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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K 닥터

환절기,
바짝바짝 마른
입안 주의보!
‘구강 건조증’

보통 겨울에는 피부가 건조한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피부가 갈라지고, 갈라진 부위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강도 오랜 시간 건조할 경우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물을 마셔도 입속의 건조함이 해소되지 않고 이 때문에 입냄새도 심해졌다면 ‘구강 건조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자주 발생하는 구강 건조증을 방치하면 치주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 글. 김지훈(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The–K 닥터」는 현직 의사나 의학전문기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건강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TIP
혹시 나도? ‘구강 건조증 체크리스트’ (아래 질문에 모두 ‘예’에 해당이 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본다)

음식을 삼킬 때 입안이 마른다는 느낌 때문에 불편한가?

식사 시에 음식을 넘기기가 어려워 물을 먹고 음식을 삼켜야 하는가?

입 마름으로 인해 껌이나 사탕을 자주 사용하는가?

다양한 원인으로 침 분비 불균형을 가져오는 구강 건조증

구강 건조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의 하나는 항콜린(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차단하여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성질) 작용을 유발하는 약물이다. 침 분비는 부교감신경의 조절을 받는다.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면 침 분비가 늘어나게 되는데, 항콜린성 약물은 아세틸콜린을 방해해서 부교감신경을 억제한다. 이로 인해 침 분비가 억제되고 입 마름을 유발한다. 어떤 약을 복용한 후에 입 마름이 심해진다면, 본인이 복용하는 약물 중 항콜린 작용을 유발하는 약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콧물약으로 알고 있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제, 항우울제, 고혈압약, 과민성 방광 치료제, 기관지 확장제, 식욕억제제, 근이완제 등이 항콜린 작용을 유발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 중 50% 정도가 구강 건조증을 앓고 있다. 실제로 환자의 침샘 기능이 저하되어 입 마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복용하는 약물이 많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샘 분비가 정상의 50% 이하로 감소할 때까지는 큰 불편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입 마름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침샘 기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 자가면역 질환(쇼그렌증후군,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내분비 질환(당뇨, 갑상샘 기능 이상), 신경학적 질환(파킨슨병), 대사 질환(만성신부전) 등의 전신 질환이 구강 건조를 유발할 수 있다. 구강 건조와 함께 안구 건조가 동반된 경우, 눈과 입이 마르는 자가면역 질환인 쇼그렌증후군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침샘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침샘 스캔 검사나 CT 검사 등이 시행된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로 다른 질환 발생을 막자

구강 건조증은 다양한 원인 질환을 감별한 후,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침샘 기능이 남아 있다면, 침 분비를 자극하는 약물을 사용해볼 수 있다. 주로 염산 필로카르핀이 포함된 살라겐(Salagen)이라는 약물을 처방한다. 이 약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침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으로, 몇 주 이상 꾸준히 투약해야 구강 건조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교감신경들이 항진되면서 나타나는 홍조, 발한, 설사, 오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천식, 녹내장, 위궤양 환자에게는 의사의 철저한 진단하에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건조해진 구강 점막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기보다는 여러 번에 나누어 자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커피나 차는 종류에 따라 이뇨 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인공 타액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공 타액제제는 타액의 성분을 모방한 제품으로, 부족한 타액을 보충하고 타액의 점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여 구강 보습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강 건조증이 오래 지속될 경우 침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병원균에 대한 항균 작용이 약화되기 때문에 충치나 치주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청결한 구강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양치질을 자주 하고, 방부제가 섞인 가글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글제 중 일부는 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는데, 에탄올은 입 마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치료 방법이자 예방법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구강 점막을 자극하는 맵고 짠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며, 구강 건조증이 심할 때는 술과 담배를 자제해야 한다. 평소 본인이 복용하는 약물 중에 구강 건조를 유발할 만한 약물이 없는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껌을 씹는 저작 운동에 의한 기계적인 자극 및 신 음식과 같은 미각 자극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침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할 경우 이러한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구강 건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IP
구강 건조증 예방 수칙

입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물을 마신다. 하루에 6잔(식후 3회, 공복 시 3회)을 입안에 골고루 헹구면서 섭취한다.

실내에서는 가습기 등을 이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한다.

음식을 오래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침은 1분에 0.25~0.35mL가 분비되는데, 오래 씹으면 최대 4mL까지 분비되므로, 한 입에 30회 이상 꼭꼭 씹어 삼킨다.

흡연, 음주, 과로는 피하고 입안이 건조할 경우 충치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당분 섭취를 줄이고 구강 청결에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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