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 1순위로 싱가포르가 꼽힌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2019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산하 경제연구기관)이 발표한 ‘안전한 도시 지수 2019’에서 싱가포르는 도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인프라 보안과 치안 분야는 싱가포르가 1위를 거머쥐었다. 안전이 보장되니 마음 놓고 한 달간 일상을 누려볼 수 있다. 싱가포르 고유의 다문화 역시 흥미롭다.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면적의 작은 도시국가에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을 비롯해 유럽인, 페라나칸(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 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 기타 아시아인들이 어우러져 산다. 덕분에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한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을, 캄퐁글램(Kampong Glam)에서는 말레이시아를, 리틀인디아에서는 인도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영국 식민지배시절에 지어진 유럽풍 건물들과 고층 빌딩이 조화를 이룬 도심 풍경도 특별하다. 어학에 관심이 있다면 영어와 중국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도 매력적일 것이다.
국제무역, 금융, 물류의 허브인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선진국이다. 2019년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63,987달러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1인당 GDP(31,430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싱가포르는 종종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으로 꼽히는데, 이는 값비싼 아파트 임대료와 자동차 비용 때문이다. 따라서 숙소비가 만만찮다. 간이주방과 세탁기 등을 갖춘 독립된 숙소를 찾을 경우 한달 숙소비는 200~250만원을 웃돈다. 도심과 가깝고 수영장이 딸린 콘도나 레지던스를 원한다면 한 달에 350~4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외곽에 위치할수록 숙소비가 저렴해지는데, 싱가포르 규모가 크지 않고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어 도심과 떨어진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해도 많이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렴한 숙박을 원한다면 하숙 형태인 룸 렌트를 알아봐도 좋다. 싱가포르 한인정보 사이트 한국촌(www.hankookchon.com) 등에서 룸 렌트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는 점도 참고해두자. 생활비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끼당 8천원 정도 예산을 잡으면 무난하다. 호커센터를 이용하면 더 저렴한 식사가 가능 하다. 호커센터는 외식이 일반화된 싱가포르 사람들의 주요 외식 장소로 싱가포르·중국·말레이시아 음식은 물론, 한식·일식 등 다양한 요리가 한데 모인 푸드코트다. 동네마다 호커센터가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인처럼 식사가 가능하다. 슈퍼마켓 물가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편이다. 직접 음식을 조리해 먹는다면 생활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은 편리하고 쾌적하다. 싱가포르 지하철인 MRT는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 공항부터 도심까지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MRT와 가깝다. 버스 이용 시 구글맵 사용이 필수다. 안내 방송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지도로 현 위치를 확인하며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싱가포르의 모든 택시는 미터기를 사용하며, 기본요금은 SGD3~3.4(한화 2,800원) 정도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할증 요금. 출퇴근 시간과 심야에는 미터 요금의 25~50%가 더 붙는다는 것. 도심과 주요 관광지에서 탑승 시 지역별 추가요금이 적용되기도 하니 미터기와 청구 요금이 달라도 당황하지 말자. 대중교통은 싱가포르의 충전식 교통카드 이지링크(ezLink) 카드를 구매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지링크 카드는 MRT, 버스, 택시는 물론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Grab) 이용도 활성화되어 있으며, 일반 택시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먹을거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국·인도·말레이·서양 요리는 물론 다양한 한식까지 전세계 요리가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다채롭고 맛 좋은 현지 음식은 미식가들을 두근거리게 한다. 서양식 토스트를 싱가포르식으로 만든 카야 토스트는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인기다. 바삭하게 구운 빵 사이에 카야 잼과 버터를 발라 먹는데, 반숙 달걀과 싱가포르식 커피인 코피(Kopi)를 곁들이면 더욱 맛 있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매콤한 게 요리 칠리크랩(Chilli Crab), 싱가포르식 돼지갈비탕 바쿠테(Bak Kut The), 양념을 하지 않은 닭고기와 밥을 곁들여 먹는 치킨라이스(Chicken Rice), 매콤한 인도 커리에 커다란 생선 머리가 그대로 나오는 피쉬 헤드 커리(Fish Head Curry)는 꼭 한 번 맛보길 권한다. 면 요리를 좋아 한다면, 코코넛 밀크와 숙주 등을 넣은 시큼하고 매콤한 쌀국수 락사(Laksa), 중국 호키엔 지방의 볶음 국수요리인 호키엔 미(Hokkien Mee) 등도 놓치지 말자.
싱가포르의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지루할 틈 없는 일상을 만들어 준다. 3개의 빌딩 위에 배 모양의 옥상이 얹어져 있는 마리 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57층에 위치한 옥상 수영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호텔로, 쇼핑과 미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숍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Shoppes at Marina Bay Sands), 흥미로운 전시가 진행 되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Art Science Museum), 세계 최초의 수상 애플 스토어 등으로 구성된 복합 단지다. 물, 빛, 레이저를 이용 해 매일 밤 펼쳐지는 원더풀 쇼는 몇 번을 봐도 황홀한 느낌이 든다.
싱가포르의 밤은 유독 아름답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초현실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매일 밤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쇼 가든 랩소디 (Garden Rhapsody)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누워서 감상하길 추천한다. 클럽과 바의 열기로 가득한 클락키(Clarke Quay)도 야경 명소로도 꼽힌다. 강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클락키의 흥겨운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배를 타고 고층 빌딩과 유럽풍의 건축물 사이를 유람하는 리버 크루즈와 별처럼 반짝이는 도심 풍경을 내려다 보는 야외 루프탑 바는 싱가포르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장소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할 땐 가까운 공원에 방문해 보자. 싱가포르는 정원 속의 도시를 지향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 등 초록빛 풍성한 공원이 곳곳에 자리한다. 15km에 걸쳐 쭉 뻗은 이스트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휴식처다. 자전거를 대여해 해변 라이딩을 즐기거나 여유롭게 피크닉을 하며 저마다의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페라나칸의 풍부한 문화 유산을 경험하면 싱가포르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카통(Katong) 일대는 파스텔톤으로 화사하게 채색된 페라나칸 전통 건축 양식과 고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역이라 동네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