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⑦

혼자서 학습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 희망이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 주도 학습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학습이 더 힘들어졌다. 코로나19와 원격 수업이라는 큰 변화는 혼자서도 학습을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분 지었을 때 스스로 학습할 힘을 가진 학생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커지는 학습 격차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지금,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력을 키워주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 김지영(교육 혁신 전문가, 창의적·미래지향적 교육디자인연구소 ‘TLP교육디자인’ 대표)
김지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혁신 센터에서 다년간 교육 전문가로 재직하고, 고려대학교 대학교육개발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전문가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 및 평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숭실대학교에서 베어드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The–K 스페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위기를 극복해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SELF-DIRECTED LEARNING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력이란, 지금 눈앞에 놓인 학습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이제는 평생 학습의 시대로, 학생들은 앞으로 평생 학습을 이어가야 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장거리 달리기의 관점으로 학생들이 이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자기 주도 학습력에 대한 세 가지 오해

자기 주도 학습력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를 먼저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자기 주도 학습을 잘할 수 있는 학생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성향적인 면에서 자기 관리를 잘하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 주도 학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인지적·비인지적 전략을 배우고,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활용할 줄 아는 후천적인 배움과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주도 학습력은 충분히 학습이 가능한 능력이며, 어떤 학생이든 자기 주도 학습력을 키울 수 있다.
이와 연관된 두 번째 오해는 자기 주도 학습력이 높은 학생들은 처음부터 혼자서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너는 왜 혼자서 못하니?”라고 혼을 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주도 학습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구조화된 가이드와 본보기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런 학습 상황에서 또는 이런 학습의 어려움을 겪을 때 이런 방법을 써볼 수 있다’ 혹은 ‘이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해본다’와 같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런 가이드를 통해 학생들은 조금씩 혼자 해보는 힘을 키워나가게 되고, 결국에는 독립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
자기 주도 학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나 전략이 모든 학생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 번째 오해다. 학생마다 성향이나 학습 스타일이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스스로 학습을 잘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고정된 방법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나 부모는 학생들이 어떤 성향인지, 그리고 어떻게 학습할 때 편안하고 동기부여가 되는지 잘 살펴서 그 학생에게 맞는 방법을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사례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METACOGNITION
스스로 학습을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자신의 학습에
대한 높은 포부와
기대가 있다. 포부란
무언가가 실현되기를
바라며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고,
기대란 그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 학습력의 원천은 포부와 기대

스스로 학습을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학습에 대한 높은 포부와 기대가 있다. 포부란 무언가가 실현되기를 바라며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고, 기대란 그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포부와 기대가 결합했을 때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포부와 기대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가장 강력한 요인은 성장 마인드와 과거의 성공 경험이다. 자신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 놓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효능감을 느껴본 학생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과 성공의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이 포부와 기대는 강화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 자물쇠를 채워버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어’, ‘나는 원래 수학을 못 하는 아이야’, ‘지금도 공부를 못하니 나는 계속 공부를 못하겠지’ 등 부정적인 신념의 덫에 걸리면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하며 자신에 대해 포부를 가지거나,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되고, 이 부정적인 신념을 반박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어? 내가 혼자서 이렇게 해보니 되네?’라는 성공 경험이 계속 쌓여야 포부와 기대가 높아지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상황은 계속 악순환이 된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에 대해 포부와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계속 학습에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력의 씨뿌리기 과정이다.

메타인지 활용이 핵심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학생들은 ‘아이 짜증 나, 왜 이렇게 숙제가 많아’라고 불평을 할 것이고 어떤 학생들은 ‘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라고 생각해볼 것이다. 후자의 경우가 메타인지력을 갖춘 학생의 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고차원, 상위라는 의미를 가진 ‘메타(meta)’와 어떤 사실을 인식하는 ‘인지(cognition)’의 합성어다. 자신의 인지 활동을 상위에서 자각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메타인지는 자기 주도 학습력의 핵심이다.
혼자서 학습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계속 자신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며 스스로 총감독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메타인지도 연습을 통해 강화해 나가야 하는 능력인데, 그동안 학생들이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시스템, 시간표, 학습 방법 속에서 움직이다 보니 이 능력을 연습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원격 수업과 병행하며 학생들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오히려 역으로 학생들이 메타인지를 연습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감독의 입장으로 네 학습을 돌아보았을 때 무엇이 잘되고 있고, 무엇이 잘 안되고 있니?’ 이렇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메타인지를 자주 그리고 적극적으로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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