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Magazine
Monthly Magazine
February 2023 Vol.66
행복 곱하기 아이콘 이미지

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 철원군은 대표적인 겨울 철새이자 보호종인 두루미의 보금자리로 잘 알려진 고장이다. DMZ두루미평화타운과 평화전망대 등지에서 다양한 철새들을 관찰하고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 위를 거닐며 화산지형을 감상하는 일은 지금 이 계절에만 만끽할 수 있는 이색 여행 테마가 될 것이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철원군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화산과 용암이 빚은 땅 철원평야

영겁의 세월 너머, 오래전 옛날 오리산의 화산 분출로 인해 쏟아져 나온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한탄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비옥한 평야는 남한 최북단에 자리 잡은 철원땅을 고대 왕국의 수도로 발돋움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면적이 650㎢에 달하는 철원평야는 서울의 모든 구를 다 합친 것보다 넓어 농사에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너른 땅 한복판에는 철새들의 겨울 보금자리인 ‘철원 철새 도래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한겨울에도 땅속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먹이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시베리아에서 머물다 가을부터 철원평야를 찾아오기 시작하는 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 등의 철새들은 겨울을 이곳에서 지낸 뒤 다시 고향인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혹독한 추위와 험준한 지형 등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철원은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좋은 생명의 땅이었던 것. 왕건, 견훤과 함께 고대 한반도의 패권을 두고 자웅을 겨루었던 궁예가 평강고원이 북쪽을 방어하고 그 아래로 철원평야가 펼쳐지는 풍천원에 도성을 건립하여 태봉국의 도읍으로 삼았던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DMZ두루미평화타운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의 신비로운 날갯짓이 궁금하세요?

철원군 내포리에 위치하는 철새 도래지는 국내 최대의 두루미 서식지로 알려진 만큼 두루미, 재두루미를 포함해 우리나라를 찾는 모든 종류의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지난 1973년 일찌감치 철원평야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또한 철원평야에는 쇠기러기를 비롯해 보호종으로 지정받은 다양한 종류의 수리류(독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가 겨울을 나는 월동지로 유명하다. 새를 관찰하는 일을 취미로 삼고 있는 탐조인들이나 조류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가들이 매서운 겨울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이유다.
비무장지대를 제외하고 관광객의 접근이 허용된 장소 중 철새를 관찰하기 가장 적합한 곳으로는 DMZ두루미평화타운, 철원평화전망대가 꼽힌다. DMZ두루미평화타운은 옛 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전시관 및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철원을 대표하는 겨울 철새인 두루미의 생태를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평화타운 전시관 1층 홀에는 두루미를 촬영한 초대형 파노라마 사진이 걸려 있으며 다목적실로 이용되는 도서관에는 철원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모형과 사진 그리고 관련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다.
삽슬봉 아이스크림고지 삽슬봉 아이스크림고지

DMZ두루미평화타운에서는 겨울철 두루미 관찰 탐방 프로그램을 2개의 코스(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1코스는 비무장지대 일원 두루미 탐조, 2코스는 한탄강 일원 두루미를 탐조하게 된다. 두루미 탐조 프로그램은 학생(6천 원)과 일반인(1만5천 원)으로 구분해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철원군 내 식당, 마트, 전통시장, 주유소 등지에서 현금처럼 이용 가능한 5천~1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할 뿐 아니라 탐조 차량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이용객의 부담을 줄였다. 최대 4인까지 숙박이 가능한 미니 펜션(13만 원) 역시 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전쟁의 상처 아문 자리에 찾아온 철새들

DMZ두루미평화타운 인근 양지리마을에 위치하는 토교저수지 역시 겨울철 철새들이 머물다가는 철새도래지다. 본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대규모 인공저수지이지만 이 무렵 월동하는 기러기들이 새벽에 먹이활동을 위해 일제히 비상하며 군무를 추는 환상적인 광경을 선보인다. DMZ와 매우 인접해 있기 때문에 군부대와의 협의 하에 원거리에서만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DMZ두루미평화타운 서쪽에 자리 잡은 삽슬봉 정상에도 두루미 생태탐조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삽슬봉은 한국전쟁 기간 중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던 장소로 극심한 포격으로 인해 산이 마치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 무너져 흘러내렸다 하여 철원 토박이들 사이에서는 ‘아이스크림고지’라고 불린다.
또 하나의 철새 탐조 포인트인 철원평화전망대는 철원군 동송읍 중강리의 동송저수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휴전선 바로 아래 있는 까닭에 1층은 전시관, 2층은 전망대 그리고 3층은 군부대의 휴게시설로 이용되고 있으며, 전망대에서 휴전선 너머 비무장지대는 물론 현재는 북한 지역인 평강고원과 선전마을 그리고 월정리역과 궁예가 건국한 태봉국의 도성 터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이다. 또한 노약자도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는 모노레일도 운행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철원의 명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철원평화전망대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끼는 안보 관광지를 목적으로 조성된 시설이지만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 탁 트인 전망 때문에 철새들을 관찰하기에도 좋은 장소로 꼽힌다. 전망대 서쪽 동송저수지 너머로 천연기념물 245호 철원 철새 도래지가 펼쳐져 있어 멀리 두루미들이 한데 모여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토교저수지 토교저수지
평화전망대 평화전망대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 한탄강 송대소 주상절리

한탄강 비경 만끽하며 걷는 얼음 트레킹

남한 최북단에 위치하는 철원군은 지리적 특성상 겨울 추위가 매우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이 무렵 철원의 젖줄 한탄강은 꽁꽁 얼어붙어 2월까지 얼음 위를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철원군은 다른 계절에는 불가능한 이러한 특성을 십분 활용해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8km 구간을 한탄강 얼음 트레킹 코스로 지정하고 매년 1월 중순경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는 1월 말에 종료되지만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2월까지 이어진다. ‘물윗길’이라 이름 붙여진 얼음 트레킹 코스는 한탄강 위에 부교를 띄워 조성한 2.7km의 탐방로와 강변 탐방로 5.3km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절경을 강줄기를 따라 걸으며 감상하는 특권이 주어진다. 과거 지형적 한계로 인해 단절된 구간이 많았던 한탄강 트레킹 코스는 물윗길이 개통되기 전까지 도보로 여행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트레킹 출발 지점인 태봉대교에는 매표소와 주차장, 화장실, 셔틀버스 승강장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중간 기점인 은하수교, 고석정 그리고 트레킹 코스가 끝나는 순담계곡에도 매표소와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개인의 체력을 고려해 일부만 걷는 것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1만 원, 청소년 4천 원, 어린이 3천 원이며 DMZ두루미평화타운과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구입하면 철원사랑상품권을 지급받는다.
한탄강얼음트레킹 송대소 한탄강얼음트레킹 송대소
5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사이에 10여 회 가량 분출된 오리산 용암이 강줄기를 따라 흐르다가 물을 만나 굳어지면서 형성된 기기묘묘한 지형들과 함께 거대한 빙벽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은 그야말로 겨울 한탄강의 백미라고 표현해도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비경으로 다가온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의 가치는 연간 10만여 명에 달하는 방문객수가 입증한다. 특히 주상절리, 베개용암 등의 화산지형은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전세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겨울 추위가 봄볕에 밀려 사라지기 전에 얼음 위를 걷는 짜릿함과 함께 한탄강 비경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눈과 얼음이 빚어내는 순백의 추억과 함께 말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철원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한탄강과 철원평야의 청정한 맛

  • 그리운 고향의 맛을 담은 아바이순대

    아바이순대를 맛볼 수 있는 철원군 서면 평남면옥(033-458-2044)은 평안남도 개천 사람이었던 창업주가 전쟁통에 남쪽으로 피난 내려왔다가 구호주택 한켠에 차린 식당으로부터 시작됐다. 묘향산 자락에서 음식점을 했던 창업주 부모의 어깨너머로 보았던 요리 중 하나가 아바이순대였는데 당시 세상이 흉흉했던 난리통이었던지라 가게도 여러 차례 옮겨다녀야 했다고. 아바이순대를 듬뿍 넣은 순대국과 꿩냉면도 이 집을 찾는 단골들이 즐겨 먹는 메뉴로 창업주의 손맛을 물려받은 아들은 지금도 꿩고기를 다듬고 뼈를 우려 육수를 내면서 옛 생각에 빠져들고는 한다. 철원김화의 맑은 햇살 아래 자란 쌀과 식재료를 듬뿍 넣은 순대와 꿩냉면은 그야말로 잊혀져 가는 우리의 맛이 아닐까.
  • 한탄강에서 잡아올린 활력의 맛 매운탕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 한탄강 상류에서 잡은 잡어와 메기를 넣어 끓인 매운탕은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먹거리로 정평이 나 있다. 한탄강매운탕(033-452-8878)은 잡어매운탕, 메기매운탕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매운탕 전문점으로 험준한 자락의 물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산간지방에서 흔하게 맛볼 수 있는 도리뱅뱅과 어탕국수도 취급한다. 한탄강매운탕은 향어, 메기, 모래무지 등을 이용해 매운탕을 조리하는데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을 뿐 아니라 국물에서도 정성가득 담은 깊은 맛이 우러나와 외지인들도 즐겨 찾는 철원의 대표 맛집이다. 특히 여럿이서 둘러앉아 매운탕을 먹으며 곁가지 음식으로 도리뱅뱅을 주문해 먹는다면 대화가 끊길 정도로 훌륭한 맛의 조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겨울바람 물리치는 뜨끈한 만두전골

    뜨끈한 국물과 함께 맛보는 만두전골은 철원의 겨울 추위를 잠시 잊게 해줄 만큼 고마운 음식이다. 철원군 동송읍 이평리의 너른 논밭을 마주하고 있는 민속정(033-456-1676)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만두를 빚기 시작한다. 당연히 모든 재료가 준비되어 있는 다른 식당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게 마련이지만 금방 빚은 만두와 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부재료들을 이용해 조리한 만두전골은 무엇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오묘한 맛을 선사한다. 예약도 가능하므로 미리 전화를 통해 메뉴를 주문한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전골 외에도 찐만두, 능이백숙, 오리고기 월남쌈 등도 손님들이 자주찾는 인기 메뉴이다. 고석정과 DMZ두루미평화타운 중간에 위치하여 두 곳을 오가는 동선을 계획했을 때 들리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