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특파원 1

학교 밖에 있어도 괜찮아요,
온라인 교실에서 만나요!

마곡중학교 전종옥 교사 마곡중학교의 월요일 오전 9시 50분. 2교시가 시작되자 맑은 음색의 교탁종 소리가 교실 안에 가볍게 퍼진다. 교실 안에 들어와 있는 이는 전종옥 교사 한 사람뿐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수업은 진행된다. 오프라인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학생들은 온라인 교실에 모두 접속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33년 교직 생활 처음으로 맞이한 온라인 개학. 더욱더 효과적인 원격 수업은 아직 실험 중이지만, 더 나은 교육을 향한 열정과 열망은 변함없이 뜨겁다.
  • 글. 정라희
  • 사진. 김도형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세계의 혁신학교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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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수업을 위해

컴퓨터에 마이크가 연결된 학생들은 목소리로, 마이크가 없는 학생들은 채팅창에 타자로 출석 체크를 한다. 이날 국어 수업의 주제는 ‘문학의 심미적 체험과 소통’이다. 전종옥 교사는 강은교 시인의 ‘숲’을 낭독하며 학생들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마곡중학교(교장 송준헌)는 올해 개교 6년을 맞이한 신생학교다.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많은 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2020년은 혁신학교 2기가 시작된지 2년째다. 이제까지 마곡중학교는 대다수 수업을 학생 중심의 모둠 협력 수업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원격 수업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교실에 모이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마곡중학교가 쌓아온 교육적 자산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모둠 협력 수업이나 자치활동을 하려면 학생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회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각자 가정에 흩어진 상황 가운데 학생들이 연결될 수 있는 협업 공간을 복원해야 했습니다.”
이미 마곡중학교는 지난해 서울형 혁신학교 인터넷 단말기 사업을 통해 교실마다 ‘엑세스 포인트(AP, 유선랜과 무선랜을 연결시켜주는 독립적인 장치)’를 구축했다. 온라인 개학 전 교사들에게 자체 연수(온라인 2회, 오프라인 1회)를 진행한 마곡중학교 정보부장 강민수 교사는 “교실 내 온라인 수업을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하던 것을 코로나19를 계기로 앞당겨 추진했다”고 말한다. 마곡중학교는 교사별로 일정시간을 할당하고, 원격 수업에 적합한 형태의 시간표를 새롭게 구성했다. 교사들 역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별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았다.

정답 없는 원격 수업, 최적의 방법을 찾아라

현재 교육부에서 제시한 온라인 강의 형태는 ‘쌍방향 실시간 수업’, ‘콘텐츠 제공 강의형’, ‘과제 중심 수행형’ 등 세 가지다. 콘텐츠 제공 강의형의 경우, 교사들이 사전에 교육 내용을 담아 제작한 음성 혹은 영상 자료를 수업 시간에 제공한다. 과제 중심 수행형 수업에서는 퀴즈나 서술형 문제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각각의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하고 있다. 교과에 따라서 특성에 맞게 여러 형태의 수업을 골고루 활용하기도 한다.
“지금은 어느 수업 방식이 가장 우수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각 교과별 특성과 학습 주제를 연결해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는 단계입니다.”
전종옥 교사는 “원격 수업에서 가장 권장하는 형태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쌍방향 수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의 외부적인 조건이 따라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은 1, 2학년 때 모둠 협력 수업을 하면서 상호작용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원격 수업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따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본래 우리 학교의 교육 철학을 살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특히 국어 교과는 단순 지식을 습득하는 것 보다,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초부터 4월 8일까지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학습자료를 제공했다.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화상 수업 형태의 예비 학습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온라인 수업 방식을 익히게 했고, 온라인 개학 이후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온라인 교실에 접속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곡중학교 학생들은 현재 ‘구글 미트(Google Meet, Google에서 제공하는 간단하고 편리한 고화질 화상 회의)’에 접속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교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교사들과 친구들을 만난 학생들은 색다른 경험에 대체로 신기해하는 분위기다.

  •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전종옥 교사와 강민수 교사(오른쪽)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은 1, 2학년 때 모둠 협력 수업을 하면서 상호작용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원격 수업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따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본래 우리 학교의 교육 철학을 살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전해지는 사제의 정

전종옥 교사가 온라인 개학 이후 첫 수업을 하던 날, 마곡중학교의 몇몇 교사들이 참관해 자발적으로 수업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진행 과정을 정리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 많은 학교가 혼란에 빠져 있는 이때, 각 학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기록을 남기고 사례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마곡중학교의 다른 교과에서도 다양한 교수 방법이 등장해 여러 교사들에게 참고가 되고 있다. 영어 교과에서는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수업 자료를 학생들과 공유하며 수업 시간 틈틈이 10분 내외의 영상 자료를 시청했다. 클래스팅과 클래스카드 등 앱 기반의 인공지능 맞춤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해 어휘와 발음 공부, 문장 완성 학습 등을 진행한 영어 교사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직 이를 예방할 백신이나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점차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해도 비슷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전종옥 교사는 “현재 상황은 백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도 집단지성을 발휘해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든 여정이 교육계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백신이 될 거라고 말이다. 개학 첫날, 전종옥 교사는 학생들과 나태주 시인의 ‘선물’을 감상하면서 시의 한 구절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 학생이 남긴 답변은 그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제가 받은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선물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마곡중 선생님들과 이 자리에 모여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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