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매거진 Magazine
Monthly Magazine
July 2022 Vol.59
배움 더하기 아이콘 이미지

배움 더하기

꿈 너머 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세종시엔 체육수업에 접목하기 위해 킨볼동호회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국가대표 활동까지 한 체육 교사들이 있다. 2018년 체육 교사 킨볼동호회로 출발한 ‘킨더조이’ 속 선생님들이 그들이다. 팀을 이끌어가는 김준도, 이지현 교사는 킨볼을 ‘모두가 주인공인 스포츠’라 말한다. 협동과 배려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오늘도 학생들과 더불어 성장 중이다.

박현채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 킨볼:배구형 스포츠로 지름 1.2m 공을 가지고 3개 팀으로 나누어 공격 수비를 번갈아 실시하는 실내 구기 종목

할 때마다 새로운 ‘뉴 스포츠’ 킨볼의 매력

같이 뛴다는 게 이토록 행복한 일인지 그들은 요즘 날마다 벅차게 느끼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해오던 연습 일정이 문득 취소되고 얼굴을 마주하는 일조차 힘들었던 지난 2년. 그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매주 2회씩 킨볼 연습을 함께하는 ‘일상’으로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그게 참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난다. 봄꽃들이 져버린 지 이미 오래인데도 그들은 다시봄날을 살고 있다.
“연습도 경기도 내내 못하다가 지난 6월에 ‘킨볼 챔피언십 리그’를 가졌어요. 그 대회를 위해 5월 초부터 연습을 재개했는데, 신기하게도 예전에 시도했던 ‘작전’들을 몸이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달리기나 근력 운동 등으로 각자 체력을 단련하다 모처럼 함께 공을 잡으니 맨 처음 시작할 때처럼 들뜨고 설레요. 킨볼의 즐거움을, 동료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킨더조이 ‘리더’ 김준도 교사(한솔고등학교)의 말이다.
지난 6월 시작된 ‘2022 한국킨볼협회 협회장배 조마코리아 킨볼 챔피언십 대회’는 오는 10월까지 매월 개최된다. 각 지역의 팀들과 서로 유쾌히 경쟁하면서 킨볼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제 시작이다. 내년엔 아시안컵 킨볼 대회를, 내후년엔 킨볼 세계월드컵을 다름 아닌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한다. 킨볼은 1984년 캐나다의 체육학자 마리오 두마가 개발한 ‘뉴 스포츠’로 2008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은 낯선 이름이다. 킨볼을 확산시킬 최고의 기회를 앞두고 그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이들도 정말 즐거워해요. 체육 시간에 킨볼 수업을 재개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벌써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짭니다. 킨볼은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전이 무수히 많은 경기예요. ‘경우의 수’가 많은 까닭에, 매 경기가 처음처럼 새롭다는 매력이 있어요. 교사로서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 수업을 해나가는 걸 지켜보는 게 여간 흐뭇하지 않아요.”
이지현 교사(다정중학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다.
2019 킨볼 코리아 오픈 대회에서 우승한 ‘킨더조이’

동호회로 시작해 국가대표팀으로 성장하다

‘킨더조이’는 2018년 3월 세종시의 체육 교사들이 결성했다. 킨볼이란 스포츠를 함께 배우고 즐기면서 체육수업에 접목도 해보려는 12명의 교사가 뜻을 모았다. 가장 먼저 킨볼의 매력에 빠진 건 김준도 교사다. 체육 교사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 연수에서 킨볼을 배운 그는 그 연수로 인연을 맺은 손철 감독(현 킨더조이 감독)으로부터 킨볼을 계속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킨볼을 통해 ‘운동’과 ‘교육’의 이점을 모두 취해보라는 게 손 감독의 뜻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 친분을 유지해오던 세종시 체육 교사들을 모아 킨볼동호회를 결성하고, 5년째 ‘가족 같은’ 팀을 이끌고 있다. 놀라운 것은 킨더조이 멤버 가운데 4명(김준도, 이지현, 양승택, 이재우)이 2018년 10월에 열린 중국 아시안컵 킨볼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개최국인 중국을 누르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메달 수여식 때 울려 퍼지던 애국가를, 그 순간의 뭉클한 감동을 그들은 여태 생생히 기억한다.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선발전에 출전했다가 얼떨결에 국가대표까지 됐어요. 저(김준도 교사)는 축구선수 출신이고, 이지현 선생님은 육상선수 출신이에요. 각자의 전공으로는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킨볼로는 그 꿈을 이룬 겁니다. 우리가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자 국가대표가 킨볼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했어요.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걸 학생들 스스로 믿게 된것 같아요.”
결성 초기 12명의 체육 교사가 활동하던 킨더조이는 현재 5명의 교사와 5명의 학생이 함께하는 ‘사제동행 동아리’가 되어 있다. 스승과 제자이기 전에 같이 뛰는 ‘동료’로서 끈끈하고 애틋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킨더조이에 소속된 5명의 교사는 ‘운동동호회’이기 전에, 수업 관련 정보를 나누는 ‘교사연구회’이기도 하다. 운동선수 출신이 아닌 양승택 교사(금호중학교)는 순수 체육교육 전공자로서 자신만의 수업방식을 팀원들과 열심히 공유 중이다. 함께 연습하고 같이 연구하면서 더불어 따뜻이 성장해간다.

약자를 배려하고 협동이 기본인 전인적인 스포츠

“체육 교사들은 수업을 통해 수많은 종목을 시도해요. 그 가운데 킨볼이 가장 ‘교육적’인 것 같아요. 축구나 야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는 ‘키 플레이어’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지만 킨볼은 모든 선수가 다 같이 경기를 이끌어야 이길 수 있거든요. 세 명이 공을 받친 상태에서 한 명이 공을 패스하면(공격) 그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공을 살리는 것(수비)이 킨볼의 기본 규칙이에요. 혼자서는 패스조차 할 수 없어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협동’ 스포츠가 킨볼입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스포츠라는 것도 이 경기의 매력이다. 두 팀이 겨루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킨볼은 독특하게 세 팀이 겨루는 경기다. 한 팀이 공을 놓치면 나머지 두 팀이 1점씩 얻고, 1위 팀은 점수가 가장 낮은 3위 팀을 공격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착한’ 스포츠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학생들은 저절로 포용과 배려를 배워간다. 배려의 스포츠답게 킨볼은 성격이 소극적인 학생들의 ‘잠재력’도 소중히 발굴해 준다.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은 자신의 운동 재능을 미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킨볼이 큰 도움이 된다. 모든 팀원을 참여시키는 킨볼 특유의 규칙 덕분이다.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킨볼대회에서 수상한 메달
어느 팀이 먼저 공격할지 결정할 때 사용하는 ‘주사위’

통합의 스포츠, 킨볼의 대중화를 꿈꾸다

“끈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1등은 2등만 공격할 수 있고, 2등과 3등은 1등만 공격할 수 있거든요. 규칙이 그러하니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요. 그 덕분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죠. 그 결과가 승리일 경우 아이들의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향상돼요.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게 아이들의 자존감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팀원으로서의 소속감을 통해, 정서도 안정되고 성격도 밝아집니다. 소위 말하는 ‘사회성’ 을 기르는 데 이보다 좋은 스포츠가 없어요.” 킨볼은 보기보다 엄청난 근력이 필요한 경기다. 거기다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지성, 상황을 빨리 판단하는 민첩성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킨볼을 ‘전인 발달 스포츠’라 부르는 이유다. 전인 교육이 이뤄지면서 아이들을 이해하는 눈이 밝아졌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밝은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니 사제 간의 소통이 눈에 띄게 원활해졌다. 이 좋은 스포츠를 더 널리 세상에 알려 좀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게 그들의 꿈이다.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됐잖아요. 우리도 열심히 연습하고 좋은 성적을 내서, 온 국민의 생활 속으로 킨볼을 들여오고 싶어요. 다른 나라엔 3대가 함께하는 패밀리 킨볼 대회도 있어요.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도 큰 몫을 해 주리라 생각해요.”
킨볼은 ‘작은 것만 귀엽다’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스포츠다. 킨볼 공의 지름은 무려 1.2m다. 눈 뭉치를 함께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듯 크고 귀여운 공을 같이 굴리며 그들은 오늘도 따뜻하게 미래로 나아간다. 케이 로고 이미지
꿈 너머 꿈

'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