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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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3 Vol.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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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K 매거진 싣고 달려가는 커피트럭

지나온 세월 100년,다가올 미래 100년을 축하합니다! 아홉 번째 현장 이야기 : 대구상원고등학교

지나온 세월 100년 축하드리며,
다가올 미래 100년을 응원합니다
아홉 번째 현장 이야기 :
대구상원고등학교

1923년 4월 16일, 대구공립상업학교가 첫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4월 16일, 대구상원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차례 교명은 바뀌었지만 항일투쟁의 선봉이자 야구 명문, 학생 민주운동의 출발 지점으로 대구상원고등학교가 맞은 10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대한민국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해 온, 대구광역시의 자랑이자 동문의 자랑인 대구상원고등학교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The-K 매거진」 커피트럭이 달려갔습니다.

이경희 / 사진 이용기


역사, 전통, 야구, 민족의 얼이 담긴 곳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0년, 자그마치 한 세기를 오롯이 제자리를 지켜온 학교는 어떤 느낌일까? 대구상원고등학교로 가는 길에 품은 의문은 학교에 도착하자 과연!하는 감탄사로 바뀐다. 여느 전문 야구장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용 야구장, 한눈에도 수령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 널따란 대지와 건물들은 제각각 저마다의 세월을 품은 채 대학교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 기념 플래카드 역시 대구상원고의 자부심과 긍지를 대변하는 듯 사방에서 펄럭거리니 그 긴 세월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깃든다. 이렇게 좋은 날, 「The-K 매거진」에 사연을 보내 커피트럭을 초대한 주인공은 바로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박신정 조리사다. 100주년을 맞은 대구상원고에 대한 자랑, 점심시간이면 빠지지 않고 나와 학생들이며 교직원들에게 뜨끈한 국을 푸짐하게 떠주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이 듬뿍 묻어나는 사연이었다. 2023년 첫 번째 커피트럭 주인공이 된 박신정 조리사를 서둘러 만나보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이 임박한 탓에 일단 그 만남을 뒤로 미뤘다.
커피트럭 오픈 시간이 다가오자 슬금슬금 교직원들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직 시작 전이라 다들 망설이는 눈빛이 역력한 가운데, 교사 한 분이 용감하게 “지금 커피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커피트럭 직원이 “그럼요”하고 외치자 주변에 서 있던 교사들이 일제히 커피트럭으로 모여든다. “제가 해냈어요!” 첫 번째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받아 든 교사가 활짝 웃으며 뒤돌아 손을 흔드니 모여든 교사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구상원고 교직원들의 분위기가 단번에 파악이 된다.

동문들의 지극한 모교 사랑이 빚어낸 찬란한 역사

교사들은 직군 특성상 점심시간도 업무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과 중에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식후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탕비실이나 교무실에 비치된 커피믹스나 원두커피를 즐기는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딱 이때,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간 커피나 다양한 차 종류, 달콤하고 시원한 에이드는 오후 근무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학생들보다 먼저 점심 식사를 마친 교직원들이 커피트럭을 에워싸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각자 원하는 음료를 받아 들고 즐거워하는 이유다.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와중에 취재팀이 급식실을 살짝 방문해 보기로 했다.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식판에 차례대로 점심 식사를 받는 사이로 불쑥 올라온 키 큰 남자가 보인다. 위생복을 꼭 맞게 껴입은 채 국자를 든 사람이 바로 유진권 교장이다. 이름표에 적힌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대형 국통의 밑바닥까지 잘 저어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퍼주는 손길과 눈길에는 그야말로 애정이 한가득이다.
“처음 박신정 조리사님이 커피트럭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평범한 이벤트에 당첨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우리 교직원들과 관계가 깊은 교직원공제회에서 커피트럭을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기뻤지요. 평소 우리 아이들과 교직원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시는 박신정 조리사님이 이렇게 따로 개교 100주년을 축하해 주시고 챙겨주셨다고 하니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저는 급식 시간에 국 퍼주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데 이렇게 칭찬까지 받으니 민망하네요. 제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거든요.”
대구상원고 57회 졸업생이자 모교 럭비 선수 출신인 유진권 교장은 관리자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모교에 깊은 애정을 가진 동문으로서 개교 100주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던 차에 이렇게 챙김과 축하를 받는 것에 대해 연거푸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리 학교는 역사와 전통, 민족의 얼이 살아 있는 학교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선배님들이 태극단을 조직해 항일운동을 했고, 6·25전쟁에 나가 싸우기도 했으며, 2·28 민주운동에도 발 벗고 나섰지요. 오랜 역사 속에서 동문들의 모교 사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해에 장학금만 1억 원 넘게 조성해 후배들에게 지원하고,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동문회에서 또 장학금을 주십니다. 우리 학교가 야구 명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동문회의 힘이 컸지요. 저도 이러한 끈끈한 역사를 이어 선배와 후배를 맺어주는 멘토-멘티 제도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급식실 작업이 끝난 뒤 커피트럭에 주문한 따뜻한 쌍화차를 마시면서 털어놓은 유진권 교장의 말 속에는 자부심과 긍지, 학교의 미래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 박신정 조리사가 등장했다. 이미 교직원들에게 “커피 잘 마셨다”, “고맙다”는 얘기를 연거푸 듣고 왔다는 그의 얼굴에는 봄꽃 같은 미소가 가득하다.
“「The-K 매거진」 앱을 다운로드해 평소 열심히 보고 있었어요. 좋은 기사도 많고, 제가 급식실에서 일하다 보니 특히 식품이나 메뉴 관련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참고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다가 커피트럭 이벤트와 연관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딱 우리 학교가 떠오르더라고요. 왠지 이벤트에 응모하면 당첨이 될 것 같았어요. 하하.”
개교 100주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념일을 앞두고 작년부터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교감 선생님, 행정실 직원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분주한 상황에서 사연을 보내면 100% 뽑힐 것 같았다는 박신정 조리사가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올해로 대구상원고에서 근무한 지 3년 차인 박신정 조리사는 30년 근속자 못지않은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고 고백한다. “이곳이 내 자리라는 느낌, 100년 역사 속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자체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급식실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인 국 뜨는 일을 자청해 매일 해주시는 교장 선생님에게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늘 맛있게 급식을 먹고 잘 먹었다고 해주시는 교직원 여러분,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어요. 우리 영양사 선생님과 조리실 여사님들이 고생해 주시는 덕분에 언제나 맛있는 급식이 나가는데, 이렇게 개교 100주년을 맞아 교직원공제회에서 커피트럭까지 보내주셔서 제가 작게나마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케이 로고 이미지
유진권 교장
이정현 영양교사와 배식 도우미 학생들
Mini Interview
  • “뜻밖의 커피 한잔이 준 힐링 타임”

    김태정·황완숙 교사

    오늘 아침에 대구상원고등학교 이현정 교감 선생님께서 유치원으로 전화를 하셨어요. 오늘 학교에서 교직원공제회에서 제공하는 커피트럭 이벤트가 열리니 꼭 와서 커피를 마시라고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요.(웃음) 말 그대로 갑자기 받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으니까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방역부터 위생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매일매일이 전쟁 같았는데 다행히 코로나19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유치원 상황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더 여유 있게 뜻밖의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어 아주 행복했어요. 예전에는 원아들과 함께 대구상원고등학교 길을 같이 산책도 하곤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상원고등학교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맛있는 커피도 잘 마셨어요! 감사합니다.

  • “100년을 넘어 1000년까지”

    박기영·김태형 교사

    커피트럭이 온다는 이야기는 학교 메신저를 통해 들었습니다. 박신정 조리사님께서 「The-K 매거진」에 사연을 보낸 덕분에 교직원공제회에서 커피트럭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이었지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사들은 물론, 급식실 직원분들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비로소 예전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점심 식사 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선생님들과 대화도 하고 휴식을 취하니까 여유롭고 좋습니다. 저희 대구상원고등학교는 자랑거리가 굉장히 많은 학교입니다. 아름다운 캠퍼스는 전문대학 못지않고, 또 개교 100주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요. 무엇보다 수많은 동문이 학교와 후배들을 적극지원해 주고 계셔서 든든합니다. 사라지는 학교가 많다는 암울한 소식 속에서 대구상원고등학교의 10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 역사가 천년만년 이어지길 바랍니다. 박신정 조리사님, 커피 잘 마셨습니다!

  • “100주년 맞이 감동의 커피 한잔”

    윤여진·이영미 교사

    우리 학교 개교 100주년을 이렇게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 우리 학교 급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거든요. 맛은 물론 영양소까지 전부 신경 써서 챙겨주시기 때문에 늘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박신정 조리사님께서 이렇게 사연을 보내 커피까지 선물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학교는 식사 때마다 교장 선생님이 국을 퍼주시는데, 저희는 처음에 일회성 이벤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외부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늘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국을 퍼주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감동했습니다. 개교 100주년이라는 큰 행사를 맞아 선생님들 모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구상원고등학교 교직원 모두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