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45] 티처 & 티처

부모의 불안이 줄어들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진다

부모들의 불안이 하늘을 찌른다. 세상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IMF와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찌꺼기는 물론, 장기화된 저성장의 불안이 마음 바탕에 깔려 있다. 일자리 부족과 4차 산업혁명의 격변도 늘 마음을 편치 않게 한다. 공동체는 붕괴되고, 핵가족 단위의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대가족의 지원과 어른들의 안내를 받았던 이전의 부모 역할은 이제 경제력과 정보력이라는 개인기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뒤처지기 십상이다. 이렇게 불안이 가중되는 시대에 부모들은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 글. 박재원(사람과 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불안한 부모들이 늘고 있다

농경사회의 잔재인 ‘장유유서(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지켜야 할 차례와 질서가 있음을 뜻함)’ 정신은 요즘 자녀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세대 차이는 쉽게 세대 갈등으로 악화된다. ‘헝그리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인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자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빠져 있다.
따라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불안도도 높지만 학부모로서의 불안도는 더욱 심각하다. 조기교육은 나이라는 질서를, 선행학습은 학년이라는 질서를 파괴했다. 사교육이 주도하는 무한 경쟁논리로부터 자유로운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노후 준비까지 포기하고, 사교육비를 쏟아붓고, 다른 부모들이 하는 것을 다 따라 해도 부모들은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마디로 요즘 부모들은 불안감의 포로가 되었다. 사람은 불안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불안감을 그대로 감당하면 마음이 견디지 못한다. 몸에 깊은 상처를 입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불안의 원인을 특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불안 요인은 사회·가족·관계·자신의 불안 등으로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녀가 ‘타깃’이 된다. 자녀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판단하고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면서 부모의 통제하에 두어야 불안감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의 반응이다. 부모는 불안한데 자녀는 천하태평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늘면서 부모의 불안을 더욱 키운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서 자기 잘되라고 하는 일인데 말을 듣지 않는 일이 많아, 부모가 기획한 자녀의 미래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의 불안감은 자녀에겐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자녀들은 부모처럼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부모들은 자신의 미래가 불안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부모 불안감의 상당 부분은 자신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불안 요인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어려운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자녀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충돌이 잦아지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 마주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뿜어져 나온다.
특히 자녀가 일상적으로 스트레스 상태에 있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부모가 불안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자녀를 잡는 것처럼, 자녀들도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느끼기 위해 게임이나 SNS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 사춘기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전쟁은 가족을 쉽게 위기에 빠뜨린다. 다양한 중독 증상을 보이는 자녀들, 부모의 관리 의지를 꺾기 위해 사고를 치는 자녀들, 부모의 불안감을 받아들여 무기력에 빠지는 자녀들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가정에만 있지 않다.

지혜로운 감정조절로 불안감을 보이지 말아야

불안해서 자녀의 미래를 관리하는 부모와 진정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로서, 학부모로서 느끼는 불안감을 지혜롭게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하니까 자녀를 가만히 둘 수 없는 상태와 불안할 때마다 자기 마음부터 챙겨 안정을 유지하는 상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자녀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인다. 자녀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안개처럼 작용한다. 이안개에 갇힌 자녀들은 현실과 직면하지 못한다. 대부분 안개에 갇힌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각적인 자극을 쫓기 마련이다. 그런 자녀의 모습을 보고 부모는 더욱 불안해지고 자녀는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자녀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부모가 도와주면 자녀들은 비로소 자기 인생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안개가 걷힌 상태에서 자신이 직접 마주한 냉엄한 현실에서 살아갈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자녀가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가 더는 불안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불안감을 잘 처리하여 자녀를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비로소 내 자녀가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 하자.
부모의 불안감이 큰 환경에서 자란 자녀들은 과도한 불안감을 안고 살게 되며, 예민해지면서 삶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이처럼 부모의 불안은 자녀의 불안으로 이어지므로, 스스로 불안의 감정을 먼저 조절하고 다스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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