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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티처 & 티처

온라인 학습과
자녀의 ‘공부 실재감’

코로나19 때문에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예전에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부모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바로 눈앞에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녀를 바라보게 되니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할 때가 많다. 야단을 치고, 옆에서 감시도 하지만 온종일 그럴 수도 없다 보니 부모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글. 박재원(사람과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공부 잘하는 자녀 만들기에 열정쏟는 부모들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주변 부모들의 부러운 시선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공부 잘하는 자녀 만들기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부모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 과업이 되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한국식 시험공부나 성적 경쟁에 유리한 일부 자녀들을 제외한 많은 자녀는 부모가 기대하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는 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들고 싶은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 덕분이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까?

자녀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부모가 되어야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자녀 만들기에 성공한 부모들이 거쳐 간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자녀들의 평소 ‘공부 심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데 성공해야 한다. 필자는 강연을 하면서 자주 부모들에게 묻는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지 않은 분 손들어 보세요.” 대부분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데 이어서 진지하게 다시 질문한다. “다들 그렇게 사시나요? 아니죠. 인생 마음대로 안 되죠?”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자녀들에게 공부는 어떨까요? 공부를 잘 하고 싶지 않은 자녀가 과연 있을까요?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자녀의 심정을 안다면 그렇게 함부로 자녀를 책망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부모들은 이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표를 들고 와 부모에게 자랑하고 싶은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 본 것이다.
공부는 뜻대로 되지 않고 성적도 엉망이라 풀이 죽은 자녀에게 정말 필요한 건 위로와 격려일 텐데 오히려 야단치기 급급한 자신 앞에서 자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그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모 역할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들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좌절시킨 자녀에 대한 미움과 배신감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으면 자녀를 앞에 앉혀 놓고 추궁해야 조금이나마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은 성찰하지 못한 채 자녀 탓을 하기에 바쁜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것은, 어른인 부모로서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녀가 느꼈을 심정이 부모의 마음에 스며들면 대부분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들기 위한 관리자에서, 자녀가 좌절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는 보호자로 달라진다. 공부 안 하는 자녀를 볼 때마다 치밀어 올랐던 화 대신에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진다. 이렇게 서로 진심이 통하는 사이가 되면 더 이상 갈등하지 않고, 협력하면서 공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공부 실재감’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자녀들이 딴짓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성인들에게도 온라인 학습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교육 전문가들은 ‘실재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고, 여러 가지 해법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학습 환경에 잘 적응하고, 학습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려면 자녀의 ‘공부 실재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환경에서도 학습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교사 실재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인지적 실재감’인데, 쉽게 말해 온라인 학습이지만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형식적으로 과제를 제출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우는 게 있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실재감’이 필요하다.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온라인 환경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학습 병행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인 ‘공부 실재감’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실재감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딴짓을 하게 된 자녀의 모습에 흥분해 화를 내고 야단치는 부모의 모습을 버려야 한다.
자녀와 함께 공부 실재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교사 실재감·인지적 실재감·사회적 실재감 등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해결책을 함께 찾으려고 노력하는 부모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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