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55] 인생 2모작

찬란한 인생 2막을 위한 스윙,
꿈을 향해 나이스 샷

프로골퍼 이상식 회원

살면서 ‘프로’가 되기란 쉽지 않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선 실력에 노력이 더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입지적 자리에 올라야 한다. 이상식 선수는 인생에서 한 번 오르기에도 어려운 프로의 경지에 두 번이나 올랐다. 교사로 한 번, 프로 골프 선수로 또 한 번. 하지만 아직도 보여줄 것이 더 남았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체육 교사, 골프의 매력에 빠지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은 평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상식 선수는 그 자체로 답이 될 수 있다. 25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시니어 골프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햇수로 5년째. 정신력이 승패를 결정짓는 골프의 세계에서 그는 삶에 여유를 갖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30년, 선수 생활을 한 지는 5년이 되었어요. 골프는 대학교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면서 처음 만났다가, 체육 교사가 되고 난 후 ‘주 종목이 하나쯤 필요하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습니다.”
이상식 선수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는 1990년 체육 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한 후 그에게 “전공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정 종목을 잘하는 게 아닌 비특기생이었던 그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93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세미 프로 자격을 얻었다. 다음 단계인 투어 프로에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골프를 지금보다 더 고급 스포츠로 인식했던 당시 교사 신분으로 연습에 몰두하기란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녹록지 않았고, 매일 학교로 출근하는 상황에서 연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 수도 없었어요. 결국 교육대학원에 입학해 골프 2급 경기 지도자 자격을 땄고, 학생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연습도 같이하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죠.”
지도자로서 값진 성과도 있었다. 2018년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 우승을 차지한 프로골퍼 함정우는 천안중학교 재직 시절 그가 지도했던 선수다. 온양중학교와 온양여자중학교에서도 각각 야구부와 사격부 지도를 맡은 첫해에 전국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실패하는 사람은 성공이 눈앞에 있을 때 포기하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힘들 땐 그 말을 떠올렸어요.
나의 성공은 분명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죠.”
선수를 키워내는 지도자에서 프로 선수로

선수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미다스의 손으로 인정받으며 교직 생활을 하던 어느 날, 49세의 나이에 그가 돌연 골프 선수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만 50세 이상부터 출전이 가능했던 시니어 투어를 준비하기 위해선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주위에서 심하게 반대했지만, 그의 뜻은 확고했다.
퇴직 후 “무언가 보여주겠노라” 다짐한 이상식 선수는 이듬해 오래도록 염원했던 KPGA 투어 프로 자격을 얻었다. 시니어 투어에서도 7위를 기록하며 일 년간의 출전권을 따고, 일곱 번의 경기 동안 상금 순위 안에 무사히 안착하며 다음 해 출전권까지 따냈다. 시니어 투어는 예선을 거친 후 시합을 벌여 40위 안에 들어야 일 년간의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또 일 년간의 시합을 통해 상금 순위 55위 안에 들어야 다음 해의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얻자 이러다 우승까지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급하게 욕심을 냈던 탓일까? 동계훈련 기간 중 왼쪽 팔꿈치에 부상을 당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시합에서 어렵게 통과 또는 탈락을 반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릎 부상까지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부상 후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 때문이었어요.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시합에 집중할 수 없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이상식 선수는 하루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골프는 하루만 연습을 게을리해도 티가 난다”고 할 정도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역시 아내다. 교사인 아내는 재활에 좋은 마사지와 요리법을 배워왔고, 그가 불필요한 걱정 없이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 대소사를 해결했다. 미술 교사 출신의 사업가인 아화골프 강경애 대표를 비롯해 지인들도 그가 골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이상식 선수는 다시 골프채를 굳게 쥐었다.
“실패하는 사람은 성공이 눈앞에 있을 때 포기하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힘들 땐 그 말을 떠올렸어요. 나의 성공은 분명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죠.”
그의 말처럼 성공은 정말 눈앞에 있었다. 지난 5월 이상식 선수는 KPGA 챔피언스투어 퀄리파잉 스쿨(qualifying school, 투어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벌이는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꿈을 위해 다시 힘차게 스윙

그는 대전으로 자리를 옮겨 골프 선수이자 강사로 활동하며, 교직 생활 중 쌓은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웃음도 많아졌다. 삶에 여유와 행복을 찾은 그는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네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시간을 지배하라. 퇴직 후 무기력하게 시간을 허비하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시간의 급류에 휩쓸려버리게 된다. 시간을 지배하기 위해선 목표를 설정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둘째, 생각한 바가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라. 생각한 일을 실천에 옮겨야만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셋째, 조급함을 버려라. 인생 후반전에 무언가를 시작하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찾아온다. 이때 결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느긋하게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넷째,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라. 골프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 골프는 걷기를 동반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시니어에게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건강을 챙기고 여유를 누리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품고, 꾸준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라.
이상식 선수는 다시 시니어 투어 우승을 꿈꾼다. 그다음 목표는 세계무대, 일본과 미국 시니어 투어다. 시니어 프로 골프 선수로서 그 끝점을 생각하면, 이상식 선수는 이제 막 첫 타를 날린 셈이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실패란 단어는 이미 지워졌는지도 모른다. 평생 바라던 프로 골프 선수의 꿈은 이미 이루었고, 그의 곁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으니까. 이상식 선수가 최종 라운드에 무사히 공을 넣을 때까지, 많은 사람이 그와 걸음을 함께하며 그를 지켜보고 또 응원할 것이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