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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따뜻한 남녘 바닷가에서 봄을 기다리다
낭만의 해양 도시 여수
화양조발대교 풍경
산 너머 남녘 바닷가 고장 여수에는 벌써 문밖에 봄이 온 듯 온화하다. 오동도에 피어난 붉은 동백과 고소동 언덕의 카페 창가를 두드리는 햇살, 그리고 돌산대교를 건너는 자동차들의 경쾌한 움직임에서 이제 곧 모습을 드러낼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상 국립공원 두 곳이 있는 미항(美港) 여수에서 새봄을 기다려본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오동도 붉은 동백과 함께 맞이하는 이른 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2개의 해상 국립공원(한려해상국립공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품은 여수는 그 명성에 걸맞게 유난히 물빛이 아름다운 도시다. 전망이 좋아 예쁜 카페가 몰려 있는 여수시 고소동의 언덕에서 굽어보면, 해협 사이로 흘러가는 바닷물이 마치 터키석을 갈아 만든 청록색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듯 오묘한 빛깔을 머금고 있다. 그 때문일까. 여수반도를 둘러싼 바다 빛이 어찌나 고운지 옛사람들은 이 바닷가 고장의 이름에 특별히 ‘고울 려(麗)’를 넣어 여수(麗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문헌에 처음 ‘여수’라는 명칭이 기록된 때가 고려 창건 이후인 940년이라 알려졌으니 벌써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이토록 수려한 바다를 간직하고 있던 셈이 아닌가.
여수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동백꽃 군락지인 오동도다. 여수시 수정동에 속한 이 섬은 길이 1.2km가량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하늘에서 보면 오동잎 모양을 닮아 ‘오동도’라는 지명이 붙었다. 과거에는 오동나무가 아주 많았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신이대나무, 후박나무, 광나무 등 사계절 푸른 상록수와 함께 동백나무로 가득한 초록의 낙원이다.
오동도 동백꽃 오동도 동백꽃
오동도 동백숲 오동도 동백숲
오동도 오동도
나무길로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울창한 숲을 거닐면 섬 주변을 따라 아찔한 기암절벽과 동굴을 볼 수 있으며, 섬 남단에 이르면 새하얀 등대도 만나게 된다.
물론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동도의 ‘최애’ 포인트는 섬 전체에 고루 분포하는 동백나무와 붉은 동백꽃 군락지다. 동백꽃은 보통 11월부터 개화해 이듬해 4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피고 지기 때문에 아직 겨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2월에도 꽃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인기가 좋은 여행 테마로 꼽힌다. 특히 햇살이 비스듬히 숲 사이를 파고드는 아침 혹은 늦은 오후에 오동도를 찾는다면 지저귀는 새소리, 파도 소리와 함께 겨울 끝자락 아련한 봄의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고소동 벽화마을, 골목길 산책하며 카페 즐기기

두 번째로 들를 곳은 요즘 예쁜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의 전망 좋은 장소마다 특색 있는 카페가 계속 들어서고 있는 고소동은 높이 117m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펼쳐진 산동네다. 이순신대교, 하멜등대, 낭만포차거리, 장군도, 돌산대교 등 여수의 주요 명소가 모두 시야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훌륭해 조선 시대에는 수군의 포루(砲樓)나 장대(將臺)가 위치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수팔경의 하나인 고소대(姑蘇臺)의 유적이 바로 이곳 고소동에 남아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지휘하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현재는 언덕 정상에 여수기상대가 자리한다.
고소동 벽화마을 고소동 벽화마을
고소동 카페 청수당 고소동 카페 청수당
고소동 벽화마을 고소동 벽화마을
고소동을 방문할 때는 되도록 임시 공영주차장(고소동 56-9)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길이 비좁기도 하거니와 일방 통행로에 가로막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담벼락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가 오래된 잿빛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으니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모카힐’, ‘와이드커피스탠드’, ‘낭만카페’, ‘청수당’ 등 SNS에 자주 등장하는 카페에 들어서면 대부분 통유리로 된 커다란 창밖으로 에메랄드빛 여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특권을 준다.
고소동 벽화마을 전경 고소동 벽화마을 전경
해상케이블카와 거북선대교 해상케이블카와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전망대와 해상케이블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와 함께 새로이 거북선대교가 들어섰지만, 외지인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즐겨 찾는 명물은 여전히 돌산대교다. 1984년 완공된 이후 30년이 넘도록 여수 최고의 명소로 꼽히고 있는 돌산대교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히는 저녁에 방문하면 더욱 예쁘다. 해 질 무렵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는 마치 동백꽃처럼 붉게 물든다. 사진가들이 ‘매직 아워(magic hour)’라고 부르는 일몰이 끝나갈 무렵 하늘이 보랏빛으로 어두워지면 경관 조명이 점등되며 돌산대교가 오색으로 채색되기 시작한다. 대교 위를 오가는 자동차의 불빛과 어우러진 야경은 환상적인 추억을 남긴다.
이런 돌산대교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고소동을 기준으로 돌산대교 너머에 위치하는 돌산공원을 찾아가야 한다. 돌산대교 준공기념탑 바로 아래 조성된 나무길 전망로가 감상을 위한 최적 포인트. 새초롬하게 꽃을 피워 올린 동백나무도 몇 그루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여수해상케이블카(061-664-7301, www.yeosucablecar. com)를 탑승하는 것은 어떨까. 돌산공원에 위치한 여수해상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케이블카에 오르면 돌산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바다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공중 산책을 체험할 수 있다. 장군도, 거북선대교, 오동도 그리고 여수세계박람회 행사장 등 여수의 명소가 수십 미터 발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하지만 환상적인 경험을 해보자.
돌산대교 황혼 돌산대교 황혼
여수예술랜드 미다스의 손 여수예술랜드 미다스의 손
여수예술랜드 조각공원 여수예술랜드 조각공원
여수예술랜드 스윙 여수예술랜드 스윙

돌산도 드라이브 길 끝에 만나는 향일암

시간이 넉넉하다면 돌산도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과거 돌산도는 향일암 외에 들를 만한 관광지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섬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세계박람회와 함께 리조트와 호텔, 펜션이 들어서며 여행 인프라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여수예술랜드 같은 복합 문화 공간이 조성되면서 지금은 많은 여행자가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여수예술랜드 리조트(061-665-0000, www.alr.co.kr)는 개장 당시 ‘미다스의 손’ 때문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거대한 손 모양의 전망대인 미다스의 손은 내치도·외치도·혈도·죽도 등 돌산도 동쪽의 작은 섬들 너머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 포인트다. 전망대뿐 아니라 카트, 짚 코스터, 스윙, 오션 스카이워크 등 레저 체험 시설과 미디어아트 조각공원, 인피니티 풀, 카페 그리고 숙박 시설까지 갖춘 여수시 유일의 복합 리조트다. 지난해 3월 오픈한 바다 전망 카페 라피끄는 벌써 인스타그램 인증샷 장소로 유명하다.
향일암 관음상 향일암 관음상
향일암 향일암
돌산도 전통의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향일암(061-644-4742, www.hyangiram.or.kr)이다. 여수반도 남쪽 끝자락의 금오산(해발 320.9m) 자락에 자리를 잡은 향일암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매년 일출제가 열리던 장소로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 성지로 불린다. 기왕 찾아왔다면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을 맞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의미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2월에 방문했다면 늦어도 오전 7시에는 향일암에 올라야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여수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풍성한 상차림, 남도 미각 나들이

  • 서대회무침과 갈치 튀김

    서대회무침과 갈치 튀김

    가자미, 넙치의 사촌쯤 되는 서대 혹은 서대기는 여수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생선으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접어(鰈魚)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수 사람들은 여수와 고흥 사이의 여자만에서 주로 잡히는 서대를 무침으로 즐겨 먹는다. 막걸리로 발효시킨 식초를 초고추장과 섞어 만든 특제 양념에 얇게 썬 서대회를 넣고 무친 서대회무침은 긴긴 겨울을 나는 동안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는 별미다. 서대회무침을 잘하기로 소문난 식당은 고소동과 자산공원 사이 옛 여수항 인근에 있는 삼학집(여수시 이순신광장로 200-3 1층)이다. 삼학집에서 서대회무침을 주문할 때는 반드시 갈치 튀김를 추가하기를 권한다. 달콤한 서대회무침과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갈치 튀김이 어우러져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 삼치 선어회 싱싱한 해산물

    삼치 선어회와 싱싱한 해산물

    바닷가 고장에 왔다면 응당 싱싱한 바다 먹거리를 맛봐야 하지 않을까. 제철 생선회와 함께 다양한 해물을 곁들여 먹으면 겨울 끝자락의 여정이 더욱 행복해진다. 활어회를 주로 맛보았다면 생선을 숙성시켜 먹는 선어회에 도전해보자. 선어회는 활어를 손질해 얼음과 함께 저온 숙성시킨다. 특히 삼치 선어회는 두툼하면서도 숙성된 생선 살 특유의 깊은 맛으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삼치를 구이로만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 독특한 맛에 빠져들지도 모를 일이다. 겨울철에는 대방어가 제철이므로 삼치와 대방어를 반씩 섞어도 좋다. 선어회만으로 조금 부족하다면 가리비, 전복, 멍게, 꾸죽 등으로 구성된 해물 모둠을 곁들인다. ‘꾸죽’은 뿔소라의 지역 방언이다.
  • 매운 갈비찜

    30년 전통의 뚝배기 매운 갈비찜

    여수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없는 독특한 갈비찜이 있다. 여수시 신기동 골목에 자리한 ‘원조40번’에서 맛볼 수 있다. 30년간 대를 이어온 원조40번의 갈비찜은 뚝배기에 마치 탑처럼 높이 쌓아 올린 담음새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창업주가 직접 고안한 양념을 이용해 닭강정처럼 바삭한 식감은 살리고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추가한 매운 갈비찜은 식도락가들을 불러 모으는 마력의 메뉴다. 매운 음식에 약한 사람이라면 달걀찜으로 매운맛을 중화시켜보자. 양도 푸짐해 갈비 몇 점이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되지만, 추가로 주문한 공깃밥을 남은 양념에 비벼 먹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식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