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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기저기

일생에 한 번쯤 떠나보는
볼리비아와 우유니 사막
일생에 한 번쯤 떠나보는
볼리비아와 우유니 사막
이집트 여행
이집트 여행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은 누구나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로 첫손에 꼽는다. 그러나 남미라는 지역의 특성상 긴 비행시간과 험준한 지형, 불편한 교통편 등을 생각하면 실제 방문한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만큼 우유니 사막을 직접 마주했을 때 다가오는 감동은 배가된다. 우기에만 고여 있는 빗물, 거기에 비친 자기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 그 순간이 이 사막을 방문한 목적이자 모든 고생을 씻어주는 보상이 된다.

글·사진 정덕호

세계 여행 전문 인플루언서 ‘하하호호’로 활동하고 있는 정덕호 여행작가는 세계 60여 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역사와 더불어 자신만의 감성으로 진솔하게 기록해 독자들에게 낯선 여행지를 친숙하게 소개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을 가진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남미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내륙 국가다. 브라질, 페루, 파라과이, 칠레,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열대기후지만 고도에 따라 다양한 기후패턴을 경험할 수 있다. 안데스 산맥의 동쪽인 밀림 저지대는 연평균 30℃를 넘는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인데, 서쪽 고원지대는 온대성 기후대가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불리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롯해 티티카카 호수, 라파스 같은 주요 관광지가 모두 이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는 보통 3박 4일 여정인데, 이 코스를 따라가면 기차무덤(우유니 소금사막에서 3km 떨어진 고원에 버려진 기차들이 모여 있는 곳)을 시작으로 안데스 산맥의 국경까지 이어진다. 나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볼리비아 여행의 목적은 우유니 사막에서 하늘과 땅이 일치되는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이 5할이고, 2할은 안데스 산맥의 붉은 홍학인 플라밍고 군무를 보는 것, 나머지 3할은 라파스와 티티카카 호수를 보는 것이다.

안데스 산맥 안데스 산맥
우유니 사막 여행의 시작

우유니 사막 여행은 페루 리마에서 출발하는 라파스행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라파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한 번 더 갈아타고 50분 정도 비행해 우유니 공항으로 가면 도착이다.
우유니 공항에 도착하면 신선한 경험 두 가지를 하게 된다.
첫째, 공항의 작은 규모와 열악한 시설이다. 이곳 공항은 화물 컨베이어 벨트 대신 공항 직원들이 직접 비행기에서 짐을 내려 트랙터에 싣고 대기 중인 여행자에게 가져다주는 신개념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둘째, 고산지대에 펼쳐지는 넓은 평원이다. 김제평야에서도 지평선을 볼 수 있지만, 우유니 공항에 내리는 순간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우유니 사막 투어는 전라남도 면적과 맞먹는 사막을 3박 4일 동안 차로 이동하며 여행한다. 우유니 사막은 약 12,000㎢ 면적에 1~120m 두께의 소금이 쌓여 있는 곳이다. 이곳의 소금 매장량이 무려 100억 톤이 넘는다고 하니 소금사막으로 불릴 만하다. 우유니 사막에서는 자동차가 시속 20km 이내로 달린다. 물이 20cm 정도 고여 있는 소금 바닥 위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두루 돌아보고 곳곳에 있는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우유니 소금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우유니 기차무덤에 들른다. 오래된 기차 위에서 ‘우유니 맛보기’를 하는 셈이다. 환상적인 소금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튿날 새벽엔 별빛을 보는 ‘스타라이트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만, 우기에는 쉽게 체험하기 힘든 일정이다. 이날 역시 전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잔뜩 먹구름 낀 하늘을 마주해야 했다. 어차피 보름 언저리라 날이 좋더라도 달빛 때문에 별빛은 보기 힘든 일정임을 예약할 때부터 알고 있었으니 미련은 없다.

반짝이는 수면이 반기는 사막

이튿날부터 소금사막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비가 그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하늘은 뿌옇다. 주변에서 사진을 몇 컷 찍고 다음 목적지인, 전 세계 국기가 나부끼는 곳으로 이동한다. 우유니 사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다. 수많은 깃발 중 태극기를 찾으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 근처는 세계적 자동차 경기인 다카르 랠리가 열렸던 곳이라 갖가지 차로 장식되어 있었다. 자동차 소품을 가지고 여러 자세를 취하며 일행과 즐기는 사이에 하늘이 완전히 활짝 열렸다. 그러자 우유니 사막의 전매특허인 하늘과 땅이 일치되는 데칼코마니가 한 장의 그림이 되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유니 사막의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자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을 감수했다고 생각하면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
우유니 사막은 4월부터 11월까지가 건기이고,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우기다. 내가 찾은 때는 마침 1월 우기여서 물이 발목만큼 차올라 있었다. 우기야말로 우유니 소금사막 여행의 적기로, 반영(反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종종 보이는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보이는 사진은 건기 때 물이 바짝 마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기에는 비가 자주 내려 오히려 반영 사진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리면 하늘과 땅의 데칼코마니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32년 경성약학전문학교 본교사 신축공사 설계도
기차무덤
1949년 「약우」 창간호를 제작한 학생들의 모습
티티카카 호수
1932년 경성약학전문학교 본교사 신축공사 설계도
기차무덤
1949년 「약우」 창간호를 제작한 학생들의 모습
티티카카 호수
플라밍고와 선인장 섬

투어 3일째, 선인장 군락이 있는 선인장 섬과 안데스 산맥의 기찻길, 돌과 나무 등을 보는 일정이었다. 살라르 데 치와나(Salar de Chiguana) 인근의 기찻길과 파란 하늘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볼리비아와 칠레는 안데스산을 경계로 두고 있는데, 덕분에 인근 설산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플라밍고는 빨간 플랑크톤을 먹고살아 붉은빛을 띤다고 한다. 수많은 플라밍고와 안데스 산맥의 설산을 보는 것은 우유니사막 투어의 보너스다. 사막여우가 먹을 것 없는 허허벌판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토끼처럼 생긴 비스카차도 여행객이 반가운지 도망가지 않고 서 있다.
투어 4일째 만나게 되는 알티플라노고원의 돌나무를 볼 때 쯤이면 우유니 사막 여행도 끝으로 치닫는다. 차는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의 길도 없는 설산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칠레의 산페드로데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로 입국하는 칠레 국경에 다다르면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가 끝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박 4일의 여행 기간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을 마주하니 지나간 시간이 다시금 소중하게 다가왔다.케이 로고 이미지

돌로미티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플라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