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배움의 새싹 > 꿈지락(꿈知樂)  
2030 교직·의학 등에 종사하는 젊은 회원들의 꿈을 찾는 현장

꿈지락(꿈知樂)

12만 팔로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비자’

널스툰 최원진 작가
꿈지락01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SNS에 그림을 올린 게 시작이에요.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데, 그림이 제 인생을 바꿀 줄은 저조차 몰랐죠.”
8년 전만 해도 최원진 작가는 대학병원 신규 간호사였다. 그러다 취미로 간호사 생활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널스툰(nursetoon, 간호사+만화) 작가이자 인플루언서, 강연자, 단행본을 세 권이나 낸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진정한 ‘N잡러’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만들어낸 변화다. 전국 간호사와 12만 팔로워에게 꿈과 희망을 투약하는 최원진 작가를 만났다.

글 이성미 l 사진 이용기

병원의 애환을 그리는 간호사 작가

오전 7시, 데이 근무 간호사가 출근한다. 나이트 근무 간호사에게 밤사이 일을 인계받고 나면 환자 모니터링, 의료 물품 준비, 투약, 주사, 처치, 입·퇴원 관리, 기록, 병실 정리 등 간호사로서 하루가 시작된다. 업무 강도가 높지만, 그렇다고 몸만 힘든 것은 아니다. 병원 내 여러 가지 갈등이 간호사를 정신적으로 지치게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rn.bizza) ‘간호사 비자가 그리는 병원툰’에서 우리는 간호사의 고민과 고충을 엿볼 수 있다. 최원진 작가가 간호사였기에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믿고 그리는 만화다.
최원진 작가는 2016년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병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첫 사회생활인 데다 3교대 고강도 업무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병원 밖에서 번아웃을 겪는 일상이 반복됐다. 그러다 중환자실에서 거듭 환자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최원진 작가는 자신의 끝을 상상했다. 목표 없이 이대로 살아간다면 훗날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재충전을 마친 최원진 작가는 개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기자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도 시작했다. 본래 어릴 적부터 취미 삼아 자신을 캐릭터화하거나 친구들 모습을 그려주는 걸 좋아하던 그였다. 함께 대학에 다니고 졸업 후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과 소통하려면 병원 안에서의 경험과 고민 등을 그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작품을 올렸다. 비자(bizza)라는 아이디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근무하던 간호사 친구가 “넌 정말 비자(bizarre, 특이한) 해”라고 말한 데서 따왔다.

꿈지락02
병원의 애환을 그리는 간호사 작가

오전 7시, 데이 근무 간호사가 출근한다. 나이트 근무 간호사에게 밤사이 일을 인계받고 나면 환자 모니터링, 의료 물품 준비, 투약, 주사, 처치, 입·퇴원 관리, 기록, 병실 정리 등 간호사로서 하루가 시작된다. 업무 강도가 높지만, 그렇다고 몸만 힘든 것은 아니다. 병원 내 여러 가지 갈등이 간호사를 정신적으로 지치게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rn.bizza) ‘간호사 비자가 그리는 병원툰’에서 우리는 간호사의 고민과 고충을 엿볼 수 있다. 최원진 작가가 간호사였기에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믿고 그리는 만화다.
최원진 작가는 2016년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병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첫 사회생활인 데다 3교대 고강도 업무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병원 밖에서 번아웃을 겪는 일상이 반복됐다. 그러다 중환자실에서 거듭 환자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최원진 작가는 자신의 끝을 상상했다. 목표 없이 이대로 살아간다면 훗날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재충전을 마친 최원진 작가는 개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기자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도 시작했다. 본래 어릴 적부터 취미 삼아 자신을 캐릭터화하거나 친구들 모습을 그려주는 걸 좋아하던 그였다. 함께 대학에 다니고 졸업 후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과 소통하려면 병원 안에서의 경험과 고민 등을 그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작품을 올렸다. 비자(bizza)라는 아이디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근무하던 간호사 친구가 “넌 정말 비자(bizarre, 특이한) 해”라고 말한 데서 따왔다.

꿈지락03
꿈지락04
꿈지락05
12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가 되다

“(신규 간호사가) 완벽하지 못한 건 당연한 거야. 선생님이 트레이닝 동안 유지해야 할 것은 환자를 위한 마음이야. ‘내가 뭐라도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가?’라는 마음.”
- ‘최고의 선배’ 편

“신규 선생님들, 입사턱 내야지! (중략) 내가 신규 때 선배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니까 분위기도 좋아지고 적응도 잘됐다. 다~ 너희를 위해서 말해주는 거야. 이렇게 하는 게 우리 문화야!”
- ‘나니까 이런 거 알려주고 참아주는 거야’ 편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인생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흥미로운 병원 이야기를 찾아 계정을 방문하는 사람 점점 많아져 팔로워 수만 12만 명에 이른 것이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 아래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태움’이나 성희롱, 환자와 보호자의 악성 민원 등 병원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메시지를 통해 전달됐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위로받은 일이나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동료 간호사 이야기, 중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환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전국 간호사에게 위안과 감동을, 때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했다.
12만 팔로워 중에는 간호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사람도 함께 울고 웃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아픈 가족이 있는데 위안을 얻었다”라며 호응했다. 팔로워가 늘면서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사명감을 품는 계기가 됐다.
“친구들과 교환 일기처럼 보던 그림이었기 때문에 남들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간호사라는 직업이 너무 가볍게 표현되는 것 같다’, ‘우리 병원은 저런 일이 없다’라는 부정적 피드백도 생기더군요. 처음에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인데?’ 하는 억울함도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전국 간호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가짐을 달리해야겠더라고요. 그 후로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요.”

꿈지락06
꿈지락06_1

“앞으로도 저는 제가 벌여놓은 일들을 제 손으로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행복은 병원 안에 있을 수도, 밖에 있을 수도 있어요.”

꾸준하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 그림을 그리던 최원진 작가는 지금은 낮에도 그림을 그리는 전업 작가가 되었다. 마케팅 기법을 배우며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도 고민한다. 『리얼 간호사 월드』, 『간호사 마음 일기』에 이어 2022년 7월에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를 펴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최원진 작가를 롤 모델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최근 한 학생이 ‘비자 님이 제 롤 모델이에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저처럼 간호사도 되고, 그림도 계속 그리고 싶다고요. 여전히 전 평범한 사람이에요. 영향력이 막대하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니죠. 하지만 누군가가 저로 인해 ‘계속 꿈꾸어도 좋다’고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은 사람이 ‘도전하기에 늦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마음먹으면 좋겠어요.”
또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꾸준히, 끈기 있게 하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히 해야만 성과가 난다. 물론 무조건 성공할 거라는 낙관도 위험하다.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열심히 해야 하고,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최원진 작가의 다음 목표도 같다. 자기 삶을 잘 책임지는 것이 그의 과제이자 목표다.
“앞으로도 저는 제가 벌여놓은 일들을 제 손으로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행복은 병원 안에 있을 수도, 밖에 있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접 그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국에 계신 간호사 여러분이 어디서든 행복을 찾으시길 바라요.”
인생은 알 수 없다. 몇 년 후 최원진 작가를 다시 병원에서 만날 수도, 댄스 경연 대회에서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는 웃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팔로워들과 함께 말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