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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착한 기업’을 원하는 시대,
세계는 지금 ‘ESG’ 혁신 중

‘돈쭐을 내주자!’는 좋은 일을 하는 기업 제품의 소비를 장려할 때, 밀레니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을 칭찬만 할 게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돈으로 혼쭐을 내주자’, 즉 ‘격려해 주고 보답하자’는 일종의 반어적 표현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 품질· 서비스·가격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기업이 환경·윤리·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착한 기업’, 즉 ‘ESG 경영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ESG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은 사회에 이익을 주는 착한 기업이나 ESG 경영 활동에 힘을 쏟는 기업에 더욱 관심을 높이고 있다.
  • 글.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 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이코노미」 라는 책을 지난해 말 발간했다.

ESG는 왜 급부상했을까?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라는 세 영문 단어의 첫머리 글자들을 모아 만든 용어다.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 구조 개선등을 고려해야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원래는 영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에 대해 ‘책임투자 원칙(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얼마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고려하여 투자하라는 원칙)’ 관련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시작됐다. 이어서 UN 차원의 ‘책임투자 원칙(UN PRI)’이 제정되고, 블랙록 등 주요 자산운용사와 3대 국제신용평가사 등이 이에 호응하면서 확산됐다.
ESG는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감염병 확산의 근본 원인으로 환경 파괴, 기후 변화 등이 지목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의 활동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장을 짓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기술·재원을 가진 기업에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다. 지구 관측 사상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18회 중 17회가 지난 20년 동안에 집중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체감과 위기 인식이 더욱 고조되던 중이었다.
여기에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그 핵심에 친환경, 온실가스 저감이 자리 잡으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대면 접촉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자산 가격 급등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높아지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기업들로서는 이처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거나 중요한 거래처를 잃거나 금융시장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최종 소비자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비중이 42%에 달했다. 지난 2011년에 친환경 캠페인을 시작한 친환경 대표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그 해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중 매출 2위까지 상승했다.
반면, 잘하는 기업에 대한 보상과는 반대로 ‘기후 악당’에 해당하는 정부나 기업에 대한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2020년 미국 등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환경단체, 청소년 등이 정부를 제소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정부 및 정치권과 기업들의 거래처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변화는 정부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EU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제품에 세금을 물리는 ‘탄소 국경세’ 도입 방안을 올해 6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별 탄소 저감 목표를 발표한 선진국들은 자국의 앞선 기준과 기술을 내세워 중국 등 신흥국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해 ‘그린 뉴딜 정책(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발표했고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의 추가 배출이 없는 상태) 선언’을 달성하기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선택 아닌 필수

애플은 자사 제품에 부품을 대는 공급망 전체에 대해 2030년까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이라는 환경 기준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환경경영 보고서에 참여하는 협력사를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적인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탄소중립 성장 2030’ 목표를 발표하고 그 달성을 위해 ESG 기여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기업이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 메시지가담겨있는 제품에 호감을 드러내면서 착한 소비를 넘어 정의로운 소비를 추구하며 기업의 ESG 전략에 주목하는 추세다. 소비자가 착한 기업을 원하는 시대, 바야흐로 ESG가 기업들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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