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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노키오의 꿈'이 있는 마을 이탈리아 '콜로디'

지구상 어디쯤에 ‘동화의 나라’가 있을까? 알록달록한 무지개를 손으로 만질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밤하늘의 별을 딸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보았을 ‘꿈’이다. 꿈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그 시절.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을 생각하면 어디선가 힘이 불쑥 솟아오른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동심’이다. 오늘을 사는 대다수의 어른은 어린 시절 동화나 위인전 등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탈리아 동화인 피노키오 역시 ‘할 수 있다’는 꿈을 주었던 동화 가운데 하나다. 어린 시절의 꿈과 동심을 간직한 동화의 나라, ‘피노키오’의 고향, 이탈리아 콜로디 마을에는 피노키오를 상징하는 다양한 조형물과 볼거리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코로나 종식으로 다시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날을 꿈꾸며, 콜로디 마을을 만나보자.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1. 콜로디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페스시아 역’  2. 한 일간지에 실린 필자와 딸의 여행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콜로디’

이탈리아는 많은 영화, 문학, 음악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다. 그런 만큼 나폴리, 베네치아, 피사, 밀라노, 피렌체 등 낭만적인 도시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 유명도시 말고도 곳곳에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숨겨진 명소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콜로디(Collodi)다. 콜로디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면 ‘꽃의 도시’로 유명한 피렌체가 나타난다. 이곳 피렌체에서 지방선 기차를 타고 다시 1시간쯤 더 가면 ‘페스시아’ 라 불리는 작은 기차역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바로 ‘피노키오 마을’로 잘 알려진 콜로디의 관문이다.
콜로디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소도시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페스시아역(사진 1)도 우리나라의 간이역 수준이다. 기차역을 빠져 나오면 “이곳이 이탈리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마을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순박하다. 기차역 건너편 도로변에는 마을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콜로디다. 친절하게 피노키오 그림도 그려 놓았다.
필자는 콜로디를 처음 찾아갔을 때 이 기차역 안내판을 살펴보느라 콜로디로 가는 버스를 놓친 적이 있다. 다음 버스는 두 시간(지금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 후에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일곱 살짜리 어린 딸과 함께 콜로디까지 걸어가야 했다. 날씨는 더웠고, 어린 딸의 발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하지만 딸과 함께 걸으며 보았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풍경은 지금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약 보름 동안의 유럽 배낭여행 일정 가운데 유일하게 딸을 위한 여행지가 바로 콜로디였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 딸과 함께했던 콜로디 여행은 한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사진 2)

성경,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동화 ‘피노키오’

동화 피노키오는 세계에서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으로 알려졌다. 원제는 ‘피노키오의 모험’으로 피렌체 출신의 동화작가 카를로 로렌치니(1826~1890년)에 의해 1881년 처음 발표됐다. 본래 이 작품은 1881년부터 1882년까지 36회에 걸쳐 로마의 한 지역신문에 연재되었던 동화다. 하지만 당시에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연재를 마친 이듬해인 1883년에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고 한다.
카를로 로렌치니는 자신의 동화가 유명해지자 필명을 ‘카를로 콜로디’로 바꿨다. 콜로디는 카를로 로렌치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동화 피노키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피노키오는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각인형이고 피노키오 인형을 만든 사람은 제펠트 할아버지다. 그는 피노키오가 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게 했다. 그러나 장난꾸러기인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멀리 모험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여우와 고양이에게 골탕을 먹고, 학교와 책이 없는 나라를 찾아갔다가 벌을 받아 당나귀로 변하기도 한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피노키오의 모험 여행은 계속됐다. 피노키오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파란머리 요정’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노키오는 제펠트 할아버지의 용서로 진짜 사람이 되어 착한 어린이가 된다.

  • 3. 콜로디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피노키오 공원’
  • 4. 피노키오와 제펠트 할아버지의 목각 조형물
  • 5. ‘피노키오 공원’ 입구에 그려져 있는 벽화
  • 6.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대형 체스판
훌륭한 야외 전시장, ‘피노키오 공원’

콜로디는 ‘피노키오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피노키오 공원’(사진 3)이다. 공원 곳곳에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 전체가 마치 커다란 야외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놀이공원이 아닌데도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어린아이를 동반하고 있다. 이 또한 다른 관광지와는 차별화되는 이색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피노키오 공원은 1951년에 페스시아 시장이었던 롤란도 안질로티에 의해 조성됐다. 이 공원을 조성하는 데는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 80여 명이 참여했다. 심혈을 기울여 조성된 훌륭한 조각공원인 셈이다. 현재 피노키오 공원은 문학, 공연, 놀이, 휴식 공간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원 탐방로는 동화 피노키오의 내용을 주제로 해서 조성했는데, 한 바퀴를 돌면 동화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 1981년에는 이 공원에서 피노키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가 펼쳐지기도 했다.
피노키오 공원 입구에는 피노키오와 제펠트 할아버지의 목각 조형물(사진 4)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피노키오가 그려진 작은 벽(사진 5) 옆에는 피노키오 공원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매표소를 통과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아담 하게 꾸며진 피노키오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인형을 볼 수 있다. 영상으로 피노키오 인형극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박물관을 나서면 공터 한 모퉁이에 그려진 대형 체스판(사진 6)이 눈에 들어온다. 이 체스판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즐거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피노키오 공원 곳곳에는 동화 피노키오와 관련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피노키오, 요정,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한 청동조각상(사진 7)이다. 반(半) 추상기법으로 제작된 이 청동조각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인 에밀리오 그레코가 1955년을 전후해서 완성한 작품이다. 청동조각상으로 형상화된 요정은 동화 속에서 피노키오에게 도움을 주었던 ‘파란머리 요정’이다. 이탈리아 의 조각가인 피에트로 콘사그라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청동조각상(사진 8)인데, 이 작품 역시 ‘파란 요정’을 형상화했다.

  • 7. ‘피노키오 공원’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청동조각상
  • 8. 동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파란머리 요정’의 청동조각상
콜로디 지도 이탈리아 콜로디 루카 피사 피렌체 리보르노 토스카나 주 시에나 그로세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장난감의 나라’

피노키오 공원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은 ‘장난감의 나라’ 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어쩌면 동화 속에서 1년 내내 방학만 계속되는 나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로와 해적의 동굴, 그리고 비뚤 어진 거울 등이 있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피노키오가 자신을 만들어준 제펠트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뱃속으로 들어갔던 고래(또는 상어) 조형물(사진 9)도 눈길을 끈다. 동화 피노키오 한 권이 모두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장난감의 나라’ 옆에는 모자이크 벽화(사진 10)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이 있다. 벽화의 내용은 모두 동화 피노키오와 관련된 것들이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피노키오 조형물(16m)도 피노키오 공원 뒤편에 세워져 있다.
‘피노키오 공원’ 옆에는 ‘빨간 가재집’이라는 식당이 하나 있다. 동화 속에서 이 집은 피노키오가 ‘금화가 열리는 나무’ 를 찾아가던 길에 묵은 여관으로 등장한다. 식당 건너편에는 피노키오 인형을 파는 ‘제펠트 할아버지의 집’(사진 11)이 있다. 140여 년 전. 제펠트 할아버지가 피노키오 인형을 처음 만들었던 당시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다.

  • 9. ‘장난감의 나라’에 있는 고래 조형물들
  • 10. 작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모자이크 벽화
11. 기념품 가게인 ‘제펠트 할아버지의 집’
tip 모네와 인상주의의 태동
인상주의 화풍의 효시로 간주되고 있는 작품인 ‘인상, 해돋이’
1874년의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서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30여 명의 무명예술가가 참여한 전람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전람회에 참석한 평론가와 기자, 미술 애호가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동안 그들이 익숙하게 접해왔던 것과는 다른, 전혀 딴판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의 미술 애호가들은 뚜렷하게 묘사된 풍경화와 인물화에 매료되어 있었다.
미술 평론가이자 기자인 루이 르루와는 ‘인상주의자들의 전람회’라는 기사를 통해 “벽지의 그림도 이보다는 낫겠다”, “예술의 본질은 찾아볼 수 없고 표면적인 인상만 남아있다”라고 혹평했다. 그리고는 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인상주의 화가’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인상파’ 또는 ‘인상주의’라는 명칭은 바로 이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인상파’ 또는 ‘인상주의’라 불리는 화풍은 미술사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림의 대상을 뚜렷하게 묘사하지 않는 인상파 화풍에 많은 사람이 낯설어했다. 인상주의 화풍의 가장 큰 특징은 움직이는 풍경, 다시 말해 빛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으로 사물을 찍는 것처럼 정지된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실체를 화폭에 옮기는 기법이다.
당시 미술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혹평을 받았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인상, 해돋이’(사진 14)는 모네가 1872년에 그린 작품이다. 인상주의 화풍의 효시로 간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출의 아름다움보다는 일출이 주는 순간적인 인상을 잘 표현한 수작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은 파리의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마르모탕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