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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2 Vol.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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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아이들을 주체적인 학습자로 이끄는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메타버스로 만나는 미래의 학교

‘디지털 신대륙’으로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거세다. 기업도, 기관도 앞다퉈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에 주력하겠다며 사명을 메타로 바꾼 기업까지 나왔을 정도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는 비대면 원격 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타버스가 바꾸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바꿔나갈 교육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코로나19로 급부상한 가상소통 세상

메타버스는 ‘가공’,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기존의 가상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이곳에서는 현실 세계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더타운, 로블록스, 이프랜드, 제페토 등이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싸이월드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속한다. 이들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대면 활동이 막힌 사람들이 가상 세계로 몰려가기 시작하면서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버스는 비대면 시대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는 아바타를 이용해 다른 사람과 만난다. 덕분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까이서 대화를 나눠도 감염병에 걸릴 걱정이 없다. 게다가 현실 세계에 적용됐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도,사적 모임 인원수 제약도 없다. 24시간 가상 세계 속 식당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 시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소셜미디어 버즈량(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2020년 1분기(1~4월) 218건이었던 메타버스 관련 언급량은 이듬해 같은 기간 2만3,537건으로 무려 100배 이상 증가했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집콕’이 일상화되고 부캐(부 캐릭터) 열풍 속에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흥미와 몰입도 높은 학습놀이터 ‘메타버스’의 매력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맞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었다. 각 시도교육청은 메타버스 시범학교를 도입하고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이끌 연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실제 수업에서도 메타버스를 적용해나갔다.
가상 세계에 교실을 꾸미고 학생들과 토의·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각기 다른 아바타의 모습으로 교실에 등장한 학생들은 채팅창으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꺼내놓았다. 아바타로 손을 들어 교사에게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기도 했다.
실제 수업을 이끌었던 교사와 교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필자가 만났던 현직 교사와 교수 상당수는 메타버스의 학습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도와 참여율 향상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비대면이다 보니 등교수업을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학습자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다르다. 이곳은 수업의 주된 참여자인 MZ세대에게 놀이터나 다름없다. 실제로 누적 가입자 수 3억 명을 돌파한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10대 이용자 수는 전체 80%에 달한다.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일반적인 방식의 원격수업을 할 때보다 학생들의흥미와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참여율도 덩달아 올라간다. 아바타를 활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더욱 그렇다. 학습자들이 대면 수업이나 쌍방향 원격수업을 할 때와 달리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실수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프랜드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학생 모습 [출처: 정보통신신문]

주체적인 학습자가 되는 메타버스 교육의 차별성

그럼 지금까지의 교육 변화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VR·AR 수업, 실시간 화상 수업에 학습자는 교사가 구현해 놓은 학습 환경에서 학습 과제를 수행한다거나 실시간 채팅, 설문 조사 등으로 학습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메타버스 학습 환경이 이와 다른 점은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를 통해 직접 학습 활동의 주체가 되어,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이 부분이다. 교사가 기본적인 학습 과정을 구현해 놓겠지만, 학습자가 학습의 주체가 되어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사고하는 방식에 따라 학습의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학습 동기가 낮아 학습 장애가 발생한 학생들에게는 학습의 주체가 자기 아바타가 됨으로써 낮은 학습 동기라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공간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학습 활동에 유용하다. 외국어 학습 과정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효과적인 학습이 촉진된다. 미래학교는 디지털 적용이 기본적으로 되어 있는 공간이다.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의 벽을 넘어 학습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선생님은 지식을 발견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규모 교내 행사 플랫폼으로 등장한 메타버스

메타버스 활용은 교육 활동 전방위로 활용될 수 있는데, 감염병 확산 우려로 열지 못하는 대규모 학교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졸업식은 물론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축제까지도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입학식을 메타버스에서 연 학교만 해도 고려대, 동의대, 순천향대, 영남대 등 다양하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초·중·고교 연례 행사도 가상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남 오봉초등학교의 경우 앞서 지난 2월 신입생들을 위해 ‘부모님 손잡고 메타버스 오봉초등학교로 놀러 가요’ 행사를 개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각 교실에서 입학식을 열 수밖에 없자 홀로 낯선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 신입생들의 두려움을 덜어주려 기획한 행사였다.
행사 당일, 38명의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메타버스에서 직접 아바타를 움직여 교실로 발걸음했다. 책상과 의자가 들어찬 교실에 벽에 걸린 신입생 환영 현수막은 현실감을 더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메타버스에 들어간 신입생들은 “부모님과 실제 반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며 “이제 혼자서도 교실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모들도 코로나 사태로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라고도 이야기했다.
이 밖에 김해분성여고는 가상공간에 전시관을 구축하여185명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였고 인하공업전문대학은 메타버스 입시 박람회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행사는 낮아진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또래 간의 연대감과 친밀감까지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정보화 교육 효과는 덤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SKT 점프 VR 을 이용한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모습[사진 제공: 순천향대]
영남대 온라인 가상캠퍼스에서 진행한 입학식 모습[사진 제공: 영남대 마인크래프트 서버팀 YUMC]

메타버스가 해결해야 할 과몰입·정보 유출의 문제점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85억 달러(약 179조 원)에 달했고 오는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1,850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의 메타버스 활용 범위도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기술의 고도화로 학습자들은 오늘날보다 더 실감 나는 교육 콘텐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수업 도중 태양계의 행성을 눈앞에서 살펴보는가 하면 방 안에서 전 세계를 누비며 제2외국어를 배우게 될 수도 있다.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메타 버스 적용 수업에 참여하며 크리에이터로서의 능력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건 아니다. 메타버스 활용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 세계에 대한 과몰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학생들이 가상과 현실 세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아바타와실제 자신의 모습 가운데 무엇이 ‘진짜 나’인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본캐(본 캐릭터)’와 가상 세계 속 ‘부캐’ 간 간극이 큰 경우 만족감이 높은 부캐에 애착을 갖고 메타버스에 지나치게 몰입, 중독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메타버스를 현실의 도피처로 삼을 우려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성희롱 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현재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메타버스 안에서의 사물이나 공간을 훼손하고 창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의 발생 가능성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리 교육 효과가 뛰어난 공간이라도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과 플랫폼 차원에서의 대응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가 어린이, 청소년의 바른 성장을 돕는 플랫폼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놓치면 미래가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건강한 메타버스 미래 교육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과 실행 가능하고 발전적인 교육방법의 체계화 등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