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④

교육자 전문성의 확장,
새로운 교육변화를 이끄는 주춧돌

코로나19로 교육 현장의 변화를 겪으면서 교육자들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일이 교육자에게 새롭게 요구되고 있지만, 새로운 역할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갈 힘을 갖추도록 돕기 위해 지식을 알려주는 전문가에서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고 촉진하는 안내자로 전문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교육자 전문성의 확장과 심화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다. 지속 가능한 교육을 위한 교육자의 역할을 함께 짚어보자.
글. 김지영(교육 혁신 전문가,
창의적·미래지향적 교육디자인연구소 ‘TLP교육디자인’ 대표)
김지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혁신 센터에서 다년간 교육전문가로 재직하고, 고려대학교 대학교육개발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전문가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 및 평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숭실대학교에서 베어드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혁신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The–K 스페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위기를 극복해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식 제공자에서 학습 경험 디자이너로

많이 안다는 것이 더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앎’에 초점을 두는 교육보다 학생들이 ‘삶’에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에서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가치’를 판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잘 디자인해야 한다.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What뿐만 아니라, ‘왜 학생들이 그것을 배워야 하는가’의 Why를 물을 수 있어야 하며, Why 안에서 What을 잘 정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잘 정렬하는 것이 바로 기획이다. 학습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수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기획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가지고 갈 배움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어떤 학습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그 가치를 얻어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식이 추상적이라면 경험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학습은 개인이 콘텐츠와 만나는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일어난다. 학습 경험을 고민했다면 이제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을 그 경험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식 제공자에서 학습 경험 디자이너로 전문성을 확장하기 위해서 교육자는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이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하며, 그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curation
콘텐츠 생산자에서 콘텐츠 큐레이터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교육자들이 가장 많이 한 일은 그동안 사용해왔던 수업 자료 대신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미 만들어 놓았던 자료들은 오프라인 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새로운 변화 앞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수업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온라인상에 올려야 할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들을 검색하고 그것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기존에 만들어진 좋은 자료들을 검색하고, 그 자료를 자신의 수업 맥락에 맞게 활용하는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좋은 자료들이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앞으로 교육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콘텐츠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학습의 목표에 맞는, 그리고 만나는 학생들의 수준이나 관심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필요할 때마다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존에 만들어진 좋은 자료를 잘 찾아서 자신의 수업에 잘 맞게 큐레이션(curation) 하는 능력이 더욱더 요구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육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들이 많이 공유되었지만,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고 큐레이션 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더 많은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전문 학습 공동체, 혹은 교과 연구회 등을 통해서 유용한 콘텐츠 자료들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별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잘 키워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필요한 피드백 및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역량은
앞으로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다. 학생들 옆에 서서 자주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배움을 촉진해주는 일의 재미와 가치를 느끼는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
무대에 선 현자에서 옆에 선 촉진자로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교육자들은 이제 학생들 옆에 선 촉진자의 역할에 남은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할 때다. 우리의 교육이 하나의 목적지를 위해 모두 함께 달리는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양성과 개별화를 추구하는 열린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자들은 학생들 옆에서 그들의 학습 과정이나 어려움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하며, 그 관찰을 통해 학생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의 격차가 커지고, 학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특히 교육자들의 이러한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비대면 교육의 확대로 디지털 학습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육자의 능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디지털’ 역량인 관계 맺음과 사랑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세히 보아야 각 아이가 가진 반짝반짝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개별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잘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필요한 피드백 및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역량은 앞으로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다. 학생들 옆에 서서 자주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배움을 촉진해 주는 일의 재미와 가치를 느끼는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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