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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2 Vol.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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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미래 먹거리,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
컴퓨터 활용능력은 기본, 논리력·문제 해결 증진이 교육의 핵심

IT 공룡 기업들이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시대.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산업군이다. 그래서 관련된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기초 체력을 다지듯 양질의 기술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개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담아내는 기획력 증진 교육도 필수이다. 함께 협동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훈련도 중요한 과정이다. 테스트가 목적이 아닌, 결과물을 얻어야 하는 수업인 만큼 교과 수업과는 전혀 다른 형식이 적용되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그동안 우리의 학교에서 이뤄져 온 소프트웨어 교육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함께 살펴보고 고민해보자.

김지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자

확대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의무화 정책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됐다. 지난해 2학기부터는 인공지능(AI)이 ‘인공지능 기초’와 ‘인공지능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고교 진로 선택과목에 포함되었다. 2025년부터는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모두인공지능 교육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공교육 현장에서의 관련 소식도 바삐 들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교육 수업 지원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는가 하면, 교육부는 전국 초등 교사의 30%(약 6만 명)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등 5~6학년 실과 교육과정 내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에 인공지능 교육을 연계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하고 알고리즘·소프트웨어 코딩·데이터 분석·머신 러닝·인공지능 윤리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학부모 입장으로서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 내용들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듣던 말들이 아이들 교과서에 나온다고요?”라는 반응이다. 또는 “학원가에 하나둘 들어선 코딩 학원, 드론 학원, ‘인공지능 어쩌고 교육’ 간판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부모 세대는 어릴 적 배워본 적 없으니 가르칠 엄두가 안 나고,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건 국·영·수인데 프로그래밍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한다. 그렇다면 입시에 맞춰진 한국 교육 시스템 속에서 코딩, 인공지능 등을 대표로 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왜 의무화된 걸까?

논리력, 문제 해결력 증진이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

수년 전 대전의 한 메이커 교육 * 현장을 취재하러 갔을 때 교실의 모습이 떠오른다. 손바닥만 한 작은 판 위에서 알람 소리와 불빛의 작동 시간을 똑같이 조절하려고 이리저리 코드를 재배열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컴퓨터 교육이라면 ‘한메 타자 연습’만 받아온 부모 세대에겐 신기하고 낯선 모습임이 분명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은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고. 단순히 ‘컴퓨터가 쓰는 말’을 외우고 배우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로봇이나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적 언어를 습득하는 것도 큰 틀에서의 소프트웨어 교육 목표지만, 코딩을 통해 알고리즘을 짜보고 그 구조의 논리성을 검증해보는 여러차례의 과정에서 아이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키워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처럼 짠 코드를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을 다시 해결하기 위해 창의력과 논리력을 높이는 데 소프트웨어 교육의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진행되는 교실 안 풍경을 상상해보자. 옆자리 친구가 짠 코드와 자신이 조직한 코드를 비교해보며 둘의 코드를 합해 새로운 코딩 결과물을 내놓기도 할 테고, 수십 번 실패하면서도 문제점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도전 과제를 부여받고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스마트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메이커 교육 : 학생이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컴퓨터로 전자기기를 다루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발견을 촉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핵심 산업군으로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 산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D.N.A.) 성장과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는 ‘2021 4차 산업혁명 지표’에 따르면 디지털 뉴딜 핵심 사업인 데이터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4.3% 성장한 19조 2,736억 원 수준이며, 공공데이터 개방 건수도 전년 대비 63.4% 증가한 5만 5,561건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서비스 가입 수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유료 이용률이 각각 2020년에서 2021년에는 24.3%, 28.4%P가 증가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료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공지능 분야 또한 그 산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3% 성장했는데,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활용한 횟수가 전년 대비 153.4% 늘어난 9만 6,826회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VR·AR 기기 활용,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 간편 결제 및 송금 서비스 등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한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과 교육 및 개선 방식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디지털 기초 소양 강화를 내세우면서 정보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교과를 포함해 학교 자율시간을 활용해 정보 수업 시수를 34시간 이상 마련하도록 권장하고, 중학교에서는 68시간 이상 편성·운영을 권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학 교육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혁신함으로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학생·기업·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해 소프트웨어 가치 확산을 실현하기 위한 소프트 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하고 지속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은 산업체 수요기반의 소프트웨어 교육과정 개편 및 소프트웨어 전공 정원 확대, 소프트웨어 융합인력 양성 등 전문 인재 양성을 주도해왔으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3만 2,718명의 전공인력과 2만 1,616명의 융합인력을 배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4년제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학에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계열 신설학과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관련 산업에서 인재를 그만큼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겨울에 만난 경희대학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 박성배 교수는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전망이 매우 밝다. 인공지능 계열은 인재난이 극심한 분야”라며 “관련 전문가 양성 속도가 인공지능 산업의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어린 학생들에게 컴퓨터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 없이 ‘컴퓨팅 사고력’을 강조하면서 ‘모래 위의 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기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이 인터넷상의 정보를 소비하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정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활동에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활용 능력에 대한 기본 기술을 장착하고 창작적 사고로 깊이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맘껏 실험해볼 수 있는 교육방식에 대한 혁신도 분명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공을 이끌고 우리 사회의 양적·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소프트웨어 추천 입문서 「수학과 함께하는 AI 기초」

‘일단 배워두면 좋다’고는 하지만 학부모 등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교육, 인공지능 교육이 낯설다. 「교육방송(EBS)」에서 출간한 「수학과 함께하는 AI 기초」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입문서이다.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전무가 SNS를 통해 ‘EBS가 이렇게 멋진 AI 교육 자료를 준비해서 공개했네요’라며 공유하기도 한 책이다. 해당 교재는 교육 방송 플랫폼 ‘이솦’(www.ebs소프트웨어.kr)에서 무료로 내려받거나 책으로 구입할 수 있다. 수학과 정보 과목 교사들, 교수 등 5명이 협업해 썼는데 과목 간 융합을 기초로 해 만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상은 고등학생이지만 이분야에 관심 있는 20~60대 어른에게도 적합한 수준의 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