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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꿔요

바른 올림말로 인사 나누기

“사람은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어릴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인사성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차리는 성질이나 품성’을 뜻한다. 주로 ‘인사성이 밝다’, ‘인사성이 없다’, ‘인사성이 바르다’로 쓰여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인사만 잘해도 먹고 산다」, 「친절과 인사만 잘해도 세계 최고가 된다」는 책도 있을 만큼 인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 예절에서 기본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는 “수고하세요”, “건강하세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같은 인사말에 대해 살펴본다.

이승훈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부장

윗사람에겐 삼가야 할 말 “수고하세요”

직장에서 선배나 동료보다 먼저 퇴근할 때 무심코 “수고하세요”라고 한 적이 더러 있다. “수고하세요”라고 한 뒤 뒤돌아 나올 때면 ‘아차, 또 실수했네’라는 생각에 미안스러웠다. ‘수고’란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을 이르는 말이어서 자기보다 윗사람에게 “수고하세요”, “수고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계속 일하는 데 힘쓰세요”라고 명령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윗사람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삼가야 할 말이다. “고생하세요”, “고생 많습니다”처럼 쓰는 ‘고생’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에게 부탁할 땐 “잘 부탁드립니다”, 윗사람이 한 일을 축하드릴 땐 “역시 ○○님이십니다”, “○○님, 멋지십니다(대단하십니다)”로 하면 적절할 듯싶다. 직장에서 윗사람보다 먼저 퇴근할 땐 “(저) 먼저 가겠습니다”,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남은 사람들은 먼저 퇴근하는 동기나 아랫사람에겐 “잘 들어가”, “수고했어(수고 많았어)”를, 윗사람에겐 “안녕히 가세요(가십시오)”, “잘 들어가세요(들어가십시오)”라고 하는 것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사말이다.

“건강하세요”보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나 세배나 큰절을 드릴 때, 집안 어른이나 직장 상사, 윗사람이나 선배에게 인사할 때 “건강하세요(건강하십시오)”나 “행복하세요(행복하십시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건강하다’와 ‘행복하다’는 형용사여서 명령형이나 청유형 어미와 결합할 수 없으므로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시는 분도 많다. ‘예쁘다’라는 형용사를 “예쁘거라”, “예쁘자”처럼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되듯 ‘건강하다’와 ‘행복하다’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명령이나 권유를 나타내는 ‘-(으)세요’, ‘-(으)십시오’는 동사와만 결합한다고 보지만 ‘행복하다’, ‘건강하다’ 등의 형용사와 예외적으로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바람을 나타내는 인사말로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를 많이 쓰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 듯하다. 하지만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기보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빕니다(바랍니다/기원합니다)”나 “(날마다/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하는 것이 좀 더 공손하고 자연스러운 인사말이다.

‘식사’ 말고 ‘진지’나 ‘아침’, ‘점심’, ‘저녁’

세종대왕은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라고 하셨고, 시인 김지하도 “밥은 하늘이다”라고 읊었다. 소설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님을 잊지 말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라고 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의 가짓수는 맨밥·밥·메밥·찰밥·고봉밥·감투밥 등 수백 가지에 이른다. 밥의 높임말은 ‘진지’이고, ‘아침·점심· 저녁’에도 끼니라는 뜻이 들어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맛점’, ‘맛저’라는 준말을 많이 쓰며, 기성세대는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식사하세요”처럼 ‘식사(食事)’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런데 이 식사라는 말은 ‘쇼쿠지(しょくじ)’로 읽는 일본식 한자어다. 광복 후 일본군 출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널리 퍼뜨린 말인데 요즘은 일식집 이름에도 ‘쇼쿠지 이자카야’, ‘우마이 쇼쿠지’, ‘쇼쿠지 ○○점’처럼 심심찮게 보인다. ‘식사’의 국어사전 뜻풀이를 보면 ‘끼니로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이라고 나온다. 높임말이 아니다. 한자를 풀이해도 식사는 ‘먹는 일’, “식사하세요”는 “먹는 일 하세요”가 돼 영 어색하다. 그래서 끼니때 직장 상사나 어른들에게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같은 말 대신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써온 ‘진지’나 ‘아침·점심· 저녁’에 ‘먹다’의 높임말인 ‘잡수다’, ‘들다(드세요)’를 곁들여 “진지(아침) 드셨습니까”, “점심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하는 게 정감도 묻어나고, 공손함도 잘 전해질 듯하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