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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하는 울진군은 송강(松江) 정철이 노래한 『관동별곡』의 고장이다. 또 관동팔경 말고도 잊지 못할 경험과 수려한 풍경이 줄을 잇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새하얀 설경 속 덕구온천을 비롯해 죽변항 스카이레일, 산책하고 싶은 해송숲, 그리고 등기산의 아름다운 언덕과 스카이워크 등이 그것이다. 잊지 못할 비경이 눈길을 사로잡는 해안도로를 달리노라면 이 겨울의 추위마저 잊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덕구온천호텔&콘도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스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600년 전통의 자연 용출 온천, 덕구 온천

백두대간의 등허리가 뻗어 내려간 곳에서 바다와 만나는 고장 울진은 겨울이 유난히 아름다운 여행지다. 컵에 담긴 물을 허공에 뿌리면 삽시간에 얼어버리는 응봉산 덕구계곡, 따끈한 온천수에 목까지 담그면 느껴지는 포근함은 찬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에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힐링이다. 사방이 온통 눈밭인 노천온천에서 자동차를 타고 10여 분 달려 곧장 바다로 나설 수 있다면 또 어떨까? 겨울이 깊어갈수록 투명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이어진 죽변항 스카이레일과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울창한 해송 숲,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 그리고 후포의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 울진의 명소를 둘러보며 달리는 드라이브는 겨울 여행에 방점을 찍는다.
덕구스파월드 노천온천 (사진출처 : 덕구온천호텔) 덕구스파월드 노천온천 (사진출처 : 덕구온천호텔)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온천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와야 비로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눈밭에 둘러싸인 계곡에서 순백의 설경을 감상하며 만끽하는 온천욕은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귀한 경험이 아니던가. 따끈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천천히 그리고 느릿하게 깊은숨을 들이쉬면 복잡한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울진군 북쪽 끝자락의 북면 덕구리에 펼쳐진 덕구계곡에는 무려 6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역사의 온천이 숨겨져 있다. 고려 말에 발견된 덕구온천이 바로 그곳이다. 덕구온천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자연 용출 온천으로 꼽힌다. 매일 2,600t이 솟아오르는 42.4℃의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을 띠어 신경통·관절염·근육통·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덕에 덕구온천호텔&콘도(054-782-0677, www.dukgu.com)는 경상북도 1호 보양 온천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온천수를 이용한 수(水) 치료 시설인 테라쿠아와 액션스파도 좋지만, 덕구온천의 백미는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응봉산 자락의 환상적인 설경이다. 운 좋게 눈 내리는 날 방문한다면 노천욕을 즐기며 하얗게 눈 덮인 계곡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죽변항 등대와 시누대숲 죽변항 등대와 시누대숲
월송정 해송숲 월송정 해송숲

파도가 조각한 해식애, 하늘 위에서 조망하다

온천에서 몸속 가득 불어넣은 건강한 온기를 품고 본격적인 울진 나들이를 시작해볼까? 덕구온천호텔&콘도에서 멀지 않은 죽변항에는 요즘 울진에서 가장 핫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죽변등대와 드라마 세트장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올해 8월에 개장한 죽변해안스카이레일(054-783-8881, uj.skyrail.co.kr)이 그것.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 위치한 죽변등대 일원은 바닷가를 따라 발달한 해안 절벽이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해왔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이용하면 이 절경을 4인승 꼬마 모노레일 안에서 감상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시속 5km로 천천히 움직이는 모노레일 창밖 풍경은 해 질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로 새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가 조각한 장엄한 해식애와 언덕 위의 이국적인 가옥이 어우러져 잊히지 않을 추억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죽변항에서 하트해변을 거쳐 봉수항과 후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모노레일은 두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장 짧은 B코스 2km 구간을 왕복하는 데 40분이 소요된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수백 년을 이어온 전설 같은 해송 숲의 향기

동해안 대부분 고장이 그렇듯이 울진 역시 바닷가 곳곳에 울창한 해송 숲이 있다. 해수욕장 뒤편 모래땅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해송은 그 품이 깊어 마치 성채(城砦)처럼 공고하고 바위처럼 강인한 느낌이다. 겨울이라는 계절 특유의 스산함으로 가득한 숲을 거닐면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귓전에 울려 퍼진다.
월송정 (사진출처 : 울진군청) 월송정 (사진출처 : 울진군청)
망양해변과 구산해변, 관동팔경 월송정 일원과 그 아래 평해사구 습지 등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해송 숲 중에서도 특히 구산해변에서 월송정을 거쳐 평해사구 습지로 이어지는 해송 숲이 일품이다. 월송정은 조선 중종 연간의 문신이자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이 그 아름다움을 칭송한 관동팔경 중 하나다. 1980년에 새로 지어 올린 지금의 월송정에서 고졸한 멋은 찾아볼 수 없으나 누각 주변에 자라고 있는 해송은 수백 년 이어져 내려온 전설 같은 향기마저 머금고 있다. 월송정 남쪽에 이웃하고 있는 평해사구 습지 역시 해송 숲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평해사구 습지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안선 배후에 형성된 습지를 활용해 조성한 생태공원으로 목재를 이용한 탐방로를 깔아놓은 덕에 산책하기 더없이 좋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구산해수욕장을 찾으면 된다. 마을 번영회에서 운영하는 해변 캠핑장은 촘촘하게 늘어선 수백 그루의 해송 아래 위치해 오롯이 우리 가족만의 아웃도어를 만끽할 수 있다. 바닷가 한편에는 ‘구산 블루스’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으니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을 법하다.
등기산공원 등기산공원

전 세계 유명 등대를 모아놓은 이국적인 공원 산책

울진군 남쪽 후포리의 나지막한 언덕인 등기산은 요즘 주말이면 스카이워크를 걷기 위해 방문하는 외지인으로 북적인다. 지난 몇 년 사이 수많은 스카이워크가 조성되고 있지만 등기산 스카이워크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드물다. 절벽 위에 바닥이 투명한 다리를 놓아 아찔함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은 여느 스카이워크와 다를 바 없지만 등기산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정상에 후포 등대가 세워져 있는 후포등기산공원에 전 세계의 유명한 등대를 모아 조성해놓은 것. 후포리 주민을 위한 근린공원이었던 산자락을 따라 있는 공원에서는 독일 브레머하펜, 스코틀랜드 벨록, 이집트 파로스 등 여러 등대를 만날 수 있다.
등기산 일대를 얼추 둘러보았다면 언덕 뒤편에 자리한 벽화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TV 예능 프로그램 『백년손님』 촬영지로 유명해진 마을을 찾으면 동화처럼 예쁜 그림이 여행자를 반긴다. 담벼락과 건물 벽면에 그려놓은 출연자와 동네 어르신의 모습이 골목을 환하게 밝혀준다. 케이 로고 이미지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기산 이집트 파로스 등대 등기산 이집트 파로스 등대 후포벽화마을 후포벽화마을
울진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제철 맞은 바다 먹거리

  • 울산대게

    왕돌잠에서 깨어난 울진 대게

    대게 하면 영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울진군 역시 동해안의 손꼽히는 대게 산지로 명성이 높다. 울진 앞바다에는 산처럼 거대한 암초가 모여 있는데, 이 암초가 대게의 서식지로 알려진 왕돌잠(왕돌초)인 까닭이다. 11월까지 이어지던 금어기가 풀리자 대게 조업의 전진기지인 죽변항과 후포항에 활기가 넘친다. 기다란 다리가 마치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잡히는 울진의 특산물로, 죽변과 후포 일원에 대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밀집해 있다. 속살이 쫄깃하고 맛이 좋아 조선 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하던 귀한 먹거리였다. 몸 전체가 붉은색을 띠어 일명 홍게라 부르는 붉은 대게 역시 대게 못지않은 맛을 자랑한다.
  • 문어

    문어, 잔칫상에 오르던 귀한 몸

    울진 앞바다에는 갯바위가 많아 문어가 잘 잡힌다. 울진의 참문어는 주로 이런 갯바위 틈이나 바위에 뚫린 구멍 속에서 서식하는데, 쫄깃하면서도 연한 식감으로 식도락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문어는 보통 삶거나 말려 먹는데 예로부터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울진의 해산물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이름을 떨쳤다. 보부상과 바지게꾼 (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 생선, 미역 등 해산물을 지게에 싣고 이동하며 걷는 사람)이 울진 앞바다에서 잡은 고등어나 참문어 등을 짊어지고 가 내륙인 안동과 봉화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 곰칫국

    시원하고 칼칼해 해장하기 좋은 곰칫국

    흔히 곰치 또는 물곰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물미거지’라고 한다. 둥글둥글한 머리와 몸통에는 온통 반점이 흩어져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형태는 도무지 보통 물고기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어찌나 기이하고 못생겼는지 예전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생선이었을 정도. 누군가 이 흉한 생선에 김치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국이 입소문을 타면서 곰칫국은 어느덧 울진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과음한 뒤 해장하기도 좋아 애주가들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변항에 위치한 명물곰식당(054-783-7575)이 곰칫국 맛집으로 유명하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