 대개 4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근시가 심하거나 안구에 충격이 가해지는 외상을 입은 사람은 젊은 나이에도 비문증이 생길 수 있다. 어릴 때는 유리체가 하나의 투명한 덩어리를 이루나,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가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뉘고 액체로 변하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유리체의 조각들이 혼탁이 되어 비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유리체는 안구 뒤쪽의 신경조직인 망막과 완전히 유착되어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이를 ‘후유리체 박리’라 하며, 이때에도 심한 비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에 의한 비문증 외에 병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비문증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막의 일부가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는 ‘망막 열공’으로, 찢어지면서 떨어져 나온 망막의 조각이나 출혈이 비문증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를 방치하면 안구 내의 액체가 망막 열공으로 유입되고, 이는 망막이 안구의 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망막 박리로 진행되어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시가 있는 사람은 망막의 주변부가 얇아져 있는 경우가 많아 망막 열공도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당뇨망막증, 망막혈관폐쇄 등에 의한 안구 내의 출혈이나, 포도막염과 같은 안구 내의 염증 때문에도 비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비문증,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생리적 비문증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별다른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처음 생겼을 때는 심하게 느껴지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거나 적응이 되어 못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병적인 원인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신경 쓰지 않고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여 수술이나 레이저 등의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으나, 합병증의 위험이나 치료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병적인 비문증의 경우에는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 열공이 발견될 경우 망막 박리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공의 주변에 레이저 치료를 하며, 이미 망막 박리가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에도 치료를 해서 비문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원인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즉, 비문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리적 비문증과 병적인 비문증을 감별하는 것이라 하겠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지키는 눈 건강

생리적 비문증과 병적인 비문증을 환자 스스로 감별하기는 쉽지 않다. 비문증의 정도나 양상이 오랜 기간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생리적 비문증인 경우가 많으나, 떠다니는 물체의 숫자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시선을 돌릴 때 번쩍이는 광시증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망막 열공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안과에 내원하여 망막에 대한 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망막 박리가 생겼을 때는 시야의 일부분부터 점차 커튼을 친 것처럼 가려져 보이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응급증상이므로 즉시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비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눈 관리가 중요하다. 가급적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중간중간 5분에서 10분 정도 쉬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눈을 감았다 뜨는 눈 운동을 주기적으로 해준다. 피로감이 상승하면 안구의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렌즈 대신 안경을 주로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눈에 좋은 영양소인 비타민A가 풍부한 블루베리나 딸기 등을 섭취해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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