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경필 경제 칼럼니스트 & 작가
전 세계에 불어닥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공포
올해 들어 경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를 들자면 아마 ‘인플레이션’일 것이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킹 달러’ 시대, 그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이 지금의 경제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5.7% 상승, 미국은 8.3%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 5.7%라는 말은 화폐가치가 5.7% 하락한다는 말과 같은데, 임금 300만 원을 받는 노동자의 실제 소득이 하루아침에 282만 9천 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소비는 위축되고 사회 전체의 총 수요는 감소해 경기침체라는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현금 저축도 엄연한 투자 종목 중 하나임을 명심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물며 돈을 투자해 불리는 ‘재테크’라는 영역에서도 예외일 리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자에서도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자산 시장에서는 2021년 말 정점에 달한 뒤 주식과 부동산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흔히 투자시장에는 약세장에서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투자를 잠시 쉬는 것이 낫다는 뜻인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격언이 있는데, 이 말이 정말로 맞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주식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경기 개선의 기대감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무섭게 상승했지만 당시에는 기업들의 실적이 높아 상승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푼 천문학적 유동성에 힘입은 결과였다. 실적이 아닌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는 이제 금리가 오르니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게 되었다. 자산시장은 경기 변동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번갈아 오가며 큰 흐름이 바뀌는데 이제는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다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매우 강해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럴 때는 투자시장에 굳이 머무르려 하는 대신 현금이라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법이 될 수 있다.금리가 높다지만, 예·적금에 투자해도 될까?
최근 디지털 뱅크나 시중 은행에는 3.5%를 넘는 예·적금이 등장했다. 불과 1년 전 예금금리가 1%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금리에도 예·적금과 같이 저축에 집중하는 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각종 언론에서 인플레이션을 부르짖는 시대에 예·적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저축하는게 맞을까요?”라고 묻는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니 화폐보다는 실물자산이 유리하다. 여기서 지금의 물가상승률 5.7%는 앞으로 화폐가치가 5.7% 하락할 것이라는 사전적(exante) 개념이 아니다. 이미 결과적으로 발생했다는 사후적 (ex post) 개념이다.인플레이션 시대, 경제적 효과가 높은 예·적금 투자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향후 경제적 거래에서 더 많은 가격을 요구하게 되므로 실제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뭐라도 사두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기대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계속되고 있는 금리인상 때문에 이제 기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실물 경제, 재화나 서비스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과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실물경제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이 곧 낮아진다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실탄(현금)을 준비하고 1년 이내 예·적금 상품에 집중하라
현재의 자산시장은 폭풍우가 일고 있는 바다와 같다. 이런 때 어부들은 배를 정박해 두고 잠시 조업을 멈추는데, 휴식기라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물을 손질하며 다음 출항을 대비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산시장이 너무 떨어져 있으니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가파른 하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어도, 대세 상승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