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특파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우리 교육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년제, 고등학교 진로집중학기제, 학종 투명성 강화와 수능 전형 확대, 고교학점제 도입, 특목고·자사고 폐지, 교과서 자유발행제 추진, 교육과정 분권화 요구, 수능 논·서술형 평가 도입, 내신 전 과목 성취평가제 적용 등 중등교육에 대한 이슈만도 셀 수 없이 많다. 여기에 더하여 학생 참여 수업 형태로의 교수·학습 변화가 출렁거린다. 경험을 통해서 학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주장과 지식이 바탕이 된 지혜가 학습의 근간이라는 주장의 대립이 있지만, 암기만 중시하는 방식에서는 벗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이 문제들의 어느 지점을 강타할까?
  • 글. 진동섭(교육전문가, 교육과정심의회 위원,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저자)
*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를 뜻함

우려가 많았던 최초 온라인 수업의 시작

모든 변화의 기저에는 사회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산업사회 시대와는 달리 미래 사회는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 이미 마련된 답을 찾는 사람에서 벗어나 아무도 찾아본 적이 없는 해결책을 구하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21세기에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고시한 것이 1997년, 고등학교에 적용한 것은 2002년도부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들어오면서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더 존중하게 되고, 한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소수 선택과목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클러스터 또는 거점학교라고 하는 공동교육과정, 몇 학교가 연합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캠퍼스형 학교 등이 운영되었다. 그리고 쌍방향 수업이 진행되는 온라인 교실이 등장했다.
온라인 수업은 사교육에서 널리 이용되는 방식이지만, 학교 교육에서는 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교수·학습이 이루어져 왔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사안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런데 선택과목 확대의 해결책으로 쌍방향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었고, 많은 우려 속에서 조심스럽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혹은 자신이 속한 학교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온라인 학교로 옮겨가겠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까?

전면 온라인 수업이 가져올 변화

이제 온라인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수업은 학교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대면 수업도 있지만, 비대면 수업이 더 많다. 온라인으로 제출받은 활동 결과를 점검해주기도 하고, 채팅방을 열어 실시간으로 질문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선생님들도 잘 적응하고, 학생들도 대체로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데 AI가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여 교육부는 이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AI 앞에서는 틀려도 창피할 것이 없으니 더 활발하게 말하고, 지적을 받아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온라인 수업은 교실 한켠에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학생들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온라인 학습에서 학생 참여율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선생님들은 지금까지는 자던 학생들을 깨운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말한다.
이렇게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었다가 다시 오프라인 수업으로 돌아가게 되어도 교실에서 대화창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이미지로 공유하는 방식의 수업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원탁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음료를 마시는데, 소통은 단체 SNS를 통해 하는 것은 평소 하던 것의 익숙함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풍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었다가
다시 오프라인 수업으로 돌아가게 되어도
교실에서 대화창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이미지로
공유하는 방식의 수업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원탁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음료를 마시는데,
소통은 단체 SNS를 통해 하는 것은 평소 하던 것의
익숙함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풍경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21세기 교육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선진국이지만 학교의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도구와 기술의 활용 능력,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능력)’는 앞서갔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교실에는 교수자용 컴퓨터와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것은 교사가 자료를 보여주기 위한 매체에 불과한 것이라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학교는 모든 학생이 접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각자 가정에 흩어진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 교실에서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였던 온라인 상에서의 자료 생산과 공유가 단박에 가능해졌다.
여기에는 교사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자 대부분의 교사는 가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수업할 수 있는 방안을 배우고 실행했다. 온라인 수업 도구를 사용하는 법, 혼자서 녹화하는 법, 동영상 편집하는 법 등 디지털 리터러시가 매우 높아졌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학생에게 어떤 질문이 들어오든지 성심껏 대답해주고, 학생을 대견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이 고맙다는 한마디를 남기면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이 다 녹아 없어진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장밋빛 미래일까?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방식을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학생 개인에게 적합한 교육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학급 단위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학습이 빠른 학생과 느린 학생이 섞여 있는데, 수업은 중위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느린 학생을 배려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디지털 방식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학습 속도를 존중하는 방식의 수업을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대면 수업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소외된 학생들은 더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내용이 이해가 안된다, 과제가 많다, 집중이 안 된다 등 학습에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학습 과정에서는 모르는 상태를 적극적으로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터넷 과의존 학생들이 수업보다 인터넷 검색 또는 게임에 빠지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2019년 10대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자(31.4%)가 남자(29.2%)보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중이 높고, 학교급별로는 중학생(34.7%)이 과의존 위험에 가장 취약하며, 다음으로 고등학생(29.4%), 초등학생(24.4%) 순이라고 한다. 이미 초등학생도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과의존이라고 하니,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때 학생들이 인터넷에 과하게 빠져들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수업을 게임보다 더 흥미롭게 꾸며야 할지도 모른다.
더 큰 우려는 온라인 학습이 학교 붕괴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홈스쿨링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어서, 학교에 다니지 않다가도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다시 공교육에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쌍방향 온라인 학습으로 다양한 학습 기회가 주어질 때 학생들이 학교보다 홈스쿨링을 선호하게 되면,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할 기회는 언제 가지게 될까? 이러한 우려를 해소해야 포스트 코로나는 장밋빛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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