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명사 인터뷰

교수자들의
인생 멘토,
진짜 가르침의
비결을 전하다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조벽 석좌교수 잠깐의 위기일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 현장에서 비대면 수업은 당연해졌고, 학교 교육 역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모색해가는 중이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달라진 시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교수자들 역시 혼란을 헤쳐갈 지혜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교수자들의 인생 멘토로 활약해온 조벽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The–K 명사 인터뷰」는 각 전공별 명사가 된 교수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로, 교육가족이 명사의 교육 가치관과 철학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 글. 정라희
  • 사진. 김도형

언택트 시대, 교수자들에게 전하는 응원

선생님들도 선생님이 필요하다. 교육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어려움 앞에서, 수천 번의 강연을 통해 희망과 행복의 리더십을 전파하며 ‘대한민국 교수자의 인생 멘토’로 활약해온 조벽 교수의 한 마디는 잔잔한 위로 이상의 힘을 준다. 교수자로서의 마음가짐은 물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수법 노하우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까닭이다.
평생 교육 현장 가까이 있었던 조벽 교수에게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된 교육계의 변화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한국에만 닥친 특수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전 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한국은 선방한 편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교육계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 ICT 인프라 보급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모든 교사가 ICT 교육 매체를 활용하는 훈련을 받아왔어요. 이미 우리 교사들은 ‘준비된 상태’ 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러한 변화를 앞당겼을 뿐입니다.”
한때 교실은 비공개된 장소였으나, 공개 수업이 의무화되면서 서서히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병행되면서 교실은 완벽하게 공개된 장소로 탈바꿈했다. 조벽 교수는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불안함은 있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불편함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에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재들입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모두전문가들이에요. 하지만 좋은 교육이란 지식 전달에만 있지 않고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학생과 교감하기 쉽지 않지요. 이런 점이 많은 교사에게 가르치는 즐거움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부각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책임감 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충분히 지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근본적인 본질이 같다는 점은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스타일은 유연하게, 스케일은 위대하게

코로나19 이후 1~2년 사이, 교육 현장은 아주 큰 변화를 겪었다. 어떤 교수자들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했다. 기존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로 학생들 앞에 섰다. 조벽 교수가 지난해 10월 「언택트 시대, 스타일은 바꾸고 스케일을 키워라」라는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도 이와 닿아 있다.
“교사의 기존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매순간 매상황 맥락과학생들의 모습에 따라서 시시각각 바꿔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교사의 스케일을 키워야 합니다. 스케일이라는 것은 존재의 크기죠. 학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요구에 맞춰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교사의 스케일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없이 교육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전문성’입니다. 더불어 매 순간 ‘진정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차이는 존재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 교수자의 영역은 교실 전체다. 그래서 수업을 할 때도 교단 앞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실 곳곳을 다니면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만나고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와 달리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자연히 상호작용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수업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부각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책임감 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충분히 지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근본적인 본질이 같다는 점은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그는 수업의 ‘본질’을 강조하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차이에 따른 세부적인 ‘기술’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저서에는 교수자의 몸동작과 시선 처리, 청중과의 상호 작용 같은 행동에 대한 가이드는 물론, 핵심 메시지 도출이나 지식 콘텐츠 및 감정선 디자인 등 임팩트 있는 강의를 준비하는 실전 노하우가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지혜를 나누는 참 스승으로 가는 길

최고의 강의법이 있다면 그대로 실천하면 되겠지만,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강의법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최고’보다 ‘최적’의 강의법을 찾아야 한다. 그도 처음부터 교수법의 전문가는 아니었다.
초보 교수 시절, 수업 시간에 딴청을 부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앞으로 “수십 년 할 일이라면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공학자였던 그는 스스로 교육학과 심리학 책을펼쳐가며 독학을 했다.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람은 자신부터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에 옮긴 셈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수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지,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공학자인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교육자로서 책임을 맡았으니 교육학 분야와 교수법에 대해 계속 연구하면서 이론만이 아니라 실전에서도 통하는 기술을 체득한 것이죠.”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다른 교수들에게 교수법을 전수해온 그는 아카데미 안에만 있지 않았다. 인간발달학을 전공한 그의 배우자 최성애 박사와 함께 HD행복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각 가정과 교육 현장에 ‘행복 씨앗’을 전파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사람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어보면 대부분 ‘행복해지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서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참 많아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도 지식을 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에게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지혜였다. 조벽 교수는 “지식이 아닌 지혜를 나눌 때 학생들은 ‘스승’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스승과 제자는 오직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지혜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비로소 학생들에게 ‘스승’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그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교사들에게 작은당부를 건넨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 그렇게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이들의 마음에 심은 희망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행복이라는 결실로 돌아오기를 염원하면서.

코로나19 이전 강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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