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즐거운 놀이학습으로 창의성을 키우는
미국의 ‘블루 스쿨’
세계적인 행위예술 전문단체인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을 아는가? 블루맨 그룹은 파란색 인간으로 변신한 세 명의 행위 예술가가 펼치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대사 없이 몸짓과 소리만으로 진행되는 공연)를 수행하는 그룹이다. 1980년대 후반,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뮤지션 크리스, 단역 배우 필, 소프트웨어 프로듀서 매트가 만나 재미있는 놀이 활동을 모색하면서 만든 이 그룹은 2006년 ‘블루 스쿨’이라는 학교까지 설립했다. 창의성에 기반하여 설립된 블루스쿨에서 학생들은 매일매일 즐거운 열정을 쌓아간다.
- 글. 김재춘(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호기심·창의성·협력을 중시하는 ‘블루 스쿨’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공연하는 블루맨 그룹은 재미있는 놀이는 호기심과 창의성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더불어 셋이 함께 공연한다는 점에서 협력하는 것 역시 이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블루맨 그룹은 성공적인 공연 경험을 토대로 재미있는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블루 스쿨을 설립했다. 블루 스쿨은 놀이학습을 강조하는 등 기존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을 실행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NBC나 CNN 등 주요 방송과 신문 등에서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사립학교인 블루 스쿨은 2세 유아부터 8학년 학생까지 공부시키는 총 12년 과정을 운영한다. 즉, 2~4세 유아들을 위한 초등 이전(pre-primary school) 과정, K-5학년(5~10세) 학생들을 위한 초등(primary school) 과정, 6~8학년(11~13세) 학생을 위한 중등(middle school) 과정으로 구분된다. 현재 재학생은 약 300명이며, 교사 대 학생 비율은 1:5 정도다. 지난해에 20명의 학생이 블루 스쿨(중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올바른 방식’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블루 스쿨의 교육 특징은 ‘역동성과 균형을 강조하는 교육 모델(Dynamically Balanced Education Model)’에서 드러난다. 학업적 숙달을 주로 강조하는 일반 학교와 달리, 블루 스쿨은 학업적 숙달 외에도 창의적 사고, 자기성찰 지능 및 사회적 지능을 강조해 협력적인 문제해결자이자 활력 넘치는 혁신가를 길러내고자 한다. 학교 설립자들은 학창 시절에 수업시간이 그리 즐겁지 않았다는 공통적인 경험 때문에 무엇보다도 학교를 좀 더 재미있는 놀이공간으로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다.
블루 스쿨은 실제 삶과 관련된 내용을 손으로 직접 경험 하는 놀이 학습을 강조한다. 교수·학습방법으로는 ‘질문 기반 학습’을 토대로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질문하도록 유도하며, 학생들끼리도 서로 질문하면서 배운다.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 각자가 지닌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드러내 주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관심 있는 질문이나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식으로 답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쓴다.
이런 교육이 가능하도록 블루 스쿨은 필수 과목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통합교육을 강조한다. 중학교의 경우, 필수 과목은 수학, (사회와 과학의) 통합교과, 융합인재교육(STEAM), 소설과 논픽션, 다양한 예술과목들이다. 수학 역시 다른 교과 내용과 연계해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 스쿨 교육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블루 스쿨 교육의 특징 (중등 과정 사례)
-
자신만의 답을 찾는 ‘사유하기 방식들’
블루 스쿨의 중등 과정에서 교수·학습활동을 이끄는 기본 틀은 ‘사유하기 방식들’이다. 사유하기 방식들은 질문하기, 관점갖기, 증거활용하기, 반성하기, 자기목소리갖기라는 다섯 가지를 뜻한다. 교사가 가르치거나 학생이 배울 때 이런 다섯 가지 활동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날씨와 관련해 관심 있는 주제로 ‘토네이도(tornado)’를 선택하면, 이를 수학·과학·지리 등 여러 교과 내용과 연계해 질문하면서 학생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교육한다.
-
말하는 능력과 발표 역량을 높이는 ‘학습 발표 시간’
‘학습 발표 시간’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행한 과제나 학습을 친구,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공유·토론·반성· 축하하는 성격의 모임이다. 학생들은 학습 발표에서 하나 이상의 과제를 발표하고, 발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수업 내용을 가르치며, 배운 기술을 시연하고, 참여한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질문에 응답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공적으로 말하는 능력과 발표 기술을 익힌다.
-
학생, 교사, 학부모가 소통하는 ‘지역사회 회의’
초등 과정의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학부모, 교사와 함께 원형으로 둘러앉아 매주 한 차례 ‘지역사회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대체로 세 가지 활동을 한다.
첫째, 학생이 선택한 노래 하나를 같이 부른다. 둘째, 다른사람이 학습공동체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감사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셋째, 자긍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진 후 회의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