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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2 Vol.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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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강윤희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배우는 사람’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주’를 통해 탈북민의 과거와 현재를 날마다 새롭게 공부한다. 하늘꿈중·고등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국내 최초의 대안학교다. 이 학교에 몸담은 지 올해로 14년째.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학생들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연구하면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왔다. ‘사랑’이 그 핵심이다.

박미경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탈북청소년 맞춤형 교육

그는 오늘도 감동의 숲을 거닌다. 1년 365일 가운데 졸업생이 이 학교를 방문하지 않는 날은 거의 없다. 개교 이래 하늘꿈중·고등학교를 거쳐 간 학생은 약 550명(정식 졸업생 300여 명)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그들은 살다 문득 생각이 나면 음료나 과자를 사 들고 이곳에 온다. 고향 집을 찾듯 ‘모교’를 찾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교사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졸업생들을 반긴다. 교육의 다른 말이 ‘사랑’이라는 걸, 이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경험으로 이미 안다.
“하늘꿈중·고등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국내 최초의 대안학교예요. 시작은 ‘교육’의 개념이 아니었어요. 목사님이시기도 한 임향자 교장 선생님께서 2003년 한 선교사에게 북한을 이탈한 6명의 고아 이야기를 듣고는 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처음 문을 여셨지요. 보살피려니 가르쳐야 했고, 결국 대안학교 형태로 만들어졌어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이 학교는 현재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는 물론 교육청과 통일부에서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하늘꿈중·고등학교만의 독특한 교육과정이 있다. 이 학교의 커리큘럼은 철저히 ‘맞춤형’이다. 탈북청소년들의 특성을 오랜 시간 분석하고 연구한 뒤 그에 걸맞은 교과를 체계적으로 촘촘하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탈북청소년은 본인이 북한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북한에서 태어난 9~24세 청소년을 말해요. 언어와 문화, 사회체제, 행동 양식 등 모든 것이 우리와 다릅니다. 탈북청소년 교육은 그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해요. 그런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배울 거리’더라고요. 가공된 자료가 아닌 북한의 실제 모습을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이나 생계 활동에 동원되는 만큼 탈북청소년들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초학습 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현주소를 꼼꼼히 파악한 뒤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과를 편성하는 것. 그 작업을 하는 데만 꼬박 10여 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하늘꿈중·고등학교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은 아이들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통을 가슴에 품고, 희망을 찾아가는 아이들

2015년 교육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뒤부터는 한국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과 탈북청소년의 삶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절충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일반교과 외에 컴퓨터 실습, 세계사, 생활과 인성, 글쓰기, 진로와 직업, ‘1인 1악기’ 등 탈북청소년을 위한 특성화 교과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탈북청소년이 많다. 한국말을 구사하는 정도가 학생별로 매우 달라 한국어 수업을 세 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과 개발 중심에 강윤희 교사가 있다. 2016년까지 사회 과목을 가르치던 그는 교무부장과 고3 담임을 거쳐 현재 하늘꿈중·고등학교의 연구부장을 맡고 있다. 교과 개발뿐 아니라 외부와의 협업 프로젝트도 그가 진행한다. 학내에서의 AI 활용 교육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 UN 산하기관과 세계시민교육개발안 작업 등이 그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갖고 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가난하게 살다가 어머니라도 먹여 살리겠다며 홀로 탈북한 아이가 있어요. 탈북과정에서의 트라우마로 사람을 두려워하던 그 아이는 학습에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학을 졸업한 뒤 결혼해 아기를 기르고 있어요. 자신의 어머니는 아직 북에서 모셔오지 못했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요.”
탈북 후 중국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 온 어머니 밑에서 자란 한 아이는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상처의 깊이와 우울의 무게가 다른 아이들과는 또 달랐다. 지난봄, 대학생이 된 그 아이는 ‘웃을 줄 아는’ 스무 살이 되어있었다.
“중국에서 아이를 낳고 자신만 한국에 온 여학생들도 있어요.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친구들이죠. 고통을 가시처럼 품고 살면서도 삶의 희망을 스스로 찾아가는 걸 볼 때 가슴이 뭉클해요. 우리 아이들은 졸업 후에도 학교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요. 학점을 잘 받았거나 어떤 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 자신들이 이룬 것을 우리 교사들에게 번번이 알려오죠.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자신들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삶은 눈부시게 달라져요.”
매월 열리는 생일 축하파티를 위해 모인 아이들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교육하는 보람

그는 ‘교육자’를 꿈꾼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실 변호사가 되기를 꿈꿨었다. 2009년 어느 날,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던 그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임향자 교장이 이 학교의 교사가 되어줄 것을 권유했다. 평소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이 많던 터여서 ‘잠시’ 있을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그렇게 시작된 걸음이 ‘무려’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큰 변화가 생겼다. 대학에서 국제정치와 경제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어있다. 탈북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고, 그 우주를 변화시키는 일이 곧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그는 교육자로서 정체성이 확고해졌다. 대학원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한 것도, 석사 논문으로 「탈북청소년의 교육적 성장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쓴 것도, 교육자라는 ‘천직’ 속에서 해낸 일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60%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해요. 여느 기숙사와 달리 교사 1명과 학생 5명이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 형태지요. 저도 2012년부터 3년간 아이들과 함께 살았어요. 돌아보면 아이들과 한집에서 부대끼던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에요. 함께 살던 네 학생 중 2명은 지금 아기엄마가, 다른 2명은 교사가 되었어요. 2명의 아기엄마는 저와 ‘육아 동기’이고, 교사가 된 학생 중 1명은 현재 우리 학교 기숙사 교사로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자이기 이전에 동반자가 되었죠.”
그는 탈북청소년이야말로 ‘통일시대를 이끄는 인재들’이라 생각한다. 통일의 문이 열리면 두 문화권을 이해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고, 그때 북한 사람의 시각과 남한사회의 선진기술을 모두 가진 탈북청소년의 역할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꿈중·고등학교에는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직종으로 진출한 학생이 많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들이 통일 후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활약한다면 남과 북이 함께 성장하는 데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탈북청소년을 교육하는 일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나날이 커지는 이유다.
“어떤 참담함 속에 놓여 있어도 좋은 학교와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모든 학생이 훌륭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더 많은 교사가 어둠 속 학생들을 밝은 곳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교사들을 지원하는 교사’가 돼주고 싶어요.”
그는 더 좋은 수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날마다 논의한다. 수시로 변화하는 탈북청소년들의 상황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다. 교육과정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여정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더 멀리 더 오래갈 수 있다는 ‘행복’의 비밀을 다시금 깨닫는 중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무상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꿈 너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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