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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구독경제를 구독하라

동네마다 음반 가게가 있던 시절이 있다.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방안에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테이프들이 수북이 쌓여 있기도 했다. 이제 음반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고, 테이프는 손에 없지만,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다. 음반 가게는 앱으로 바뀌었고, 테이프는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 음반을 ‘소유’했던 시절에서 음악을 ‘경험’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상품을 ‘구매’하던 행위는 서비스를 ‘구독’하는 행위로 바뀐 것이다. 즉, 소유경제에서 구독경제로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 글. 김광석(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실장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산업과 기업경영을 연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경제 전망 및 주요 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선임연구원을 역임했고,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경제학을 강의하면서 후학 양성에 주력해 왔다. 현재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 및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으로서 실물경제 분석과 경제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소유와 공유를 넘어 구독하는 시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사전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다. 구독경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는 신문, 우유, 녹즙, 학습지 등과 같은 ‘유형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독해왔다. 전세나 월세 제도 역시 많은 국민이 주거 서비스를 이용해온 구독경제의 산물이고, 은행 대출 역시 이자라는 일정한 구독료를 지급하고 자금을 이용해온 셈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통신, 인터넷, 뉴스레터 등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구매가 아닌 구독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소유경제는 자동차를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것이고, 공유경제는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여러 소비자가 특정한 조건 하에 차용하는 것이다. 반면, 구독경제는 생산자에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소유’의 과정이 전혀 없고, ‘경험’만 있다. 소유는 ‘산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경험은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한편, 렌털 서비스는 한 대의 차를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하는 방식이지만, 구독 서비스는 다양한 차종을 돌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구독 서비스는 ‘경험’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이다.

구독 서비스, 어디까지 왔을까?

구독 서비스는 콘텐츠, 식품, 생필품,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먼저, 구독 서비스를 이끄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주목해 보자. 넷플릭스(Netflix)의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2020년 3분기에 1억 9,500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 4분기 기준 2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독자가 더욱 늘어났다.
또한 글로벌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의 기호와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화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해준다.
한편, 음·식료품에 대한 구독범위도 커지고 있다. 제주 삼다수는 생수를, 동원F&B는 반찬을, 던킨은 ‘월간 던킨’이라는 이름으로 커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매일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과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 소비자가 직접 장을 보고, 운반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계절과일을 맛볼 수 있게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는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면도날을 집 앞으로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세계 면도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질레트(Gilette)를 앞질렀다.
밀리의 서재는 5만 권의 도서를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꽃 배달 쇼핑몰 쿠카(kukka)는 2주에 한 번 계절에 가장 예쁜 꽃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갤러리(Open Gallery)는 큐레이터가 그림을 선정해 계절별로 원화 작품을 운송·설치·교체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도 구독하는 시대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셀렉션’을 시작했고,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기아 플렉스’ 등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구독료 99만 원을 지불하면, 6가지 차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자동차를 이용거리 등의 제약을 두고 이용하는 렌털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다.

구독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응전략이 필요

구독경제가 부상하고, 모든 것이 구매에서 구독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이러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상 이러한 전환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인데, 기업과 소비자는 이미 전환되어 달려가고 있지만, 제도나 표준의 전환은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독 신청은 쉽지만 해지하는 절차가 복잡하게 설계돼 있기도 하다.
구독 서비스를 취소하더라도 환불조치가 미흡한 경우도 있다. 결제 관련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구독 서비스의 허점을 악용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화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구독경제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도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는 데 모니터링해야 할 대상이다. 소비자들의 잠재된 구독 서비스를 발굴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시켜야 한다. 영구적인 소비자로 만들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유와 공유를 뛰어넘는 구독경제의 시대를 맞아 보완·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구독 경제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유통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소유경제 VS 공유경제 VS 구독경제 모델 비교
소유경제 : 제품/서비스-채널-소비자 / 공유경제 : 제품/서비스-보유자-플랫폼-소비자 / 구독경제 : 제품/서비스-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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