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스승상 수상자 인터뷰

스승상 중등 수상자3
스승상 중등 수상자3_m
마산동중학교 김정주 교사
스승상 중등 수상자2
수학은 오해를 많이 받는 과목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꼭 필요하지만 어렵다는 편견에 갇혀 포기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김정주 교사는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여러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그중 수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보는 ‘수학체험전’과 수학으로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리는 ‘수학노트’는 수학과 학생들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 수학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그의 옆에서 웃고 있다.

글 박미경 l 사진 성민하

체험으로 수학의 즐거움을 알리다

김정주 교사는 종종 말이 빨라진다. 수학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이야기할 때다. 폐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대형 파스칼 삼각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학생들이 수학을 주제로 쓴 시(詩) 속에 얼마나 큰 재미와 감동이 들어 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말한다. 수학이 곧 ‘예술’임을 이 학교 학생들은 이미 안다. 수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게 한 김정주 교사의 노력 덕분이다.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키워 논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고 실생활에 유용함을 더해 주는 학문이자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이에요. 이 교실에 있는 모든 작품은 수학 원리를 바탕으로 우리 학생들이 만든 거예요.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그에게 수학은 ‘축제’이기도 하다. 김해 진영중학교에 재직하던 2014년부터 3년간 그는 ‘경남중등수학체험전’을 개최해 수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수학 작품 전시, 수학 강연, 오케스트라 연주, 수학 마술, 수학 교구 체험 교실···. 수학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체험 부스를 학생들과 함께 운영해, 3년 연속 6,000명 이상이 다녀가는 체험 축제로 만들었다. 2016년에는 대전, 울산, 목포, 부산, 인천 등 다른 지역 학교까지 참여하여 무려 1만 1,000여 명이 방문했다.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 쏘아 올린 공에 전국의 많은 학생과 교사가 감동했다
“부스를 운영한 학생들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 더 잘 배우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해요. 체험 참가자들은 수학이 우리 삶 곳곳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알게 됐다며 좋아했고요. 수학 선생님들에게 체험전은 말 그대로 ‘교사 연수의 장’이었어요.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학교로 부임한 후에도 김정주 교사는 그 학교에 맞는 수학체험전을 이어갔다. 신입생 유치가 큰 과제였던 창원 신월중학교에서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2년간 ‘수학나눔학교’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 내 야구부와 복싱부가 있다는 특징을 살려 수학과 드론, 스포츠를 결합한 ‘행복공감 수학체험전’을 운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국에는 ‘찾아오는 수학체험전’을 예약제로 마련했고, 마산동중 학교로 부임해 온 지난해에는 과학과 수학을 융합한 체험전을 개최했다. 수학의 숲에서 늘 축제를 꽃피웠다.
“지역 복지관의 한글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수학 원리를 가르쳐 드리기도 했어요. 이진법으로 만든 마법의 카드를 할머니들이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수학 작품도 같이 만들었는데, 대칭을 이용한 컵에 본인 이름을 새겨 딸에게 주겠다던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해요.”

스승상 중등 수상자4
스승상 중등 수상자4
수학으로 써 나가는 자기만의 이야기

김정주 교사의 수업에는 나만의 수학 이야기를 적는 ‘수학노트’가 활용된다. 이 노트는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그가 직접 제작한 ‘융합’ 수업 공책이다. 수학 도서 읽고 감상문 쓰기, 신문에서 수학 찾기, 수학 시 쓰기, 수학자에게 편지 쓰기, 수학 만화 그리기, 수학 일기 쓰기···. 각자의 노트에 각자의 결에 맞는 수학 공부 내용을 기록한 뒤 그 결과물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학생이 꽤 많다. 어려워서 주눅 드는 수학 수업이 아니라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되는 수학 교실이다.
“수학으로 어떻게 시를 쓰냐고 묻던 아이들이 수학 개념을 집어넣어 재치 넘치는 시들을 수시로 지어요. 수학 소프트웨어를 간단히 가르쳐줬을 뿐인데 온갖 수식으로 저마다의 꿈을 멋지게 구현해 내고요. 이 노트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싶어요.”
그의 수학 교실은 폐플라스틱과 폐박스 등을 이용해 수학 교구를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쌓기나무와 아크릴판으로 만든 이항분포기, 폐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대형 파스칼 삼각형, 비비탄과 아크릴판으로 만든 피타고라스 정리 실험기···. 제작 과정에서 수학 원리도 깨닫고 환경 인식도 고취되는 것은 물론이다. 협동하며 만드니 인성교육은 덤이다.
“올해부터는 학교 앞 폐철길에서 학생들과 쓰레기를 함께 줍고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줍기만 하지는 않아요. 보이는 모든 풍경 속에서 수학 원리를 함께 찾아냅니다.”
그의 미소가 여간 환하지 않다. 수학이 ‘보이는’ 그의 세상에 불쑥 초대받고 싶다.케이 로고 이미지

스승상 중등 수상자5
스승상 중등 수상자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