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던져진 하이힐 한 짝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친 뒤,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이 과음하자 팀장은 그를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팀장은 아내에게 굳이 그 일을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그날 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가면서 보니 아내가 앉아 있는 조수석 밑에 하이힐 한 짝이 있었다. 그는 아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재빨리 하이힐을 집어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잠시 후 영화관에 도착한 차에서 내리려던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내 하이힐 한 짝 못 봤어요?”
웃자고 하는 유머지만, 어떤 상황이나 현실을 왜곡시키는 요소는 자기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무디게 반응하는 것도 주관적인 견해나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는 실수도 하게 된다. 작은 일에 염려하거나 호들갑을 떠는 것도, 위험천만한 상황에 사태를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을 검증하는 능력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한자성어처럼, 세 사람이 짜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도 할 수 있다.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는다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현실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실 검증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주변 세계를 객관적이고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주변에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해결하고, 기회가 생기면 그 순간에 빠르게 알아챌 수 있다.
현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분별하고, 사실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사실적 근거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다. 개인의 의견은 이해관계로 인해 임의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다. 심지어 전문가의 의견일지라도 틀릴 수 있다.
미국 상담심리학자인 크리스 터만 박사는 “우리는 5센트에 비견될 수 있는 작은 사건에 5천 달러만 한 반응을 하거나, 5천 달러에 비유될 수 있는 사건에 5센트 정도의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는 습관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스즈키 도미후시 회장이 주먹밥과 도시락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을 때 모두들 반대했다. 그런 것은 ‘집에서 매일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서 돈을 주고 사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스즈키는 “매일 먹는 것이니까 쉽게 살 수 있으면 편리하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며 반대론을 잠재웠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서두르거나 남의 의견만을 좇아서는 안된다. 잘못 내린 결정은 기회를 놓치거나 자칫하면 재앙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실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보기 싫은 현실이나 불편한 진실이라도 직시해야만 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새로운 것을 기획하거나 어떤 흐름과 미래를 추리하고 예측할 때에는 반드시 사실적 근거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상황 인식과 판단에 유용한 질문법

올바른 상황 인식과 판단이 필요할 때에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 • 그것은 사실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 • 그러한 판단에는 어떤 가정이나 신념이 작용하고 있는가?
• • 그 가정이나 신념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꾼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안에 현실을 왜곡시키는 요소는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으면 절반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