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Magazine
Monthly Magazine
April 2022 Vol.56
배움 더하기 아이콘 이미지

배움 더하기

고민 상담소

퇴근 후에도 쉴 수 없다
‘슈드비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

24시간이 모자란 현대인이 넘쳐나고 있다. 퇴근 후에도 영어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악기를 다루는 등 정해진 일정 외에 계속해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이를 SNS에 인증까지 하는 생활 속 히어로가 넘쳐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유독 부지런한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일지 모른다. 슈드비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언제나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상태로 사회복지사, 교사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대치가 높은 직업군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목표대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만이 답일까? ‘~로서’의 강박적 책임감을 만들어내는 슈드비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짚어본다.

강일수 두디스 코칭 대표

쉬는 게 불안한 당신, 혹시 슈드비 콤플렉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르나이(Karen Horney)가 정립한 개념인 슈드비 콤플렉스는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고 언제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상태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한다는 신경쇠약(노이로제)에서 오는 슈드비 콤플렉스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삶의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슈드비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장난감 병정처럼 앞으로 나아가야만 비로소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남들이 세워놓은 공식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고,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과 비교해 자신이 그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을 왜 내가 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꼭 해야 하는 ‘이유’,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자기를 납득시킬 ‘이유’와 ‘여유’가 없으면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어부의 여유 VS 사업가의 욕망

남보다 조금 더 출세한 사업가가 여행 중에 한 어부를 만났다. 그런데 그 어부는 물고기는 잡는 둥 마는 둥,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꼴을 보다 못한 사업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제대로 물고기를 잡지 않소?”
그러자 어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업가를 보더니 말했다.
“오늘 몫은 이미 다 잡았소.”
느긋한 그 어부가 못마땅한 사업가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더 많이 잡아놓으면 좋잖소?”
“그래서 뭐 하게요?”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지요. 그 돈으로 당신 배에 알맞은 발동기를 살 수 있고, 또 돈을 더 장만해 더 큰 그물을 갖출 수 있고,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당신도 나처럼 제법 부자가 될 수 있소.”
“그러고는 또 뭘 하지요?”
“편히 앉아 쉬면서 삶을 즐길 수 있지요. 나처럼 말이오. 물론 당신도 물고기를 쉬엄쉬엄 잡을 수 있고….”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지금, 내가 그걸 하고 있지 않소.”

분주한 이유는 안 해도 되는 일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

중국 속담에 ‘바지 벗고 방귀 뀐다’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일’을 일컬어서 하는 말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성과와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활동과 일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 Havard Business Review)」에서는 “관리자의 90%가 조직이 선택한 주요 목표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들은 비생산적 ‘busyness(바쁨)’ 때문에 중요한 ‘business(기업)’ 활동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분주한 이유는 안 해도 되는 일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분주하면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고, 핵심 가치의 질이 떨어질 뿐이다.

지혜란 무엇을 간과해야 하는지를 아는 기술

『순자(荀子)』의 정기(正己) 편에는 “쓸데없는 변론이나 급하지 않은 일은 내버려 두고 다스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일에 절대 자비를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꿀벌은 파리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는다. 꿀벌은 꽃만 찾아다닌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지혜란 무엇을 간과해야 하는지를 아는 기술” 이라고 말했다.
모든 걸 다 할 필요도 없고, 모든 걸 다 알 필요도 없다. 정보나 지식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또 모든 걸 다 가질 필요도 없다.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에 관심을 두고, ‘소유 양식’이 아닌 ‘존재 양식’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주어진 인생을 효과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생 최후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 어떤 일을 해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기준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열일곱 살 때 읽은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을 것이다”라는 경구에 감명받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 물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만약 ‘아니오!’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생전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라”라고 강조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