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거나 운동경기를 해설하는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진검승부’다. 이를 풀이하자면 ‘진짜 칼로써 승부를 내다’라는 뜻이다. 이른바 진검승부는 쌍방이 명예와 생명을 걸고 사생결단으로 겨루는 모습을 말한다. 일본의 무사인 사무라이들은 진검을 차고 다니다가 사생결단을 냈는데, 목검이 아닌 진검으로 승부를 내면 당연히 둘 중 하나는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 사실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다.
예부터 우리는 칼보다는 논리로 무장한 민족이다. 성리학을 배우고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를 교육과정으로 삼았던 민족이다. 즉, 예를 배우고 음악을 즐기며, 활쏘기 ·말타기·글쓰기·수학을 배웠다. 윤리학을 우선으로 하고, 그다음이 음악·체육, 그리고 문학과 수학으로 교육의 순서를 정했다. 이처럼 칼보다는 논리로 승부를 내는 우리 민족에게 ‘진검승부’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정면승부’로 바꾸는 것이 더 한국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자 중에 ‘무대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교수가 있다.
그의 닉네임이 독특해서 물어보았더니 ‘마구잡이로, 마음 대로’라는 뜻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렇게 살고 싶은 바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 친구의 이메일 닉네임은 ‘무대뽀’다. 사실 이 말은 일본어 중에서도 군국주의 성향이 강한 단어다. 한자로 표기된 일본어 ‘무철포 (無鐵砲)’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마구 쏘아대는 대포를 말한다. 그러니까 좌충우돌식으로 누구든 상관없이 대드는 사람이나, 혹은 예의범절도 모르고 함부로 밀어붙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지나치게 무모하고 제 성질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 왜 그렇게 무대뽀야?”라는 말보다는 “그 사람 왜 그렇게 막무가내야?”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한국적인 표현이다. 그러므로 ‘무대뽀’라는 말은 우리말인 ‘막무가내’, ‘무작정’, ‘무모함’ 등으로 바꿔서 사용하자.
‘땡깡’은 필자가 어린 시절에 많이 사용하던 말이다. 아이들이 함부로 억지를 부리거나 고집부릴 때 어른들이 “저놈 또 땡깡부리네”라고 말하곤 했다. 나이를 먹고도 땡깡이라는 말은 그 의미도 모르면서 꽤 오래도록 사용했던 것 같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표현을 종종 듣는다.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필자 세대는 학교에 다닐 때 일본어를 많이 썼다. 그것이 일본어인 줄은 알았지만, 그대로 우리말로 굳혀진 것인 줄 알았다. 그때 많이 썼던 표현이 ‘벤또’, ‘다꽝’ 등이었다. 선친도 교사였는데, 습관적으로 일본어를 사용하셨고, 구구단도 항상 일본어로 외우셨던 기억이 있다. 일제강점기 하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일본어로 학습하셨으니 일본어가 편하셨을 것이고, 자녀 세대에게도 별생각 없이 생활용어(쓰메끼리, 에리, 우와기 등)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시곤 했다.
그중에서 아주 많이 사용했던 것이 바로 ‘땡깡’이라는 말인데, 한자어로 하면 ‘전간(癲癎)’이란 의미로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 증세를 뜻한다. 이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덴칸(てんかん)’이라고 한다. 이것을 다시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 땡깡이다. 좋은 의미는 아니였으나, 땡깡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어린아이가 심하게 투정을 부릴 때나, 어떤 사람이 행패를 부리며 억지를 부릴 때 쓰는 말로 바뀌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예로 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
“그 사람 평소엔 잘 모르겠는데, 술에 취해서 땡깡을 부리는 것을 보니 엉망이더라고.”
이런 경우에는 ‘억지’를 부린다고 하든가, ‘행패’를 부린다고 하면 적당하다. 그렇다고 ‘땡깡’을 모두 ‘억지’나 ‘행패’로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어린아이가 땡깡을 부릴 때는 “너 지금 몇 살인데 투정을 부리니?”라고 하면 적당하다. 그러므로 일본어 ‘땡깡’은 ‘투정’, ‘억지’, ‘행패’ 등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바꾸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