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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2 Vol.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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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더하기

오늘의 학교

창의적 인재를 만드는
'주체적 사고' 교육의 중요성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요.”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다.
과연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만이 공부를 잘하는 비결일까?
교육심리학자 신종호 교수는 공부가 진정한 배움의 여정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해법을 고민한다.

정라희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권위적 학습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열심히 학습하는 만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적합한 방식인지에 관해서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단기간에 평가를 잘 받으려고 하는 공부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교육심리학자 신종호 교수는 “학생들이 한 개인으로 생활하며 자기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같은 생각을 전하고자 학부모를 위한 교양서 「우리 아이 학습 마라톤」을 출간하고, 서울대학교 학습창의센터를 개설해 미래 인재의 학습 역량과 창의성 계발을 위한 해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은 ‘권위’적인 평가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요. 타인의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쉽게 좌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종호 교수가 주로 연구해 온 교육심리학은 교육에 참여하는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심리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머리로 하는 공부에 마음이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셈이다.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생겨 더욱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가벼운 좌절을 겪어도 그 고비를 잘 넘지 못해요. 잠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제대로 이겨낼 힘을 키우지 못한 거지요.”

아이의 마음을 나누고 잠재력을 찾는 교육의 힘

신종호 교수는 “학습은 단거리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교와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빠르게 결과를 얻지 못하면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쉽사리 접는 경향이 크다.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서 학생들도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해 버린다. 교사와 부모의 기대가 학생들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심리학에서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제다. 그리스 신화에서 힌트를 얻은 이 이론은 미국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즌솔과 레노어 제이콥슨이 정리했다.
“교사나 부모가 겉으로 티 내지 않아도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이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과도한 목표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에 대한 기대를 마음속으로 이미 접어버린 것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교사와 부모가 학생들과 ‘대화’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다른 학습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면, 학생들이 공부하다 좌절했을 때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어린 시절에는 학업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준 어머니의 지지와 격려가 결국 그를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게 했다.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자녀가 지닌 장점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도록 했습니다. 교사나 부모가 설정한 목표를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하는 대신 아이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나누면서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교사나 부모가 설정한
목표를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하는 대신
아이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나누면서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학부모 10분 특강 [출처:전국학부모지원센터 유튜브]
자녀의 혼자하는 공부 역량을 키우려면? _학부모 10분특강(2021)
[출처:전국학부모지원센터]

‘창의 인재’는 자기만의 질문을 만드는 것이 핵심

여전히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 곧 ‘시험을 잘 보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하지만 신종호 교수는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능력 중 하나”라고 말한다. 기존 지식을 이해하고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작은 영역에 집중된 현재의 교육은 진정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교육의 변화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어 있고 온라인 교육도 언제든 가능하지만, 수업 내용은 칠판에 분필로 판서하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교육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해서 교육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교육 현장에 뛰어든 제자들도 이상과 실제의 거리감에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잦다. 신종호 교수는 교과서 내용을 공유하고 시험을 치르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기존 교육의 틀을 하루빨리 깨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교수 사이에서도 이 같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종호 교수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자 ‘서울대학교 창의성을 위한 교수 모임’에 동참했다. 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이 함께 저술한 「창의혁명」에는 이 같은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흔히 창의성을 새롭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그러자면 창의성의 구성 요소인 ‘독창성’, ‘고유성’, ‘유창성’, ‘융통성’ 등을 기를 수 있는 사고의 경험을 많이 겪어야 한다고 하지요. 저는 이런 주장은 연구적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창의 인재들의 출발점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과정에서 자기만의 질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신종호 교수 역시 서울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교수 임용 초기에는 그도 외부의 평가에 자신을 맞추느라 수동적 태도를 취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교육자를 키우는 교육학자로서 자주 부담을 느꼈고, 연구자이자 교수자로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 싶은 바람이 컸다. 스스로도 교육학이라는 좁은 영역에 사고가 갇히는 것을 방지하려고 계속해서 틀 밖으로 벗어나고자 했다.
“평소 교육학 외에 다른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읽고, 저와 상관없는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으려고 해요. 교육학이라는 한정된 학문에만 갇혀 있으면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제 논의를 확장할 힘을 키우기 어려우니까요.” 그가 생각하는 독서는 지식 습득을 넘어 사고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책 속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독서의 일차 목표일 뿐 책에서 얻는 지식에 자기만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어야 한다.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주체적 생각으로 지혜 쌓기

신종호 교수는 캠퍼스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그가 강의하는 ‘교육심리학’ 수업은 다른 어떤 수업보다 먼저 수강 인원이 찬다. 덕분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섭외 요청을 받기도 했다.
“강의를 시작하는 첫날이면 항상 그 수업의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지식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주체적 사고 경험을 쌓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이론을 배워도 그 이론이 왜 의미 있는지 알지 못하면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업할 때 이론을 제안한 사람들의 성장 과정이나 에피소드를 자주 들려줍니다. 자기 생각을 추구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학생들도 단순(죽은) 지식으로 여기기보다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평생교육이 중요해지는 지금, 교육의 영역은 학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렇기에 신종호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미래의 교육학자들이 기존의 한계를 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역시 선배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제 몫을 하고자 애쓰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앞서 우리 교육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좀 더 나은 답을 건네기 위해 신종호 교수도 부지런히 씨름하며 자기만의 생각을 펼쳐가는 중이다 .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