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명사 인터뷰

다가오는 넥스트 노멀 시대,
새로운 표준에 적응하는 길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들의 일상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 팬데믹이 잦아들면 기존 삶의 방식으로 회귀하리라는 예상도 있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며 정착한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새로운 규범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사회적 특징이 곧 표준인 시대, 즉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경영전략 전문가로 활동 중인 세종대학교 경영학과의 황용식 교수에게 물었다. 「The–K 명사 인터뷰」는 각 전공별 명사가 된 교수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로, 교육가족이 명사의 교육 가치관과 철학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 글. 정라희
  • 사진. 김도형

경영전략에서 기업을 넘어 나를 보다

황용식 교수의 전문 분야는 경영학 안에서도 경영전략이다. 이는 변동성이 심한 기업환경 가운데 어떻게 하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기업의 청사진과 계획을 기업활동에 접목하는 분야다. 대략 16년 전, 미국에서 경영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에게 한 지인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그 뜬구름 잡는 전공을 왜 했느냐” 라고 말이다. 사실 정작 그렇게 말한 지인은 경영전략을 업으로 삼은 컨설턴트 출신. 고비용의 경영전략 컨설팅 효용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한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리더라면 ‘전략’의 중요함을 알고 있다.
“경영전략은 경영학도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분야입니다. 학문마다 주류가 있는데 경영학 안에서는 재무, 회계, 인사조직, 마케팅 등 누가 들어도 알 법한 분야들이 손에 꼽히지요. 그런데 경영전략이라고 하면 ‘전략기획을 하는구나’ 하는 막연한 느낌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 속하는지 바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경영의 모든 요소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숲을 탐험할 때에 어떤 이는 막 자라는 새싹을 보고, 또 다른 이는 한 그루 나무에 집중한다. 하지만 숲을 지나 목적지로 가려면 누군가는 숲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CEO를 비롯한 경영전략가는 바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사람이다. 대학을 졸업해 회사에 들어가도 업무의 기초부터 익혀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경영전략이 더욱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갓 신입사원이 된 이도 언젠가는 임원으로 성장한다. 청년 창업이 늘어난 요즘은 일찍이 기업가 정신을 익히는 분위기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경영전략은 국내에 막 도입된 분야였습니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내용을 접했는데, ‘이제야 경영학의 묘미를 맛보았구나’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적성이 있는데 한때는 스스로 왜 경영학을 선택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세종대학교에서는 3학년 과정부터 경영전략 과목을 개설하고 있어요.”

비대면과 대면의 장점만 골라 누리다

여러 기관과 기업에 경영전략 자문을 하는 황용식 교수는 요즘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라질 생활상을 자주 고민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 역시 펜데믹 이후 달라질 새로운 경제질서인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한다. 몇 해 전부터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항공 분야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다. 흥미롭게도 황용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몇 해 전에 이미 항공업계 재편을 예상한 바 있다. 특정 항공사를 염두에 둔 분석은 아니었으나, 큰 그림 안에서 결과적으로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상황. 이로 인해 황용식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일어날 삶의 변화에 관해서도 다양한 질문을 받고 있다.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익숙해진 습관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자연스러워졌고, 소비 측면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사용률이 높아졌지요. 언택트 라이프를 지겨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받은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하는 이른바 ‘보복 소비’의 심리도 급증했습니다. 온라인 소비의 관성은 지속되겠지만, 이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소비*가 대세가 되리라 봅니다.”
코로나19 기점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현상은 직장이나 캠퍼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업무나 공부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고 싶지만, 일상생활은 바깥으로 나가 오프라인에서도 누리고 싶은 심리가 커졌다는 것. 이러한 사례는 각자의 시간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가늠하는 데에도 참고가 된다.

* 하이브리드 소비 : 기존의 전형적인 소비자 서비스, 소비의 장소, 소비자의 행태 등이 혼합적인 양상으로 이루어지는 것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익숙해진 습관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자연스러워졌고,
소비 측면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사용률이 높아졌지요.
온라인 소비의 관성은 지속되겠지만,
이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소비*가 대세가 되리라 봅니다.”
새로운 소비 권력, ‘유통 공룡’과 ‘MZ세대’의 부상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넥스트 노멀은 사실상 정확한 전망이나 예측이 무색한 시대다.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더 커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재진행형의 변화를 통해 트렌드를 살펴볼 수는 있다.
“지금은 전망이 무척 조심스러운 시기입니다. 빅데이터 역시 예측을 하는 분야이지만, 현시점에서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효과적일 뿐 앞으로의 세상을 내다보는 예측력은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펜데믹 역시 수많은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도 예측이라기보다 예상에 가깝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묻는 말에, 황용식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대기업이 덩치를 키운 일명 ‘유통 공룡’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기존에 마트나 백화점을 운영하던 유통기업들은 일찌감치 온라인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과거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마케팅을 뜻하는 O2O의 개념이 ‘Online to Offline’이었다면, 지금은 ‘Offline to Online’의 개념까지 아우르는 양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미 소비자들은 그 사이에서 혜택이 있는 쪽을 영리하게 선택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핑 행태인 ‘쇼루밍(showrooming)’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용인하고 있고,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스스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황용식 교수는 소비 측면에서도 세대 담론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가 사회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경제적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Z세대는 실용성을 중시하며 재테크에도 능하다.
SNS를 활용해 다른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마케터 역할을 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처럼 일상의 많은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데 익숙한 자본주의 키즈*들이 트렌드를 이끄는 세상이지만, 황용식 교수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바는 ‘인성’이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을 때 실력을 빛나게 해주는 기본이 됨됨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기성세대가 된 지금, 이러한 관점이 가끔은 스스로 ‘옛날 사고방식에 갇힌 사람이 아닐까’ 되묻게도 한다. 하지만 그는 안다. 자기 생각이 분명한 젊은 세대들도 때로는 기본을 이야기하는 어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은 기존의 통념과 새로운 가치가 교차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 자본주의 키즈 :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고, 광고에 관대해 PPL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MZ세대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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