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떡과 한과를 비롯한 한식 디저트가 처음 붐을 이룬 건 10년 전쯤이다. 밀가루와 버터, 우유, 달걀, 설탕, 향료 등
동물성 재료가 대부분인 유럽식 디저트 시장에서 한식 디저트는 창의적이면서 독보적이었다. 노릇하게 구운
가래떡과 수제 조청을 멋스럽게 연잎을 올린 접시에 담아내기도 하고, 살얼음을 가득 채운 식혜에 사근사근
씹히는 과일과 약과를 함께 내는 식이었다. 그러다 한차례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이색적인 맛과 형태의
떡이 한식 디저트의 대표 주자로 다시 뜨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각종 SNS 채널과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는 외식과 패션, 각종 문화
영역에서 시장의 주도가 아닌 개인의 주도로 취향을 만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할매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할매’와 밀레니얼을 합성한 용어로, 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음식과 패션, 문화를 즐기는 세대
또는 현상을 뜻한다. 떡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신문화’로 등극하며 유행이 된 것도 할매니얼 트렌드의 영향이 컸다.
젊은 소비자들은 떡이 주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이미 익숙하다. 떡볶이를 통해 충분히 접해 봤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은’ 익숙함과 안정감은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이뿐인가. 찹쌀과 멥쌀을 고루 반죽해 찐 설기에 치자나 녹차 가루, 흑임자, 비트 등의 재료로 아름다운
색깔을 내기도 하고 팥앙금이나 각종 크림, 초콜릿 등의 재료로 꽃이나 캐릭터 형태를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말린 자색 고구마를 갈아 쌀과 함께 반죽한 후 안쪽에 샛노란 크림치즈를 넣어 실제 고구마 형태로
만든 떡, 백설기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힌 후 붕어빵 모양으로 찍어낸 붕어빵떡, 바닐라아이스크림·흑임자
가루·잣을 올려 근사한 요리처럼 보이는 쑥버무리바닐라떡, 초콜릿 설기에 누텔라 크림을 넣어 만든
누텔라초코설기 등 재료 간 조화가 다채로운 데다 비주얼까지 독특하고 재밌으니 이색 떡 아이템은
그 자체로 풍부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된다.
떡을 비롯한 한식 디저트는 곡류와 견과류, 조청, 각종 과일이나 채소 등을 많이 활용해 서양이나
일본식 디저트에 비해 단맛이 비교적 옅고 자연스럽다. 적당히 달고 맛있지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무던하면서도 화려한 떡의 매력은 할매니얼을 넘어 젊은 세대 전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엔 떡케이크 아카데미도 많이 열리고 있고, SNS나 유튜브엔 자신만의 떡케이크나 이색 떡을
만드는 과정, 레시피를 공개하는 콘텐츠도 점점 느는 추세다. 기왕 떡의 매력에 빠진 이상 이번 추석
연휴엔 이색 송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쌀 대신 감자녹말을 반죽해 안에는
팥이나 강낭콩 소를 넣어 만드는데, 감자녹말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달착지근한 팥앙금의 조화 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단호박버무리도 추천하는 디저트 떡이다. 보통 버무리 재료로는 멥쌀과 쑥을 주로 사용하는데 쑥 대신
단호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멥쌀과 함께 쪄내면 단호박만의 깊은 단맛과 풍부한 감칠맛이 배가해
특별한 떡 요리가 된다. 여기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 재료 | 송편 5개, 식용유 약간, 꿀 1큰술, 잣 등 견과류 약간 |
• 재료 | 인절미 7조각, 피자 치즈 100g, 말린 방울토마토·대추·크랜베리·잣 적당량씩, 들기름·파르메산 치즈·파슬리 가루 약간씩 |