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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2 Vol.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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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의 정서적·심리적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해졌다. 비대면 학습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이제는 오히려 교실 대면 수업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약화됐고, 게임이나 미디어 등 가상 세계로 도피하려는 청소년이 급속히 늘었다.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와 아픔이 무엇인지 제대로 찾아내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원 부모 교육 전문가

사회적 단절, 비대면 문화가 불러온 위기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5월 조사한 ‘코로나19 시기 청소년 및 보호자의 체감도’에 따르면 59.8%의 청소년과 82.8%의 보호자가 불안함과 걱정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청소년은 ‘짜증’과 ‘화·분노’를, 보호자는 ‘우울’과 ‘짜증’을 높은 정도로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 관심, 침착함 등은 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다. ‘화·분노’를 느낀다는 청소년은 보호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2020))
‘청소년 1388 상담 건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8월까지 ‘정신 건강’ 항목의 상담 건수는 14만 1,464건으로 월평균 1만 7,683건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다. 상담 내용별로 살펴보면 ‘정신 건강’ 관련 상담이 전체의 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인보다 낮은 회복탄력성, 이를 자극하는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은 어른보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 서툴고 회복탄력성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방법을 배워야 하고, 공감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정서적·심리적 어려움, 정신 건강 문제도 양태와 수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고, 전문가와 전문적 시스템에 의한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하다.
팬데믹으로 늘어난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접근 빈도는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용이 지나치면 불안감과 우울감이 높아지고, 이러한 부작용이 자칫 악화할 경우 자기 조절 능력도 떨어져 충동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사용량이 일평균 3시간 정도 늘었다.(출처: 저자 김현수 「코로나 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고 신체적·심리적 각성도를 높여 숙면하기 어렵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게임 이용 정도가 지속해서 증가한 ‘증가형 그룹’은 게임 이용의 증가가 우울, 불안과 함께 공격성, 수줍음, 휴대폰 이용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 탓하기 전, 새로운 환경 먼저 제공하라

그렇다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아이를 탓하기만 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원인에 해당하는 환경 요인을 보지 못하고 결과만으로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높아져 스크린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충동만 더욱 키운다.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만 좀 봐라!”라고 질책하기 전에 “뭐 때문에 힘든 것 같아?”, “뭘 도와주면 좋겠니?”라고 질문해 보자. 외부의 다른 요인 때문에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제로 질문 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 나가다 보면, 아이가 직면한 내면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대면 수업을 피하는 학생을 위해 등교 수업의 다양한 즐거움을 제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상적 경험이 달라지면 미디어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학교 내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규모 활동은 긍정적 친구 관계를 통해 즐거운 감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야외에서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거나 좋아하는 신체 활동, 스포츠를 실컷 즐길 기회를 제공하면 스트레스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네 가지 즐거움을 통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사람의 즐거움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게임이나 SNS, TV 시청처럼 별다른 수고 없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Easy Fun이다. 둘째, Hard Fun은 독서나 운동, 공부처럼 어느 정도 노력해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말하고, 셋째, People Fun은 사람들을 만날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마지막으로 Serious Fun은 극한 상황을 이겨내거나 사회와 타인을 위해 헌신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아이들과 상담해 보면 성장 과정에서 Hard Fun과 People Fun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 일상의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국민교육여론조사 (KEDI POLL)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요구하는 것 중 1순위는 ‘자기 조절 또는 자기 관리’다. 그렇다면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자기 조절 능력을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
바로 Easy Fun의 유혹을 느낄 때, Hard Fun과 People Fun의 기억이 떠오르면 자기 조절은 거의 저절로 이루어진다.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 억울하거나 아쉬운 것이 아니라 더 큰 성취의 즐거움으로 다가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 이 네 가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