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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된 제자와 함께하는 추억여행 서경애 울산 상안초 교사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사랑할 때 모든 걸 내어준 사람은 더날 때 아쉬움이 없다고 했던가. 36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준 서경애 교사는 교단을 떠나는 일이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이 제자인 최종회 교사와 마지막 추억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음 짓는다.
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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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15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인 한 남자아이가 서경애 교사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대뜸 “선생님, 그 진주 목걸이 진짜예요, 가짜예요?”라고 물었다. 느닷없이 날아든 엉뚱한 질문에 서경애 교사는 “진짜라 하기도 애매하고, 가짜라 하기도 애매한데···”라고 얼버무렸고, 맹랑한 아이는 커서 돈 많이 벌면 진짜 진주 목걸이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난날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이들이 지금은 동료이자 선후배 교사로 함께 여행에 나섰다. 그 깜찍한 남학생이 바로 울산 동백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최종회 교사다. 이날 여행이 특별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오는 2월 서경애 교사가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에게 좋은 추억을 하나라도 더 선물하고픈 마음에 최종회 교사는 흔쾌히 이번 여행에 동참했다.
울산 대왕암공원을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오래전 추억담부터 서로의 학교 생활 안부, 앞으로의 계획까지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길고 도타운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종회가 교사가 된 후 둘이 할 얘기가 더 다양해졌어요. 특히 종회의 모교가 동백초등학교인데, 첫 교직 생활을 모교에서 하고 있어 같은 경험, 같은 감정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죠. 제자에서 이제는 교직자의 희로애락을 허심탄회하게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되었어요.”
사실 서경애 교사는 최종회 제자가 사범대학교에 가겠다고 할 때 크게 반대했다.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부담과 녹록지 않은 교육 여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밝고 긍정적인 제자가 행여 맘고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교직 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최종회 교사를 보며 이제는 제자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종회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오히려 신세대 교사상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짊어지잖아요. 그럴 때 선생님이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닮아가죠. 실제로 종회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통하고 잘 어울려요.”
칭찬이 멋쩍은지 최종회 교사는 모두 서경애 선생님께 배운 거라며 공을 스승에게 돌린다. 한데 이는 빈말이 아니다. 서경애 교사의 제자 사랑은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제자들과의 관계에서 알 수 있다.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선생님과 연락하는 제자가 많아요. 2002년 제가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는 데, 당시 저희 반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선생님과 만나고 있죠. 초 · 중 · 고등학교 12년간 ‘선생님’ 하면 언제나 서경애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장생포에서 추억을 낚은 스승과 제자주거니 받거니 칭찬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여행지인 장생포에 도착했다. 30여 년 전 고래 잡이로 전성기를 누린 장생포는 동네 개도 1만원 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자 동네로 유명했다. 하지만 서경애 교사에게 장생포는 설렘과 슬픔이 엇갈리는 곳이다.
“장생포에 있는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했어요. 당시 장생포에는 고래잡이로 큰돈을 버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난한 부두 노동자도 많았죠. 제가 처음 가르친 아이들은 대부분 노동자의 자녀들이었는데, 비록 가정 형편은 어려웠지만 다들 순수하고 착했어요.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면 짠할 때도 많았고요. 그 시절 제자들과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요. 몇 년 전에는 졸업 20주년 기념 소풍도 함께 다녀왔어요.”
기억의 조각을 하나하나 꺼내 맞추며 두 사람은 장생포 고래문화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1960~1970년대 장생포 풍경을 재현해놓은 고래문화마을에서 두 사람은 옛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창 시절로 돌아가본다. 장난감처럼 작아진 책걸상에 얌전히 앉아 보기도 하고, 벌서는 인형 옆에서 똑같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 모습이 아이처럼 해맑다. 아직 20대인 최종회 교사에게 40년 전 풍경이 낯설 법도 하건만 서경애 교사가 추억을 곁들여 조곤조곤 설명해주니 이 또한 색다른 추억으로 포개진다.
최종회 교사의 애교 섞인 장난에 웃음이 번지고, 서경애 교사는 여봐란듯이 기억 보따리를 하나 더 풀어놓는다. 서경애 교사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2002년 담임을 맡았던 당시 학급의 문집이다. ‘세상을 다 가져라’라는 제목으로 엮어낸 문집에는 한 해 동안 아이들이 작성한 수필, 일기, 편지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갈피마다 쏟아지는 이야기 속에 낯익은 이름이 스친다. 다름 아닌 최종회 교사가 학창 시절 쓴 반성문.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반성문을 보며 두 사람의 대화는 또 한참을 추억 속에 머문다.

겨울 억새의 군무는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반갑다는 의미일까, 아쉽다는 의미일까? 오며 가며 차창 밖으로 눈요기만 하던 태화강 억새군락지에 오늘은 잠시 차를 세운다. 억새가 불러일으키는 아련함 때문인지 대화는 서경애 교사의 퇴직 이야기로 옮겨진다.
“교사로서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무엇보다 착한 아이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봄소풍, 마지막 스승의 날, 마지막 여름방학, 마지막 공개수업, 마지막 가을 현장학습··· 서경애 교사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순간순간을 기억에 모으고 있다. 아울러 아낌없이 사랑해야 헤어질 때 아쉬움이 없다는 걸 서경애 교사는 36년간의 교직 생활을 통해 몸소 깨달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에게 부지런히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겨울이 떨궈낸 꽃과 잎이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되어 화창한 봄을 열 듯, 서경애·최종회 교사가 아낌 없이 나눠주는 사랑이 아이들의 봄을 꽃피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제자의 시작, 스승의 마지막을 위해 길을 나서다
대왕암공원
내가 죽으면 화장해 동해에 장례하라. 그러면 용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 문무대왕비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치렀다는 전설 덕분에 대왕암이라 불린다. 1만5000 그루의 해송, 붉은빛 기암괴석과 푸른빛 바다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풍광을 선사한다.
주소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97
전화052-209-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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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고래문화마을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의 과거를 재현하고자 2015년에 조성됐다. 고래광장, 장생포 옛 마을, 선사시대 고래마당, 고래조각정원 등 볼거리가 다채롭다. 고래잡이가 성행했던 1970년대 이전 장생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추억 의 공간이자 교육의 현장이다.
주소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244
전화 052-226-0980
이용시간 화~일요일 9:00~18:00(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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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억새군락지
대부분의 억새군락지가 산이나 언덕 위에 위치한 것과 달리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도심 한가운데 펼쳐져 있다. 해마다 가을, 겨울이면 울산 중구 · 남구 · 북구에 걸쳐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억새밭 사이로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어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와 함께해도 좋다.
주소 울산광역시 북구 명촌동 일대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

종회에게자신만의 철학과 방식으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 네 모습이 참 대견하고, 같은 동료로서 느끼는 점도 많단다. 지금처럼 아이들을 믿고 사랑하며 즐겁게 교직 생활을 해나가길 응원할게. 아이들은 항상 네 편이란 걸 기억하길 바란다. 교사가 애정을 쏟은 만큼 아이들은 그 사랑을 꼭 기억해준단다.
선생님께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쳐오셨기에 선생님의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36년 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신만큼 이제는 오롯이 선생님을 위한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요. 우리 6학년 6반 문집 제목이 ‘세상을 다 가져라’였듯 계획하신 세계 여행을 비롯해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이루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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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유선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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