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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붉은 상사화 꽃길을 따라 걷는
천년 고도로의 산책,영광
붉은 상사화 꽃길을 따라 걷는
천년 고도로의 산책,
영광
차별의 벽 허무는 반편견 교육
여행길을 나설 땐 누구나 청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여행작가. 일상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곧 인생이라 생각하고 길을 따라 걷는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저서로는 「제주 자동차여행 코스북」과 「만원으로 떠나는 초저가 당일치기」가 있고 서울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지방관광공사, 네이버 우리동네 등과 여행 콘텐츠를 제작했다.

글 이병권 여행작가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을 맞이하기 전이지만 전남 영광에는 단풍만큼이나 화려한 레드 카펫이 깔린다. 바로 불갑사 일원을 가득 메우는 상사화가 그 주인공이다. 상사화의 붉은 물결을 시작으로 질퍽한 황톳길을 걷는 물무산,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마주하는 노을까지. 하늘이 높고 푸른 천고마비의 계절을 즐기러 영광으로 떠난다.

붉디붉은 꽃길의 향연, 불갑사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때 불교를 전래한 인도 간다라의 승려 마라난타가 지은 사찰이다. 백제에 가장 처음 만든 불법 도량이라는 뜻에서 불(佛) 자에 갑(甲) 자를 더해 불갑사라 이름 지었다. 마라난타는 중국 동진을 지나 법성포를 통해 한반도에 들어와 침류왕의 환대를 받으며 백제에 불교를 뿌리내렸다.
불갑사는 쇠퇴와 중창을 거듭하며 현재에 이르러 융성했던 옛 영광은 느낄 수 없이 다소 한적하고 소박한 분위기다. 하지만 9월 중순이 되면 그 어느 사찰보다 화려하게 변신한다. 불갑사 숲길에 상사화가 지천으로 꽃을 피워 붉은 비단으로 거대한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으로 남녀의 애틋하고 간절한 사랑을 의미한다. 붉은 꽃을 피우는 상사화의 본래 이름은 석산(또는 꽃무릇)이다.
불갑사 일원은 8월에 상사화와 붉노랑상사화가 꽃을 피우는 것을 시작으로 9월이 되면 석산이 만발해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오는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상사화 꽃길 속으로, 천년의 사랑 속으로’를 주제로 진행된다.

법성포와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영광굴비로 유명한 법성포(法聖浦) 역시 마라난타 성인(聖人)이 법(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浦口)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이니 영광은 그야말로 백제 불교 문화의 산실인 셈이다. 영광굴비를 맛보기 위해 법성포에 찾아왔다면 포구 끝자락에 자리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법성포 끝자락 숲쟁이공원의 산책로를 지나 해안에 다다르면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기념해 만든 조형물과 건축물이 모습을 보인다. 마라난타는 간다라에서 온 승려인 만큼 이곳에 세워진 건축물은 인도 간다라 양식에 따라 만들었다. 우리가 평소에 알던 불교 문화와 달라 다소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불교도래지를 뒤로하고, 영광을 둘러싸고 있는 물무산으로 향했다. 물무산을 따라 설치된 황톳길을 걷기 위해서다. 황톳길 하면 보통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토가 깔린 길을 따라 걸으며 흙과 숲의 향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산책로를 말한다.
물무산 행복숲의 맨발 황톳길은 다른 곳과 차별되는 특징이 있으니, 바로 황토에 물을 뿌려 질퍽한 산책로를 조성한 것이다. 총 2km의 황톳길 중 초입 구간의 0.6km는 질퍽한 황톳길, 나머지 1.4km는 마른 황톳길을 만들었다. 질퍽한 황토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발끝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흙의 촉감이 온몸을 휘감아 짜릿함이 느껴진다. 미끌미끌한 질감 때문에 종종 휘청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며 뛰놀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백제불교최초도래지의 풍경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진 축물로 이국적인 백제불교최초도래지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진 축물로 이국적인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노을과 함께하는 드라이브, 백수해안도로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16.8km에 달하는 백수해안도로는 해안선 따라 이어지는 광활한 바다와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서해안의 드라이브 코스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영광 칠산바다에 사는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의 날개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된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불타는 석양을 감상해도 좋고, 해안도로 곳곳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나 차를 즐기며 노을을 마주해도 좋다. 드넓은 고요의 바다 위로 사라지는 태양의 마지막 모습은 언제나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이 설치된 전망대와 노을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이 설치된 전망대와 노을
영광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굴비·백합·보리새우

굴비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영광의 특산품이었다. 영광에서는 산란기를 맞아 알이 차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조기로 굴비를 만든다. 법성포에 가면 굴비구이, 굴비매운탕, 굴비조림 등 다양한 굴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굴비 한정식집이 늘어서 있다. 영광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한 상 가득한 굴비정식을 꼭 맛보자.
전복이 ‘조개의 황제’라면,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 부른다. 백합은 일반 조개보다 향과 풍미가 좋고 식감도 더 부드러워 고급 조개에 속한다. 영광은 연간 생산량 30톤 이상인 백합 산지다. 특히 봄과 가을에 별미로 꼽히는 만큼 9월 영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보리새우는 영광 칠산바다에서 7월부터 9월까지 잡히는 대표 수산물이다.
칠산타워가 있는 향화도수산물판매센터에 가면 보리새우를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보리새우회를 맛보는 것도 가을 영광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케이 로고 이미지

보리새우
보리새우
굴비정식
굴비정식
백합
백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