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35] Be Myself

성공보다 성장을 지향하는
‘업글인간’

업그레이드를 한국식으로 줄인 말인 ‘업글’은 네티즌 사이에서 무언가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지칭할 때 흔하게 사용된다. 최근 등장한 신조어인 ‘업글인간’은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형태의 자기계발형 사람들을 의미한다. 스펙 쌓기 형식의 자기계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들이고, 어제보다 나은 나 자신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는 사람들이다. 업글인간에게 현재는 성장이라는 재미와 의미로 채워가는 즐거운 게임과도 같다.
  • 글. 강일수(두디스코칭 대표)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나의 성장을 꿈꾸다

업글인간 현상은 근본적으로 변화된 직업관과 경력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져 나타난 결과다. 주 52시간제의 확대와 급격한 고령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다양해지는 노동형태, 플랫폼 경제의 확대 등은 이런 현상을 더욱 견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아닌 타인이 더 중요했던 시대, 체면과 겉치레, 비교우위, 경쟁과 성공이 중요했던 시대에서 이제 밖이 아닌 자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로 변화해가고 있다.
일과 삶의 전방위적 성장을 꿈꾸는 업글인간이 계발 중인 영역은 건강, 여가, 능력이다. 즐거운 운동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만드는 ‘몸의 업그레이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의 경지를 개척하고 깊이는 더하는 ‘취미의 업그레이드’, 다양하게 가공된 지식 섭취와 지적 세계를 확장해가는 ‘지식의 업그레이드’, 이 세 가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핫한 몸, 딥한 취미, 힙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업글인간의 자기계발 포인트다.

몸은 최고의 투자 대상

최근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바디 프로필’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로 꼽히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디 프로필’이라고 하면 흔히 운동선수들이 찍는 화보가 떠올라 어렵게 느껴졌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도전이 늘어나고 있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동안 체력, 건강, 자신감, 업무 스트레스 해소와 동시에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운동을 하지 않던 많은 사람에게도 인생에 있어 가장 멋진 순간을 남기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업글인간에게 몸은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런스타그램’이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31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운동하는 여자, 운동하는 남자’라는 해시태그는 인싸의 상징이 되고 있다. 운동으로 유명해진 일반인들은 ‘런예인’이라 불릴 정도다.
마라톤이 온 국민이 즐기는 페스티벌이 된 지는 오래되었고, 함께 즐기며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퇴근 후 몸을 가꾸고 운동습관을 만들기 위해 앱에 룰을 만들어 기록을 경신한다. 몸 만들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돌려준다’고 말한다.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몸은 투자한 만큼 반드시 성장을 돌려주는 확실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취미로 먹고 살 수 있는 경지 ‘덕업일치’를 향하다

나만의 취미 활동을 갖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니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하니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이들은 라틴 댄스 동호회, 프리다이빙, 커플 댄스, 요리 수업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긴다. 직장인이면서 퇴근 후 글쓰기 강좌를 듣고 목공 수업에 참여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취미로 먹고 살 수 있는 경지인 ‘덕업일치’를 향하고, ‘여행도 배움’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플로리스트 투어, 사진작가와 떠나는 캐나다 출사 여행처럼 딥한 나만의 경험을 축적하려 한다.
예전의 영화 마니아는 온갖 영화를 섭렵하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세부 장르만 판다거나, 한 편의 영화를 수십 번 본다거나 하면서 깊이 파 내려간다.
재능공유 앱인 ‘탈잉’이란 플랫폼은 자신의 취미나 재능이 돈을 버는 시대가 왔음을 알려 준다. 탈잉에 가입한 튜터(Tutor)들은 중국어, 춤, 그림, 영상 편집, PPT 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의미 있는 지적 성장을 이루어 가는 즐거움

직장인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도 퇴근 후 독서 모임에 참가한다. 지적 힐링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증가하고, 북리뷰 콘텐츠 유튜버들의 구독자가 늘고 있다. ‘책읽찌라’, ‘겨울서점’ 같은 인기 북튜버 채널의 구독자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산업별 트렌드와 현업 종사자들의 인사이트를 담은 ‘퍼블리’는 지식 제공 서비스의 유료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은퇴 후의 삶을 일찍부터 고민하는 30~40대 직장인들은 관심 분야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연장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운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이니 몸은 힘들지만, 의미있는 지적 성장을 이루어 간다는 즐거움으로 업글인간은 행복하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게 어때서?”라고 외치는 신인류! 하지만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만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