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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새싹 > 꿈지락(꿈知樂)  
2030 교직·의학 등에 종사하는 젊은 회원들의 꿈을 찾는 현장

꿈지락(꿈知樂)

함께 빛나는 별처럼,
같이 피어나는 꽃처럼

뮤지컬로 교육 활동하는

의정부 배영초등학교 원치수 교사
긍정의 힘으로, 애정의 깊이로
원치수 교사는 도통 지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하나로 포개져 있어 열정의 꽃이 좀처럼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바로 그 원동력이다. 오래도록 좋아해 온 ‘종합예술’을 수업에 접목하면서 글자 그대로 ‘융합 교육’을 해오고 있다.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 어떤 학생도 소외되지 않고 자기만의 별로 반짝거린다. 교육과 예술이 따뜻이 만나 학교라는 우주를 빛내고 있다.

글 박미경 | 사진 이용기

뮤지컬이라는 이름의 ‘융합 교육’

자주 쓰는 말이 곧 그 사람이다. 삶도 앎도 꿈도 ‘언어’라는 그릇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이다. 원치수 교사는 ‘모두’, ‘함께’, ‘하나’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수시로 동원하는 단어들이다. 뮤지컬엔 공통의 목적이 있다. 따로 존재하던 구성원들이 저마다 역할을 맡아 서로 힘을 합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그 길 위의 모든 것이 교육 뮤지컬이다. 그의 교실엔 ‘경쟁의 늪’이 없다. 대신 ‘협력의 숲’이 깊다.
“교육 뮤지컬의 목적은 완벽한 공연을 선보이는 게 아니에요. 함께 창작하고 연습하면서 일체감을 느껴보는 경험, 그 자체가 목표죠. 뮤지컬 활동을 통해 자신이 미처 몰랐던 재능이나 가능성을 만날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작품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서로 채워가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뮤지컬은 장르 자체가 융합이에요. 이야기, 노래, 춤, 연기, 무대미술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이기 에 ‘참된 의미’의 융합 교육이 가능해요.”
그가 뮤지컬의 교육적 가치를 알아본 건 대학교 3학년 때다. 뮤지컬을 좋아해 틈틈이 관람하던 어느 날 자신이 직접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진주에서 진행되던 아마추어 뮤지컬 클래스에 들어가 학업과 배우 생활을 병행했다. 학교가 부산에 있어 물리적 어려움이 컸지만, 심리적으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자기 안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기쁨도,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모으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즐거움도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교사가 되면 ‘이 활동을 해야지’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2014년 의정부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해 열린 학예회가 잊히지 않아요. 다양한 장기를 선보인 여느반과 달리, 할당된 20분을 우리 반은 오롯이 뮤지컬로 꾸몄거든요. 그때 우리 반에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가 많았어요. 그걸 살리고 싶어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아쟁 등 여러 악기의 합주 장면을 뮤지컬 안에 넣었죠. 각자 연주하다 처음으로 하모니를 이뤄본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하더라고요. 제가 느껴온 기쁨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어 저도 참 좋았어요.”

굴비정식 백합
보리새우
아이들, 배움의 주체가 되다

그때부터 그는 교육 뮤지컬의 길을 한결같이 걷고 있다. 전교생을 위한 뮤지컬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한편, 교내 뮤지컬 동아리를 지도하며 아이들의 재능에 불을 지핀다. 교실에선 다양한 주제로 뮤지컬 수업을 진행한다. 역사, 독서, 진로, 인권, 지역, 환경 교육과정을 뮤지컬과 연계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수업의 첫 단계는 ‘자유로운 상상’이다. 가령 역사 교육이라면 역사 속 사건을 충분히 탐색한 후, 그와 유사한 일이 교실에서 벌어졌을 때를 상상하며 가상의 이야기를 창작하게 한다. 그 결과를 뮤지컬로 발전시키는 체험을 통해, 그때 그 사건을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로 만나보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훈민정음 반포 과정을 이 시대로 옮겨온 ‘새로운 문자’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SNS에 한글을 어떻게 홍보했을까, 최만리는 훈민정음 반대 상소문을 어떤 플랫폼에 어떻게 담아냈을까, 기발한 상상력이 마구 펼쳐진다.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교육이라는 점이 뮤지컬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유튜브 세상을 그린 ‘우투부 : 조선시대 어느 그림방 이야기’도 그런 작품이에요. 교내 뮤지컬 동아리 ‘따뜻한 별’에서 만들었어요. 국악 뮤지컬 넘버 여덟 곡을 자체 작곡했고, 등장인물을 캐릭터화한 스티커도 학생들이 직접 제작했어요.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통하는’ 교육을 해나가는 게 오랜 꿈인데, 돌아보니 그 꿈을 이루며 살고 있네요.”
재작년 그가 지도하는 학급 아이들이 만든 ‘지구 감옥’은 매우 인상적인 환경 뮤지컬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을 근거로 2050년 지구를 상상하게 했더니, 지구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15분짜리 뮤지컬드라마를 완성해 냈다. 몇몇 아이는 그 작품을 메타버스로 구현하기도 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자연스레 고취되는 수업이었다. 몇 년 전부터 그는 뮤지컬 작품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창작한 뮤지컬을 그림책으로 옮겨와 목소리와 노래를 더하는 작업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교육과 예술의 따뜻한 만남을 꿈꾸며, 오디오 뮤지컬과 웹 뮤지컬, 줌 뮤지컬 같은 시도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가르칠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가르칠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모든 이가 융합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융합을 위한 융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태생 자체가 융합이에요. 다양한 예술이 결합된 장르이기 때문에 참된 의미의 융합 교육이 가능해요.”
모두가 주인공인 세계

“표현력보다 중요한 게 ‘표현할 용기’라고 생각해요. 낯가림이 심한 아이의 경우 친한 친구와 같이 등장하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다들 용기를 내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자신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이 스스로 믿게 되죠. 반대로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뮤지컬이라는 협업을 통해 절제와 양보를 배우게 합니다. 교육 뮤지컬의 세계에선 모두가 주인공이에요.”
뮤지컬 수업을 해보고 싶어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교사가 꽤 있다. 그에겐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교육 뮤지컬의 목표는 뮤지컬 ‘배우’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부담을 내려놓고 도전해 보세요.”
그 소망으로 그는 두 권의 안내서를 집필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뮤지컬 수업」과 「뮤지컬 창작 노트」가 그것이다. 교육뮤지컬 교사 연구회(경기도뮤지컬교육연구회, 의정부 뮤지컬 교육연구회)를 만들어 ‘따로 또 같이’ 활동 중인 것도 그와 비슷한 바람으로 해온 일이다. 함께 빛나는 별처럼, 같이 피어나는 꽃처럼, 그는 오늘도 ‘모두가 주인공’인 길을 걷고 있다.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