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고등교육 혁신의 길,
‘교육은 속도전이 아니다’

국가의 경쟁력은 교육의 혁신과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즉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구조 변화 및 미래사회 수요에 대응하여 대학의 체질 및 고등교육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 글. 김수연(한국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 인천재능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방향 설정 및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자율 혁신과 교육의 상관관계

한국의 대학들은 자율 혁신을 위해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자율과 혁신 두 개의 키워드는 교육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대학의 혁신이 자율을 기초로 할 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즉 국가의 경쟁력은 대학의 자율성에서 비롯된다는 논리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분별해내기 위한 평가를 따라가기 위한 속도전에서 우리 대학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왔다. 살아남기 위한 평가 경쟁을 벌이다 보니 오히려 교육이 무시되고 있다는 뼈아픈 호소가 터져 나왔다. 대학에 대한 과도한 평가는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결과론적으로 대학의 내부 역량을 축적하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은 속도전이 아니다

교육의 과정에는 사람, 즉 학생과 교수가 있다. 속도를 줄이면, 속도전 속에서 소외되었던 교육 안에 있는 학생과 교수가 보이게 된다.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한 핵심 역량은 사람이다. 우리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대학의 역할은 수동적이기보다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즉 우리의 고객인 학생들이 행위주체자로서 미래를 만들어가도록 그리고 나아가 선택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역량을 키워주는 잘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학습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미래에 대처하는 경쟁력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성공을 보장하는 황금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가고 무모한 속도전을 벌이는 동안 주인공은 앞이 아닌 ‘뒤로 가는 선택’을 한다. 주인공은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이 전략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최초의 황금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주인공은 두 번째 황금열쇠는 ‘과거를 잊음으로써’, 그리고 ‘일을 즐기면 보인다’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지막 황금열쇠까지 차지하게 된다.

같이 걸어갈 수 있을 때 혁신이 일어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황금열쇠를 획득하기 위한 대학의 자율 혁신 메시지는 명료하다. 즉, 대학 내 사람에 대한 충실성이다. ‘자율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고객의 혁신 역량’을 키워 줌으로써 ‘선택한 가치에 열정을 쏟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바로 대학 혁신의 문을 여는 황금열쇠다. 대학이 혁신을 원한다면, 첫째, 대학경영과 교육의 DNA,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미래 혁신지향적 조직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은 혁신을 통해 고객인 학생과 대학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고, 그것을 구성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직은 혁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에 있게 된다. 특히 대학 구성원들에게 때로는 뒤로 가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율과 창의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야말로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기초이다. 둘째, 대학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고객, 즉 학습자에 대한 그리고 학습자를 위한 혁신에 있다.
이는 학습자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버리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학습자의 역량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그들의 니즈를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닌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먼저 필요한 역량을 발굴하고, 때로는 뒤로 가는 창의력을 키워주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수학습 인프라를 구축할 때 선도적인 고객 혁신이 가능하다.
청년 실업률 최대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앞에 놓인 미래는 얼마나 버거운 것인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일을 즐길 때’ 황금열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듯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교육학의 연구들은 배움에 대한 효능감과 효율성은 하고 싶은 공부를 즐길 때 극대화된다는 결과를 쏟아내지만,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인재를 길러낼까? 많은 학생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여전히 미래 자신의 모습으로 단정짓고 패배의식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들에게 ‘지금 너의 모습으로 너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지 말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즉, 앞으로 달려 나가라는 채찍질이 아니라, ‘같이 걸을까?’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같이 걷자고 용기를 주는 교수가 있는 대학, 학생의 성장과 발전이 곧 대학의 미래라고 믿는 기본에 충실한 대학이 끝없는 혁신으로 진화한다.
고등교육의 혁신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길 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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