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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기저기

숨겨 두고 싶은 여행지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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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 나리칼라 요새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 하면 튀르키예를 떠올린다. 하지만 조지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도를 보면 조지아의 남쪽으로는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 아제르바이잔,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흑해가 펼쳐져 있다. 많은 이가 조지아를 칭송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조금 더 숨겨 두고 싶다는 두 감정을 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어라운더월드 대표

트빌리시 구도심 산책

캅카스산맥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조지아는 1991년 구소련에서 분리 독립했다. 기원전 6세기부터 그리스, 로마, 이슬람, 몽골, 이란, 최근 러시아까지 이 땅엔 수많은 역사가 숨 쉰다. 1,500년 세월이 녹아 있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다. 조지아 인구의 4분의 1이 이 도시에 산다. 도시의 젖줄인 쿠라강을 중심으로 남쪽은 구도시, 북쪽은 신도시로 구분한다. 트빌리시 여행은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구도심을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출발점은 자유광장이다. 자유광장은 과거 레닌광장이라 부르던 곳으로 2003년 장미혁명 당시 시민들이 손에 장미를 들고 모인 역사적인 장소다. 광장 중앙에는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성 게오르기우스(Saint George, 초기 기독교 순교자)가 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광장을 지나 구도심으로 진입한다. 평화의 다리 너머 언덕 위에 보이는 메테히(Metekhi) 교회 쪽으로 강을 건너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도시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 명소 나리칼라 요새(Narikala Fortress)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이다.
조지아인들이 꼽는 세 가지 키워드가 ‘조지아 정교’, ‘와인’, ‘조지아어’인데, 조지아 정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메테히 교회는 구소련 시절 감옥과 극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페르시아, 오스만튀르크 그리고 러시아제국에 둘러싸인 기독교 국가 조지아는 강대국들이 침략할 때마다 교회를 둘러싼 성 위에서 최후를 맞으며 자신들의 종교를 지켰다. 지금도 조지아인의 80% 이상이 조지아 정교를 믿고 있다.
4세기에 지어진 나리칼라 요새는 이슬람과 유럽의 건축양식이 혼재되어 이색적이다. 중심부엔 거대한 조지아 어머니상(Mother of Georgia)이 기다리고 있다. 뉴욕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트빌리시엔 이 어머니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트빌리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랜드마크다.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든 이 여인의 모습은 마치 손님은 환대하고 적은 검으로 응징하겠다는 조지아인의 성정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요새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폭포와 협곡,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유황 온천에서 피로를 풀다 가도 좋다.

지구촌 여기저기05

조지아 트빌리시의 삼위일체 대성당

지구촌 여기저기05 조지아 트빌리시의 삼위일체 대성당
박물관과 미술관의 도시, 트빌리시

조지아를 여행하는 동안 ‘백만 송이 장미’를 흥얼거렸다. 러시아 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곡은 라트비아의 민요다. 가난한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가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Margarita)에게 반해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차용했다. 노래의 주인공 니코 피로스마니는 조지아 화폐 라리에 초상과 작품이 등장할 정도로 사랑받는 국민 화가다. 원시적이면서도 대담한 색채의 화풍은 피카소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조지아 국립미술관에 그의 작품 16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트빌리시 기차역 근처의 니코 피로스마니 박물관에서도 그의 작품과 생애를 만날 수 있다.
트빌리시는 60여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숨 쉬는 예술의 도시다. 쇼타 루스타벨리(Shota Rustaveli, 조지아의 민족시인) 대로를 걷다 보면 국립박물관, 국립미술관, 현대미술관, 순수미술관 등의 굵직굵직한 방문지를 마주친다. 조지아 국립미술관은 18~20세기 조지아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곳인데, 국민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작품이 특별실에 전시되어 있다. 조지아 국립박물관은 조지아의 전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트빌리시의 야경을 완성하는 쿠라강의 핫 플레이스인 평화의 다리는 3만여 개의 조명이 설치된 보행자 전용 다리로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미켈레 데 루치(Michele de Lucchi)와 프랑스 조명 디자이너 필리프 마르티노(Philip Martinaud)가 설계했다.

지구촌 여기저기03

평화의 다리로 이어진 트빌리시 구도시와 신도시

지구촌 여기저기03 평화의 다리로 이어진 트빌리시 구도시와 신도시
음식과 와인의 천국, 조지아

조지아의 식탁에는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랜드마크 어머니상이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와인의 종주국이자 발상지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껍질과 씨를 제거하지 않은 채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조지아식 와인 양조 방식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재 조지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65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조지아 와인의 매력은 화이트와인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다. 땅속에 토기를 묻어 숙성하는 조지아식 양조 방식은 화이트와인에서 더 큰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풍미가 뛰어난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mariage,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쿠라강 주변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리자. 전통 음식을 먹으면서 춤과 라이브 연주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줄지어 있다. 경쾌하고 정열적인 춤과 음악으로 밤공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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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의 한가운데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지아의 어머니상
지구촌 여기저기05_2
삼타브로 수도원(Samtavro Mona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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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의 한가운데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지아의 어머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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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타브로 수도원(Samtavro Monastery)
여행자에게 완벽한 나라, 조지아

고대 도시 므츠헤타(Mtskheta)는 반나절 또는 하루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다.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고, 조지아 정교의 중심지였던 만큼 즈바리(Jvari) 수도원, 스베티츠호벨리(Svetitskhoveli) 대성당, 삼타브로(Samtavro) 수도원 등 중요한 유적지들이 보존된 인기 관광지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조지아인들이 마지막까지 지켜낸 곳으로 내부에는 강으로 탈출하는 비밀통로가 있다. 수도사들이 거주하는 즈바리 수도원은 포도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세워둔 교회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지아 전체 포도밭의 70% 이상이 있는 동부의 카케티, 북동부 캅카스 지역의 만년설이 장관인 카즈베기산, 흑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 바투미, 이 밖에도 스탈린의 고향 고리,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보르조미 등 조지아의 매력적인 소도시들도 기억하자.
곳곳에 넘치는 풍성한 볼거리, 주머니가 가벼워도 즐겁기만 한 착한 물가, 친절하고 정 많은 현지인,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과 와인 등 여행자에게 이보다 완벽한 곳이 있을까.
케이 로고 이미지

지구촌 여기저기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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