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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K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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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울증,
햇빛이 약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겨울철에는 햇빛을 쬘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일조량이 적어져 비타민 D와 세로토닌 분비량이 감소하게 되어 무기력증을 동반한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연 항우울제라 불리는 햇빛을 많이 쬐는 게 좋다.
  • 글. 박선영(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우울증

주위에서 ‘가을 탄다’는 말을 하며 울적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실제로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로 인해 신체와 정신은 많은 영향을 받는데, 일반인의 15%가 가을, 겨울철에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고 보고됐다. 이 중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의 심한 변화를 느끼는 사람은 계절성 우울증을 경계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대체로 겨울이 될수록 점점 악화되어 1~2월에 가장 증상이 심각하다가, 봄이 오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체로 인구의 2~3%가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 무기력, 수면 패턴의 변화(불면 혹은 과수면), 무가치감, 죄책감, 죽음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은 과수면, 식욕의 변화, 특히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증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이 모든 우울증이나 계절성 우울증에서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감기도 사람마다 목감기, 코감기처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듯이 우울증도 사람마다 증상의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우울감과 무기력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이 되면 우울해지는 건 왜일까?

우울증의 발생 원인은 생물학적·사회적·심리적으로 너무나 다양하지만, 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계절성 우울증에는 몇 가지 특별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뇌의 생화학적 균형이 급속히 변화하는데, 특히 기분과 활력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 비타민 D와 같은 물질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또한, 일주기 리듬과 이에 영향을 받는 멜라토닌이라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져서 수면패턴에 악영향을 주고 우울감과 무기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계절성 우울증은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고위도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더 흔히 발견된다.

약물치료가 선행돼야

우울증의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약물이 효과가 있다. 정신의학적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계절과 생물학적 변화로 인해 신체와 정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약은 이러한 생물학적 변화를 조절하여 우울증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또한, 몸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먹는 약제로 나와 있어서, 이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 상담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치료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일부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기분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상담을 권유한다.

광(光) 치료, 계절성 우울증에 햇빛이 주는 효과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가 큰 원인이므로, 강한 광선을 쬐어 앞서 기술된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균형을 회복하는 광(빛) 치료가 효과적이다. 광선치료를 통해 신체의 일주기 리듬을 회복하고, 멜라토닌의 분비를 정상화할 수 있다.
광 치료와 마찬가지의 효과로, 주간에 햇빛을 충분히 쐬는 것이 신체 리듬을 회복하고, 뇌의 생물학적 균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특히 비타민 D는 햇빛을 쐬어야 합성되는데, 체내 비타민 D의 농도가 낮으면 뼈 건강, 면역력뿐 아니라 우울과 인지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을 물리치는 생활습관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낮에 야외활동을 즐기고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경우, 낮에 잔다고 하더라도 깊게 수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이 지속되며, 신체리듬의 불균형으로 무기력해질 뿐 아니라 우울감도 악화될 수 있다. 한편, 야간에 스마트폰의 빛에 노출될 경우 생체리듬 불균형이 악화되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는 가급적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이런 시기에는 음주로 잠을 억지로 청하거나 우울감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경우가 많은데, 의존의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만성적인 음주 자체가 우울, 불안, 불면의 원인이 되므로 자제해야 한다. 식이조절과 관련해서는 균형 잡힌 적당량의 식사가 가장 좋으며, 특히 뇌신경 전달물질의 합성에 도움이 되는 트립토판이 많이 함유된 바나나와 같은 음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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