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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2 Vol.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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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똑똑! 트렌드 경제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통장을 노린다!
의심에 의심을 더해도
부족하지 않은 보이스피싱 예방법

뉴스를 보면 의심스러운 돈거래 현장을 포착해 보이스피싱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출한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피해를 막는 것은 거의 드문 경우다. 실제 현장에서는 은행원이나 주변인이 말려도 무언가에 씐 것처럼 돈을 보낸 뒤 헐레벌떡 돌아와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렇듯 누구라도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은 오늘도 선량한 시민들의 돈을 노리며 접근하고 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보이스피싱의 수법과 행동에 대해 미리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신명철 변호사

신명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형사·의료 전문 변호사로 법무법인 법승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양주 남부경찰서 소속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와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도 위촉되어 활동 중에 있다

아차! 하는 순간 당하는 범죄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대학생 자녀가 보이스피싱 사범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지인의 자녀는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해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고, 이번 방학에도 평소처럼 이력서를 등록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중이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자신을 법무법인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원하는 날짜에 현장 근무를 할 인원이 필요하다면서 취업을 권유하고, 자신의 명함과 회사 주소까지 보내주었다. 지인의 자녀가 담당할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위 팀장이라는 사람은 장소와 고객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면 해당 고객을 만나 특정 금융기관을 대신해 왔다고 말하고 고객이 건네는 돈을 받아 지정 계좌로 입금하면 되는 현장 지원 업무라고 설명했다. 지인의 자녀는 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근로계약서를 전자로 작성한 뒤 집에서 대기하다가 위 팀장이라는 사람의 연락에 따라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시키는 대로 지방에 가서 고객에게 현금을 받아 지정 계좌에 입금했고, 한 건당 1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신고되었는데 공범으로 소환조사를 받아야 하니 경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현재 경찰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매달 유사 사건 상담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책을 외국에두고 국내 피해자에게 금융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현금 수거책을 여러 매체를 통해 구인, 예컨대 ‘고액 알바’ 공고를 내거나 법무법인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모집하면서 담당업무도 속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도소 수감자 사이에서 제일 억울한 사람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 학생이나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는 노년층 등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연루되어 형사처벌까지 받는 실정이다(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유죄 판결 비율이 훨씬 높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의 피해도 조심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날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수법

이처럼 현금 수거책까지 속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유인책·관리책·현금수거책 등 여러 단계를 조직해 점조직 형태로 금융 사기를 저지르는데, 총책과 유인책은 일반적으로 외국에 두고, 유인책이 무작위로 또는 불법적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화로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금전을 편취한다. 보이스피싱 사기의 주요 유형으로는 다음과 같다.
  • 유형 1. 저금리 대환대출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자가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한데 기존 대출이 있어 계약 위반이니 기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전달해 달라”라고 거짓말하고, 현금 수거책을 보내 돈을 받는 경우

  • 유형 2. 경찰 또는 검찰 사칭한 범죄 연루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자가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어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또는 “누군가 당신을 사칭해 예금 인출을 시도해 거래 내역 추적을 위해 필요하다” 또는 “세금, 보험료, 연금 등이 과다 또는 오류 징수되었으니 환급해 주겠다”는 등 거짓말을 해 계좌이체 또는 자동화기기(ATM)로 유인해 돈을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경우

  • 유형 3. 금융감독원 사칭 명의 도용

    명의 도용, 정보 유출, 범죄 사건 연루 등을 명목으로 현혹하거나 금융회사 혹은 금융감독원에서 보내는 공지사항인 것처럼 문자메시지 발송, 피싱 사이트로 유도 해 신용카드 정보, 인터넷 뱅킹 정보 등 금융거래 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사기범이 그 정보로 대출받는 경우

  • 유형 4. 자녀 납치나 사고

    자녀의 전화번호로 발신자 번호를 변조해 마치 사고 또는 납치 상태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연락 해 교통사고 합의금 등 긴급 자금을 요청하여 금전을 받는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렇듯 다양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금전 또는 금융 정보를 요구해 사기 행각을 벌인다.
따라서 금융거래 정보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하며, 현금지급기로 유도하는 요청은 100% 보이스피싱이므로 유의해야 하고, 개인정보 등을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연락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진위 확인은 갑작스러운 전화가 들어왔으니 발신자의 부서가 어디인지, 다른 연락처 등이 있는지 등을 알려주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끊어야 하고, 만약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화를 끊은 뒤 다른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검색해 상대방이 말해준 부서와 담당자를 확인하고 다른 전화기로 전화 연결을 시도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를 권한다. 전화가 걸려 온 휴대폰에 이미 악성 앱이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방법은 오직 ‘유형 숙지와 진위 확인’

보이스피싱 사기로 이미 피해를 봤다면 경찰과 금융감독원 및 송금·입금한 은행 등에 즉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지급 정지를 요청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된다면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접속해 신규 계좌 개설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하고,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 접속해 본인 명의로 개설된 예금, 대출, 휴대폰 등을 확인해 본인이 개설하지 않은 명세가 확인될 경우 즉시 신고해야 한다.
최근 부산에서 보이스피싱으로 1억 원이 넘는 돈을 빼앗긴 40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인을 적발하기도 어렵고 적발되어도 피해금을 모두 변제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유형을 미리 숙지하고,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이라며 연락해 오는 의심스러운 전화는 반드시 일단 끊고 법률 전문가나 관련 기관에 연락해 진위를 확인해 예방하기를 권한다.
또한 ‘고액 알바’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현금을 받아 이체하는 업무를 맡기는 구인 업체에는 연루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해야 하겠다.
법률 업무를 다루는 변호사인 필자에게도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며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담당 사건으로 전화가 온 줄 알았는데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느니 하는 이상한 말을 해 변호사라고 밝히고 수사 중인 범죄의 죄명, 적용 법조, 담당 검사 성명 및 소속(예컨대 형사0부) 검사실 호수, 내선 번호 등을 꼬치꼬치 캐묻자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당황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처럼 초기 전화 단계부터 확실하게 진위를 확인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조상님의 지혜처럼, 모르거나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주변에 물어보고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과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단속 및 처벌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단절되기를 희망한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